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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언론사 J기자님에게

미디어오늘 | 김형근·서울셀렉션 대표, media@mediatoday.co.kr | 입력 2006.09.28 14:55

 




[기고] 전직 기자가 현직 기자에게 드리는 글

[미디어오늘 김형근·서울셀렉션 대표]

'나라음악 큰잔치-외국인 초청 한국음악 연주투어 행사'를 주관한 서울셀렉션의 김형근 대표가 기고문을 보내와 전문을 싣습니다. 미디어오늘은 다양한 의견과 기고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 편집자

지난 9월11일 한 일간지에 보도된 < 외국인 손님 '코리안 타임 체험' 분통 >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입니다. 어디 외국인들만 분통을 터트렸습니까. "아직도 이런 일이…" "엽전들은 할 수 없다니까" "식충이 철밥통들의 잔치는 계속된다" 등등 네티즌들로부터 말할 수 없는 질책을 받은 장본인입니다. 그렇지만 저로서도 어찌 할 말이 없겠습니까. 혼자 새기고 넘어갈 일이 아닌 것 같아 이렇게 공개 토론의 장으로 이야기를 끌고 와 봅니다. 언론계로 따지면야 제가 선배인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 글에서 J기자를 J기자님으로 호칭하겠습니다.





▲ 한 일간지 9월11일자에 실린 기사
J기자님의 기사를 읽고 14년을 사회부 문화부 외신부 등에서 언론밥을 먹은 제가 팩트를 챙겨보니 무려 다섯 가지 이상이 사실과 틀려 있었습니다. 일일이 이 지면에서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저는 분명 팩트를 다 모아놓았으며 일부는 J기자님의 회사에도 보내드렸습니다. J기자님의 기사를 처음 읽고 기사가 되게 하려니 무리를 한 것으로 이해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래서 이런 성격의 글을 쓰는 것에 대해 망설이기도 했습니다. 자꾸 이야기를 꺼내봐야 결국은 제 얼굴에 침뱉기라는 생각도 들었고, 힘없는 자가 당할 수 밖에 없다는 자조적인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중재위원회나 법정 대신 이런 식으로 자기변호를 하게 된 이유는, 언론계 선후배들에 대한 제 자신의 명예회복도 그러려니와 팩트 하나 챙기기 위해 애쓰고 있을 현장의 많은 선후배들을 제가 스스로 매도하지 않기 위해서 입니다. 어디 가서 떳떳이 기자 출신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자부심을 유지하고 싶어서이기도 합니다.

우선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J기자님은 행사 당일 저희 회사가 주관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음악 공연 투어를 쭉 함께 했으면서도, 선상 공연 후 이어진 본 공연에 대해서는 그런 공연이 있었다고만 한 마디 하신 뒤 공연 내용이나 반응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으셨습니다. 외국인 관객들이 박수를 치고 앵콜을 요청할 때는 어디 계셨는지요. 제가 받은 메일을 다 포워딩 시켜드렸는데 그건 왜 안 읽으셨는지요. J기자님 기사만 읽으면 마치 외국인들이 코리안 타임에 분통을 터트리고 행사는 "물거품이 되"었던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여행이 끝나고 제가 J기자님과 함께 버스에서 내려 함께 있는 자리에서 "이런 공연을 마련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여러 외국인들한테서 연거푸 받는 것을 J기자님이 직접 듣고 또 보지 않으셨습니까. 그럼에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역시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으셨더군요.

사실 공연 내내 J기자님은 취재를 하시지 않으셨습니다. 책을 읽으시거나 책을 얼굴에 덮고 주무시거나 했습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동행취재를 오셨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기사에 언급한 사람들도 행사 다음날인 일요일에 저에게 전화를 해 그들의 이름과 직업, 전화번호를 모두 제게 물어봐서 안 것 아닙니까. 저는 J기자님의 요청에 응하기 위해 피곤한 몸을 이끌고 3시간 가까이 사무실에서 자료를 찾아드리면서 한편으로는 "팩트대로, 외국인들이 말하는 대로 써달라"고 신신상부를 드렸습니다.

기사에 언급된 외국인들이먈로 J기자님의 기사를 읽고 정말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기사에서 '코리안 타임'을 비판했다고 보도된 아케이트 코리아의 켄트 데이비 이사는 저희에게 공식적으로 보내온 메일을 통해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으며 그렇게 보도한 기사에 분노한다"면서 '코리안 타임'이라는 말도 J기자님이 먼저 "마치 미끼를 던져놓고 물기를 강요하듯이 했지만, 그 말을 용인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데이비 이사는 나아가 J기자님이 "행사 관계자에게 악의적인 고의성과 편견을 가지고 기사를 작성한 것이 분명하며 이는 한국의 관광 진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역설했습니다.

"기대를 많이 했는데 아쉽다"라는 말을 한 것으로 보도된 이탈리아 사람 실비아 씨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정말 없으며 기사를 보고 너무 화가 나서 J기자님의 핸드폰으로 왜곡보도(distorted my words)를 항의하는 전화를 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실비아 씨는 코리아헤럴드 독자 투고란에도 같은 내용을 기고했습니다.

또 기사에 언급된 안선재 서강대 교수(브러더 앤터니 오브 떼제)님은 코리아타임즈에 행사가 성공적이고 의미 있었다는 내용의 관람기를 기고하셨고, 나중에 J기자님 기사를 보시고는 J기자님 회사의 사장님과 부장님에게 항의서한까지 보내신 사실을 알고 계신지요. 누가 "나라 망신"을 시키는 건지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이 행사를 저와 함께 진행한 제가 발행하는 영문잡지 "SEOUL"의 편집장 역시 J기자님의 기사에 너무 화가 나 본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기사를 전문으로 영어로 꼼꼼히 번역해 올려놓고 J기자님 블로그와 자신의 블로그를 링크시켜놓았습니다. 외국인들의 성토 글들이 올라오자 J기자님은 다음날 싹 다 지워버리셨더군요. 기자가 자신의 블로그를 이렇게 운영하셔도 되는지요. J기자님이 지우시기 전에 화면 캡처를 해놓았다는 말씀도 덧붙이겠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J기자님은 전문가 출신 기자시더군요. 전문가 중에서 기자를 뽑는 이유는 전문적인 지식과 경륜을 활용하기 위해서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J기자님이 쓰신 기사는 흘러간 시대의 고색창연한 기사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당사자의 반론권도 두렵지 않고, 펜을 든 자가 무소불위의 권력과 버금가던 시대에나 있을 법한 기사입니다.

이제 세상은 그리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취재원들이 J기자님의 기사에 묘사된 것처럼 파렴치한 짓을 대놓고 하는 사람이 어디 그리 많겠습니까. 버스가 출발시간에 맞추지 못한 것은 일부 외국인 참가자들이 늦은 탓도 있습니다. 출발 직전에 전화를 해서 "거기 어떻게 가나요?"라고 물어보면 J기자님 같으면 "늦어서 그냥 떠나겠으니 돌아가세요"라고 말씀하실는지요. 갑자기 화장실을 들러야 한다고 말하는 외국인 손님에게 "늦어서 휴게소에 들를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실 수 있으신지요. 그래도 늦은 것은 늦은 것이다라고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시겠다면, J기자님 기사에 대한 팩트 체크와 균형적인 시각에서부터 엄정해야할 것입니다.

알량하나마 저도 기자 시절 회사에서 연수를 보내준 덕에 미국 대학원에서 언론학을 공부했습니다. 사실 배운 게 많지는 않았지만, 사진 한 장을 사용할 때도 취재원의 입장을 고려하고 작은 팩트 하나도 힘겹게 챙겨야하는 게 저널리스트의 몫이라는 윤리의식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전문가이기 이전에 먼저 언론 윤리와 우리 언론이 걸어온 관행의 변천사를 먼저 배우셨으면 합니다.

저는 J기자님이 지금은 아마도 그렇게 기사를 쓴 사실이 그렇게 마음 편치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를 비춰보면 기사는 때로 유혹 같았습니다. 이렇게 쓰면 당연히 기사가 되는데, 이것저것 다 따져보면 기사가 안 되거나 약할 때가 너무 많았습니다. 유혹과 싸워 이기시길 바랍니다, 다른 많은 기자들이 그런 노력을 하고 있듯이.

사람들이 J기자를 J기자님으로 호칭하는 데는 사실 기자가 "무섭거나 더러워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은연 중에 그래도 기자가, 언론사가 사회의 목탁임을 믿고 싶어서일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아직은 우리 사회에 기자가, 언론사가 할 일이 산적해 있고 이것을 인정하기에 사람들이 신문을 사서 보고 방송 뉴스를 챙기는 겁니다. 언론에 대한 사회의 믿음에 상처를 주지 마시기 바랍니다. 보도를 보고 보름이 지났는데도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뒤척이다 일어나 새벽에 이 글을 씁니다. 그만큼 언론사 밖에서 바라본 언론사는 권력입니다. 기사는 등불로도 칼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칼로 사용할 때는 사랑으로 벼리시기를 바라겠습니다.

김형근 / 서울셀렉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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