강부자들, 종부세 때리기에 나서다

이정환 기자, black@mediatoday.co.kr 입력 2008. 5. 28. 09:35 수정 2008. 5. 2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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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뉴스 톺아읽기] 상위 2%를 위한 막무가내 세금 인하 전쟁… 보수·경제지들 돌격대 자처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일은 6월1일이다. 최근 종부세 관련 기사가 쏟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과세표준 적용 비율이 올해는 90%, 내년에는 100%로 올라가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26일에는 "한나라당이 종합부동산세의 과세기준을 현행 6억원에서 9억∼10억원으로 상향조정하고 현행 5%인 거래세율을 2%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주요 언론에 비중있게 실렸다. 한나라당 민생대책특위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종부세의 과세 기준을 9억원 또는 1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되, 장기적으로는 종부세를 폐지하고 거래세에 통합시키는 게 바람직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또 취득세와 등록세로 이원화된 거래세를 단일화하고 두 개를 합쳐 현재 5% 수준인 세율을 2%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가구 1주택의 경우 양도소득세를 면제하고 50% 중과세를 하는 1가구 2주택자에 대해서는 과표구간에 따라 8천만원 이상은 35%, 4천∼8천만원은 26%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먼저 세계일보가 용감하게 사설에서 "부동산 세금 경감 추진 바람직하다"고 치고 나간 것이 눈길을 끈다. 세계일보는 "주택자산규모와 소득의 상관관계가 낮아 집값을 기준으로 한 세금 부과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조세연구원 자료를 인용하면서 "보유세와 거래세 완화로 시장의 정상 가동을 유도하는 한편 가격 안정을 위해 수요 집중 지역의 공급 확대 방안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세계일보 5월26일 사설.

머니투데이 기사는 좀 더 구체적이다. "종부세 과세 기준이 9억원으로 오를 경우 공시가격 10억원짜리 아파트를 가진 사람의 경우 종부세가 현재는 6억원 초과 9억원까지는 1%씩, 300만원에 9억원 초과 1.5%, 150만원을 더한 450만원이 되는데 과세 기준이 9억원으로 오르고 세율이 변하지 않는다면 9억원 초과 1억원에 대해 1%인 100만원만 내면 된다"고 설명했다.

같은 계산으로 7억원짜리 아파트는 지금은 100만원을 내야 하지만 상향 조정 이후에는 한푼도 안 내게 된다. 20억원짜리 아파트는 195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종부세 관련 정부 세수는 지난해 1조9천억원에서 올해 2조9천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었는데 이 경우 상당부분 줄어들 수밖에 없다.

▲ 머니투데이 5월23일 3면.

머니투데이는 이에 앞서 23일 "강남 부자들 고민이 다르다"는 기사에서 "달랑 집 한 채 뿐인 월급쟁이 강부자" 정아무개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정씨는 2000년에 강남구 도곡동 아파트 43㎥를 2억4천만원에 샀다가 이 아파트가 재건축되자 재건축부담금 1억3천만원을 더 내고 143㎥인 새 아파트로 옮겨갔다. 이 아파트의 매매가는 20억원을 호가한다.

문제는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쳐 2천만원 이상을 내야 한다는 것. 머니투데이는 정씨가 지난해 1500만원의 보유세를 냈고 결국 정씨의 부인이 다시 일을 시작해야 했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전하고 있다.

중학교 교사인 민아무개씨 사연도 비슷하다. 1993년에 대치동 아파트 43㎥를 1억2천만원에 샀는데 지금 시세는 20억원에 이른다. 머니투데이는 "교사 월급으로는 해마다 수천만원의 세금을 낼 수 없어서 몇 달전 집을 내놨다"고 전하고 있다. 민씨는 2006년에는 미리 준비한 돈으로 세금을 냈지만 지난해에는 세금 낼 돈이 없어서 교직원공제회에서 대출을 받았다고 한다.

▲ 보유세 계산 사례 10억원의 경우.
▲ 보유세 계산 사례, 20억원의 경우.

언뜻 딱한 사연처럼 들리지만 세금을 낼 능력이 안 되면 팔고 형편에 맞는 집으로 옮겨가는 게 맞다. 그렇다고 세금을 깎아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43㎥ 아파트가 20억원에 이르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을 보수·경제지들은 제대로 비판하지 않는다. 그나마 종부세 때문에 강남 집값이 어느 정도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다.

▲ 종부세 과세 대상자 현황. 2007년 기준.

이른바 강부자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들의 재산 공개 내역이 발표됐을 때 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 김헌동 본부장은 "이들 강부자들이 자신들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또는 재산을 늘리기 위해 정책 변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나라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세제 개편은 이런 우려를 더욱 가중시킨다.

그동안 숱하게 제기된 문제지만 종부세 부과 대상 가구 가운데 1주택 가구는 14만7천 가구, 28.4% 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모두 2주택 이상 보유 가구인데 2주택 이상 가구는 23만2천 가구, 세액으로는 이들이 전체 종부세의 71.6%를 차지한다. 절대 다수의 1주택 가구는 종부세와 무관하다는 이야기다.

상위 2%를 위한 제도 개편에 보수·경제지들이 총력을 다하고 있는 모양세다. 파이낸셜뉴스는 아예 "종부세 대상 상향 조치와 양도세 감면 확대 등의 조치가 침체된 주택 거래에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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