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돋보기]대통령 방미와 언론보도

입력 2008. 4. 20. 17:27 수정 2008. 4. 20. 23: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ㆍ좋은 '정치마케팅' 전략 없다면 언론 역시 적극 도와줄 수 없어

지난 주 국제보도 중에서는 스페인의 신임 국방장관 카르메 차콘(37)이 자국 군 의장대를 사열하는 사진이 필자의 눈을 끌었습니다. 차콘은 스페인 역사상 첫 여성 국방장관이고, 그녀는 임신 7개월째로 보도됐습니다. 그녀는 검은 바지에 흰 튜닉(느슨한 블라우스)을 입은 채 군인들을 사열했습니다.

영국의 인디펜던트 신문(인터넷 접속)은 이 사실을 전하면서 "스페인의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자파테로 총리가 꾸린 이번 내각에는 자국 사상 처음으로 여성 장관(9명)이 남성 장관(8명)보다 많다"고 보도했습니다. 14일 발족한 사파테로 총리의 내각은 31세의 여성 비비아나 아이도를 평등장관에 앉혀 사상 최연소 장관 기록을 세웠고, 부총리와 국방장관 등 중요 직책에도 여성들을 임명했습니다.

프란시스코 프랑코 총통 시절만 해도 스페인 여성들은 은행통장을 가질 수 없었고, 남편의 허락 없이는 여권 신청이나 계약서 서명을 할 수 없었습니다. 젊은 여성 국방장관이 임명되자 보수 신문 '엘 문도(El Mundo)'는 "스페인 군대의 전통적 가치와 문화를 붕괴시켰다. 이것은 '정치 마케팅(political marketing)'에 불과하다"고 맹비난했습니다. 여다(女多) 내각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번 조각은 사파테로의 '성차별 해소' 정책의 상징적 의미를 살릴 수는 있지만, 보수파들은 "새 내각이 제대로 일할 수 있을까" 하며 걱정하고 있습니다. 차콘 국방장관이 아기를 낳으면 법규에 따라 4개월의 모성 휴가를 간다고 합니다. 사파테로가 업무 관점에서 조각한 게 아니라 성평등(性平等)을 홍보하는 '정치 마케팅'에만 신경썼다는 게 보수파의 걱정입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달 13일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조찬 강연을 했습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안된 시점에 바버라 여사와 함께 방한했습니다. 아버지 부시는 한·미관계 등에 관해 낙관적 전망을 편 다음 "한국에 다시 와서 기쁘다. 이 대통령 내외는 바버라를 마치 여왕처럼 대접했다(treated like a queen)"고 말했습니다. 아버지 부시가 감사의 표현을 과장했을 수도 있지만, 어떻게 대접했기에 "여왕 대접"이란 말이 나왔는지 궁금합니다. 그의 방한이 이명박-부시 첫 회담에 무슨 역할을 하는 게 아닌가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그런 대접이 '마케팅' 관점에서 이익을 좀 남겨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에 초청된 것은 처음입니다. 부시의 임기 마지막 해에 성사돼 아쉽지만 한·미 외교의 진전이라는 측면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한·미 양국 정상이 1박2일을 함께 지내면서 깊은 인간적 신뢰를 쌓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회사간 상거래에도 최고경영인 사이의 인간적 신뢰가 사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하는데 국가 정상간의 인간적 교류도 그럴 것입니다. 아버지 부시와 부시 대통령을 차례로 만난 이 대통령은 좋은 마케팅 전략을 갖고 갔는지 궁금합니다.

이 대통령이 김윤옥 여사의 손을 잡고 미국·일본 순방길에 오르는 장면이 보도된 것은 좋은 인상을 주었다고 생각됩니다. 정상회담에서 양국 현안을 폭넓게 논의하고, 미국 기업인들에게 '실용영어'로 한국 투자를 권하는 등 활동은 좋은 의미의 '정치 마케팅'이라 할 것입니다.

워싱턴에는 수시로 수많은 세계적 지도자들이 찾아갑니다. 지난 주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방미해 부시를 만났고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부시는 물론 오바마, 클린턴, 매케인 등 차기 주자들을 만나 차기 미 행정부와의 관계 설정을 벌써부터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러 지도자들의 방미 가운데 이 대통령의 방미가 눈에 띄도록 잘 마케팅했는지 궁금합니다. 그 마케팅의 대상은 한국인, 미국인, 세계인입니다.

정치 마케팅 관점에서 18대 총선은 어땠나요. 투표율이 50%에도 이르지 못했음은 여야 정치인들이 마케팅에 실패했음을 의미합니다. 정치인들은 국내외를 상대로 정치 마케팅을 잘 하는 것이 우선 중요합니다. 정치마케팅의 실패를 언론탓으로 돌리지 말기 바랍니다.

〈 설원태 solwt@kyunghyang.com 〉

[스포츠칸 '온에어' 원작 연재만화 무료 감상하기]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