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한 성인채널 '스크램블' 하나마나

2006. 2. 14.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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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케이블TV에서 가입자가 신청하지 않은 성인채널 등의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다. 몸의 윤곽이 보이고 소리가 선명히 들리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무심코 채널을 돌리던 시청자를 놀라게 하고, 일부 청소년들의 정서에 해를 끼치고 있다.

이는 해당 권역에 케이블TV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이 '스크램블'(scramble·화면교란)을 완벽히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스크램블이란 사업자가 비가입자의 유료채널 시청을 막기 위해 채널에 암호를 걸어 전송하는 것. 스크램블이 제대로 걸리면 영상이 심하게 흔들려 시청이 어렵다. 하지만 일부 사업자들은 자본·기술의 한계로 완벽하게 스크램블을 걸지 못하거나, 고의로 하지 않아 논란을 빚고 있다.

◇실태=초등학교 1학년 교사인 유모씨(34·여)는 죄책감에 휩싸인 것처럼 남의 눈치를 살피거나 주눅든 태도를 보이는 한 아이를 주목했다. 부모의 이혼으로 홀어머니 슬하에서 사는 아이가 집이 빌 때면 케이블TV의 성인채널을 보다가 어른에게 들킨 일이 여러번 있다는 말을 그 어머니로부터 들었다. 최근 겨울방학 교사연수에서 만난 교사들로부터 다른 학교에서도 드물지 않은 일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런가하면 직장인 송모씨(37)는 "스크램블이 심야시간대에 풀리는 경우가 있다"면서 "사업자들이 가입자들을 보다 값비싼 서비스로 유도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직장인 장모씨(28·여)는 "채널을 바꾸는 순간에는 잠시 성인 프로그램이 선명히 보인다"고 밝혔다.

한 케이블TV 업체 관계자는 "방송사에서 마케팅 프로모션의 일종으로 야간에 잠깐 스크램블을 푸는 수가 있다"면서 "맛보기로 잠시 본 뒤 상품구매 의사가 있으면 고급형 서비스에 가입하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채널 돌릴 때 약 0.1초 정도 맨 영상이 보이는 것은 영상과 스크램블러 작동시간과의 격차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결방법=국내 최대 SO인 '티브로드'의 이두섭 기술팀장에 따르면 이같은 현상을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소비자가 디지털TV로 전환하는 경우다. SO들이 디지털 주파수 대역과 디지털 셋톱박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성인방송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다. 디지털케이블 가입은 지난해 6만3천가구에서 올해 50만가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소비자의 부담이 크다는 게 문제다.

둘째는 대부분의 SO들이 성인채널을 포함한 유료채널 노출을 막는 방법으로 SO가 '필터'를 채운 뒤 프로그램을 전송하면 된다. 예를 들어 성인채널을 40번대 이후로 몰아넣은 뒤 필터를 40번에 걸어놓아 40번 이후 채널을 못 보게 하는 식이다. 하지만 앞번호 채널들의 저항이 있다는 단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아날로그 컨버터를 설치한 50만가구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각 가입자가 해당 SO에 컨버터 교체를 요구하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SO측은 "아날로그 컨버터는 한국에서 단종된 상태라 수입해야 하고 인건비마저 들므로 약 10만원의 추가비용이 든다"면서 "따라서 디지털 케이블로 전환하는 게 낫다"는 식으로 가입자에게 공을 넘기기 일쑤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일부 SO들이 아날로그 컨버터를 갖고 있는 약 50만 가입자의 컨버터를 교체해주기는 힘든 실정"이라면서 "CJ케이블넷 경남마산방송이 주민대표와의 간담회를 통해 문제채널의 번호를 뒤로 옮기고 필터 사용을 의무화한 경우처럼 원만한 해결책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중식기자 uy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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