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취재방해..기자들 수난시대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2008. 4. 1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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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MBC 기자 "멱살잡히기도" 한겨레 기자는 폭행까지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이건희 삼성 회장이 특검에 두차례 소환조사를 받고 귀가하면서 늘 벌어진 일이 있다. 한마디라도 더 물어보려는 기자에 대한 과도한 제지행위다. 이 과정에서 기자를 폭행한 일도 발생했고, 팔과 몸을 잡아당기고 밀치는 일은 예사로 벌어진다.

특히 두차례 소환된 이건희 회장 조사 때는 사태가 더 심각했다. MBC 이용주 기자는 지난 11일 오후 7시 이 회장의 귀가 풀(대표취재) 인터뷰를 위해 다른 기자(KBS 황현택 기자)와 함께 이 회장 옆에서 번갈아가며 질문을 하기로 했다.

MBC 기자 "삼성 비서팀장이 팔·멱살 잡아 낚아채…노골적 취재방해"

▲ 5시간에 걸친 두번째 소환 조사를 마친 이건희 삼성 그룹 회장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한남동 조준웅 특별검사팀 사무실을 빠져 나가고 있다. ⓒ노컷뉴스

그러나 이 회장이 앞서 "내가 먼저 해도 되겠느냐"며 대국민 사과발언을 한 뒤 이 기자와 황 기자는 각각 한가지 정도씩만 질문했고, 곧 이 회장과 뒤에 있던 삼성 관계자 특검 관계자에 의해 인터뷰 대열은 무너졌다. 출입구까지 다가가는 순간 이미 질문에 대한 답은 하기 힘들어졌다. 출입문을 나서자 마자 기다리고 있던 삼성 관계자가 옆에 있던 MBC 기자와 KBS 기자를 제지하기 시작했다.

MBC 이용주 기자는 "김준 삼성 비서팀장이 내 팔을 잡아당겼고, 이 회장에 붙지 못하게 하면서 와이어리스(마이크)를 쳐내고 팔과 멱살을 잡아 낚아챘다. 그 뒤 몸으로 밀어내 결국 (대표 인터뷰를 하던 기자인 내가) 이 회장에게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기자는 "내가 볼 때는 김 팀장이 옆에 있던 나를 떼어내도록 하기 위해 노리고 있었던 듯하다"며 "이는 노골적인 취재방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기자는 멀리 밀려났지만 이 회장이 대기하던 차에 올라타 문을 닫으려하는 순간 문을 잡고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졌다. "이번에도 X파일 때처럼 사회공헌과 대국민 사과발표로 넘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느냐."

이 회장의 경호진과 취재기자들의 실랑이가 벌어지는 동안 이 회장의 모습을 담기 위해 플래시를 터뜨리던 사진기자들도 취재방해를 받았다. 한겨레 강재훈 사진기자는 이 회장이 차에 탑승해 자리를 떠나는 순간 '쾅'하는 소리와 함께 셔터가 내려진 건물 벽에 등과 머리를 부딪혔다. 전경 두명이 강 기자와 팔을 붙잡고 강하게 밀어젖히다 부딪힌 것이다.

경찰은 한겨레 사진기자 폭행…이건희 회장 올 때마다 기자들 '수난시대'

▲ 한겨레 사진기자가 경찰에 폭행을 당하는 장면. 한겨레 4월12일자 8면에 실린 사진. ⓒ시사인

강 기자는 "(이 회장은) 너희들이 그렇게까지 막아줘야 하는 사람이냐"고 비난했고, 옆에 있던 다른 사진기자들도 경찰들에게 "왜 막아" "왜 밀어" 하며 격하게 추궁했다.

이 회장을 막판까지 취재하려는 기자들에 대한 제지는 이번 만이 아니었다. 지난 4일 특검에 첫 소환조사를 받은 이 회장이 귀가할 때도 특검 수사관들이 밀쳐내 MBC 이용주 기자는 당시에도 제대로 질문을 하지 못했다.

지난달 4일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 소환조사를 받고 나갈 때도 같은 일이 벌어졌었다. 당시엔 중앙일보 사진기자와 회장실 관계자 등 중앙 직원들이 총대를 멨다. 그 때도 홍 회장 옆에서 질문하던 이 기자가 직접적인 제지를 당했었다. 이 기자에겐 주요 핵심 소환자 귀가시 취재가 '수난'이었던 셈이다.

수사내용은 삼성봐주기로, 취재는 '방해'로 얼룩져

이 기자 뿐 아니라 현장에 있던 취재기자, 사진기자, 카메라기자들 모두 취재방해를 받아, 삼성특검 영상취재기자단이 중앙 기자들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의 두차례 소환으로 사실상 수사 마무리에 들어간 삼성특검팀의 수사 결과에 대해 벌써부터 이 회장 봐주기 수사로 결론을 낼 것이라는 회의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검의 수사는 그 내용 뿐만 아니라 수사과정을 취재하는 기자들마저 이러한 '방해'와 '제지'로 얼룩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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