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의 눈물겨운 '홍석현 회장 구하기'

안경숙 기자, ksan@mediatoday.co.kr 입력 2008. 3. 5. 09:25 수정 2008. 3. 5.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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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도 손든 김성이 후보자…조선 창간 88주년 기념호 100면 제작

[미디어오늘 안경숙 기자]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삼성그룹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위장계열 분리 의혹 등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삼성 특별검사팀에 소환된 지난 4일, 중앙일보 지면에서는 관련 기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중앙의 한 기자는 "사주의 검찰 소환 소식을 게재할 수가 있겠느냐"며 "조사를 받은 5일자에는 어떤 식으로든 기사가 나가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 기자의 말은 맞았다. 중앙은 5일자 사회1면 하단에 홍 회장의 특검 출두 소식을 2단으로 전했다. 제목은 <&quot;중앙일보에 대한 허위 주장 조사 통해 진실 밝혀질 것">이라는 홍 회장의 주장이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150여명의 내외신 기자가 몰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아들 재용씨가 출두했을 때보다 더 많았다는데, 정작 중앙에는 홍 회장의 사진을 찾아볼 수 없었다. 삼성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중앙일보 위장계열 분리 의혹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는 사실도 중앙 기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 중앙일보 3월5일 10면.

중앙은 "김용철 변호사가 제기한 중앙일보 위장계열 분리 의혹에 대한 질문에는 '허위 주장이 있는데 이번 조사에서 잘 밝혀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홍 회장은 특검 조사에서 '중앙일보 계열 분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감독과 승인을 거쳐 합법적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에버랜드 지분 실권에 대해서는 '전환사채를 인수하지 않은 것은 경영상의 정상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등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만 전했다. 사회면 구석의 2단짜리 기사 가운데 절반인 1단 가량이 홍 회장의 '해명'으로 채워졌다. 홍 회장의 출두 현장에서 중앙 기자들이 피켓 시위를 하려던 삼성SDI 해고노동자를 구석으로 몰아붙이고,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는 홍 회장을 취재하려던 기자들을 중앙 기자들이 막아 심한 몸싸움이 벌어진 일 등도 당연히(?) 찾아볼 수 없었다. 기자가 말한 '어떤 식'이란 것은 '홍 회장의 해명만'이라는 뜻이었나 보다. 홍 회장의 출두부터 귀가, 그리고 지면에 이르기까지 중앙의 '홍 회장 구하기'가 눈물겹다.

중앙일보와 함께 이날 '눈에 띄는' 편집을 한 곳이 있다. 한국일보다. 한국일보는 중앙과 함께 5일자 1면에 홍 회장 출두 등 삼성 특검과 관련한 소식을 싣지 않은 유일한 신문이었다. 다음은 5일자 신문의 1면 머리기사다.

경향신문 <삼성 대선잔금 12억 찾았다>국민일보 <'공천 화약고' 폭발 직전>동아일보 <북, 1월 이당선인측에 회동 제의 / 이 "목적 뚜렷하지 않다" 거절>서울신문 <김홍업·박지원 '탈락 위기'>세계일보 <대통령·국정원장 독대 복원검토>조선일보 <크게 생각해야 멀리 뛴다>중앙일보 <강단에 선 그는 수퍼맨이었다>한겨레 <삼성 '차명계좌 이용 주식 내부거래' 조사>한국일보 <공천 대란…칼바람 부는 여의도>

중앙과 한국이 삼성 특검 소식에 등을 돌린 5일,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더 분주해진 모습이다.

경향은 이날 1면 <삼성 대선잔금 12억 찾았다> 기사에서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삼성이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에 건넨 무기명채권 중 일부가 최근 현금화된 사실을 밝혀내고 이 돈의 사용처를 쫓고 있다"고 밝혔다.

▲ 경향신문 3월5일 1면.

2005년 대검 중수부 조사에서 행방이 묘연했던 72억여원 가운데 12억원 상당의 채권을 확보해 유통경로를 파악 중이라는 건데, 이 채권을 현금화한 인물이 삼성증권 직원인 것으로 알려져 삼성그룹 대선자금 수사가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한겨레는 1면 <삼성 '차명계좌 이용 주식 내부거래' 조사> 기사에서 "금융감독원이 최근 특검팀으로부터 넘겨받은 삼성 전·현직 임원의 700여 차명계좌에서 삼성 계열사 주식에 대한 불공정거래가 이뤄진 혐의가 포착돼 삼성증권과 해당 삼성 계열사를 상대로 전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금감원 조사국은 삼성의 주식 불공정거래 혐의 조사를 위해 팀장과 중견 조사관 9명으로 구성된 별도 팀까지 구성"했다며 허위공시, 내부자거래, 미공개 정보 이용 등 주식 불공정거래 조사를 전담하는 부서"인 조사국의 조사 과정에서 "계좌추적이나 자금흐름을 파악하는 데 거의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삼성의 비자금 조성 경로와 용처 등을 파악 중인 특검 수사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동아일보, 정부발 단독기사 행진 이어가

동아일보의 독주는 5일에도 계속됐다. 동아는 1면 <북, 1월 이당선인측에 회동제의 / 이 "목적 뚜렷하지 않다" 거절> 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인 1월 중순 북한으로부터 당국자 간 회동 제의를 받았지만 '목적이 뚜렷하지 않다'는 이유로 사실상 거절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고 단독보도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관련 기사를 보도한 동아는 기사에서 "이 대통령은 당시 북측의 회동 제안에 대해 '왜 만나자고 하느냐' '북한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등 목적을 꼼꼼히 따졌고, 이에 대해 북측은 '그렇다면 일단 취임한 뒤에 보자'며 접촉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당시 이 대통령 주변에서는 자칫 남북관계에 영향을 줄까봐 '접촉 불발' 사실을 극비에 부쳤다는 후문"이라고 전했다.

이날 동아에서 눈에 띄는 지면은 1면만이 아니었다. 오피니언면인 31면에서 동아는 그동안과는 다른(?) 논조를 보였다.

▲ 동아일보 3월5일 31면.

사설 <김성이 씨와 정덕구 씨의 경우>에서 동아는 "이명박 대통령의 장관 인사와 한나라당의 4·9총선 후보 공천을 놓고 뒷말이 많다. 국민의 시선도 곱지 못하다"며 "야당의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 거부로 장관 임명을 받지 못하고 있는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열린우리당 의원을 지내고도 충남 당진의 한나라당 공천이 내정된 정덕구 씨가 대표적인 경우"라고 지적했다.

동아는 "저서 표절과 논문 중복 게재, 오피스텔 임대수입 및 매매가 축소신고에다 청소년보호위원장 시절 업무추진비 1280만 원을 유용한 혐의로 특별감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고, "5공 시절 학생운동 탄압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했던 논문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은 데다 " 경기 가평군 땅의 투기 의혹도 제기"된 것은 물론 "한국 국적을 포기한 딸은 국내에서 13차례나 건강보험 혜택을 받았"고 "지난해 5월에는 한 일간지에 "신앙심이 사회복지정책과 서비스의 성패를 결정짓는다"는 요지의 칼럼을 게재"한 김 후보자에 대해 "문제투성이" "함량 미달"이라고 비판했다.

또, "아무리 인재풀이 빈약하더라도 이 정도로 함량 미달인 사람을 어떻게 발탁하게 됐는지 납득이 안 된다"며 "지금이라도 김 후보자가 자퇴해 새 정부의 흠결을 줄여주는 게 도리다. 그가 버티고 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다면 새 정부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 동아일보 3월5일 31면.

'오늘과 내일' 코너에서 방형남 논설위원은 <이 대통령 취임식장의 '외교 구멍'>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미국·일본 중심의 이 대통령식 '글로벌 외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방 위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 외국 축하사절 명단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유럽의 큰 나라에서 온 사절단이 눈에 띄지 않았"고 "전직 정상을 비롯한 특별참석인사 65명 가운데도 유럽에서 온 VIP는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방 위원은 "새 정부는 '역대 가장 많은 외국 정상이 참석했다'는 자화자찬으로 취임식을 포장했지만 그 못지않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며 "새 정부 외교의 출정식이라고 할 수 있는 취임식에 유럽을 제외한 건 큰 실수"라고 꼬집었다.

또 "분위기상으로는 새 정부 출범 이후 한국 외교의 앞길이 갑자기 훤해진 듯하다"며 "미국 및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몰입하느라, 중시해야 할 다른 나라를 소홀히 하는 것은 글로벌 외교가 되풀이해서는 안 될 '사소하지 않은 실수'"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내각 인선의 무수한 문제점과 인수위 시절부터 제기돼 온 무리한 정책 등에 대해 해명으로 일관하거나 눈감아온 동아가 이제 와서 이런 사설과 칼럼을 게재한 배경이 뭔지 궁금하다. 그럼에도 이날자 1면을 보면 이명박 정부와 가장 '프렌들리'한 언론이 동아라는 사실은 여전한 듯 하다.

조선일보 창간 88주년 기념호 100면 제작

5일은 조선일보가 창간된 지 88주년 되는 날이다. 조선은 이날 본지 40면, 경제섹션 16면, 건강섹션 12면을 비롯해 창간 특집으로 '글로벌 신무역전쟁' 16면, '신성장 동력' 16면 등 모두 100면을 제작했다.

▲ 조선일보 3월5일 1면.

조선은 1면 사고를 통해 "'조선일보 아이리더(ireader)'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조선은 "아이리더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강점만을 결합한 프리미엄 디지털 미디어"라며 "가정에서, 사무실에서, 거리에서, 출장지에서, 세계 어디에서도 컴퓨터 모니터만 있으면 조선일보 종이신문에 실린 기사·사진·그래픽을 HD(고화질) 영화를 보듯 선명하고 또렷한 활자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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