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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억만장자 클럽

미디어오늘 | 정경희·언론인, media@mediatoday.co.kr | 입력 2008.04.29 16:34

 




[정경희의 곧은소리]

[미디어오늘 정경희·언론인 ]

이명박 정부가 또 다시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공직자 윤리위원회가 24일 고위공직자의 재산을 공개하면서 대통령과 청와대 구성원들, 그리고 국무총리와 장관 등 내각구성원들이 '억만장자클럽'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이 자그마치 354억7401만 원으로 1위이고, 2위는 문화체육부 유인촌 장관의 140억1951만 원이었다. 청와대 간부 10명 평균재산은 35억5653만 원, 장관 15명 평균재산은 33억 2926만 원이다(조선·25일).



▲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월 10일 오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청와대 수석인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김병국 외교안보수석, 곽승준 국정기획수석, 박미석 사회정책 수석, 이동관 대변인등이 소개됐다. ⓒ노컷뉴스
특히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 등 10명은 전원이 종합부동산세 대상자이고, 전원이 이른바 '버블 세븐'지역에 본인이나 가족명의로 부동산을 갖고 있다. 또 이명박 정부가 임명한 1급 이상 공직자 103명의 평균재산은 22억8296만 원이다(한겨레·25일).

고위 공직자 재산공개로 언론이 왁자지껄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문제는 '땅투기의혹'이다.

청와대 박미석 전 수석의 남편 이모 교수가 6년 전 직접 경작하는 농민이 아니고는 살 수 없는 인천 영종도의 농지를 샀고, 곽승준 수석과 이동관 대변인도 각각 성남시와 강원도 신북읍에 농지를 사서 모두 투기논란이 일고 있다(한겨레,조선·25일).

주목할 것은 청와대의 실장과 수석비서관 등 10명의 평균 재산이 35억5610만 원으로 노무현대통령시절 실장, 수석 등 10명의 평균 재산 13억8760만 원에 비해 거의 3배에 이른다는 사실이다(한겨레·25일).

도전받는 '청빈'의 규범
또 이 나라에서 잘 나가는 사람이라면 골프를 쳐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5억8200만 원어치 회원권 2개를 갖고 있고, 김경한 장관은 7억2천만 원어치 회원권 4개를 갖고 있다가 지난 3월 하나를 팔았고, 김희선 국정원 2차장은 값으로 쳐서 10억3천만 원, 박미석 전 수석(6억 3300만 원). 유인촌 장관(3억8천만 원)등은 회원권 3개를 갖고 있다.

류우익 대통령실장(3억8800만 원), 곽승준 수석(2억4000만 원), 이윤호 장관(3억2600만 원), 이영희 장관(3억9천만 원), 김영철 총무실 차장(3억3150만 원)등이 모두 골프회원권 귀족이다(한겨레, 조선·25일).

이들은 한마디로 말해서 서울 강남 등 '버블세븐지역'에 부동산을 가진 사람들, 종합부동산세를 내거나 골프를 치는 '억만장자클럽'회원이다. 이들의 재산규모는 우리 공직사회의 전통적 청빈의 규범이 무너졌다는 충격을 받게 된다.

"재산이 많다는 것이 무조건 공격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청와대 대변인의 말(24일)은 이명박 정부 상층부 구성원들의 재산이 상식을 초월하는 규모라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금·산분리 원칙'이나 '출자총액제한'과 같은 이 나라의 전통적 재벌정책을 국민적 논의·합의 없이 일거에 무너뜨릴 기세인 이명박 정권의 이념적 지향을 그 배경에 깔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또한 스스로 '보수 우파'라 하고, 민주·개혁을 표방해 온 과거 10년 집권집단에게 '친북 좌파'-다시 말해서 '빨갱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이명박 정권의 욕설전술과도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재산 탐난다면 공직 떠나라
그러나 보통수준을 넘는 재산은 그 형성과정에 남다른 축재나 이재(理財)과정이 있게 마련이다.

'버블세븐지역'에 살고,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사람이라면 부동산투기 폭풍에 편승했거나, 적어도 그 폭풍을 예견할 만큼 이재에 도가 트인 사람일 개연성이 높다. 농지투기뿐만 아니라, 억만의 재산을 모은 사람이라면 그러한 과정 때문에 공직자로서 흠결이 될 수밖에 없다.

필자가 즐겨 인용하는 18세기 후반의 지식인 연암 박지원(燕巖 朴趾源·1737∼1805년)의 말을 또 인용하자면 "양반은 돈을 만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 경우 '양반'은 백성과 나라의 안위와 복지를 책임져야하는 공인(公人)이다. 국리민복(國利民福)을 걱정해야 할 공인이 사리사욕(私利私慾)의 상징인 돈에 눈이 팔린다면 나라와 국민은 결국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억만장자 클럽'을 권력의 상층부에 모신 우리의 상황은 그런 뜻에서 극복해야 될 위기를 떠 안은 것과 다를 바 없다. "재산이 많다는 것이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은 이러한 논리적 맥락에 눈을 감고, 문제를 이데올로기의 마녀사냥감인 빨갱이로 모는 논법이다.

뿐만 아니라 "공복(公僕)은 청빈해야 한다"는 유교적 규범은 우리만의 전통도 아니다. 예수도 이르기를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이라고 했다(신약성서·마태복음 5장3절).

'억만금의 유혹'을 물리칠 수 없다면 차라리 공직을 버리고, 돈과 씨름하는 업계로 가는 게 좋을 것이다.


정경희 선생은 한국일보 기자, 외신부장, 문화부장, 부국장, 논설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1992년 '위암언론상', 2002년 '송건호 언론상'을 수상했다. 1996년 8월부터 미디어오늘에 '곧은소리' 집필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고대사회문화연구'(1990), '정경희의 곧은소리'(1999), '실록 막말시대-권언 카르텔의 해부'(2005)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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