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전망대] '언론 개념' 확 바꾼 촛불집회

2008. 6. 1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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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디어전망대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에서나 볼 수 있었던 광장의 정치를 재현한 촛불집회는 언론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전통적인 언론의 개념을 뛰어넘는 '새 언론'의 출현이 그렇다. 서울광장에 직접 나온 대중과 집에서 인터넷을 들여다보는 개인이 실시간으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집회를 이끌어가는 모습이 이제는 낯설지가 않다.

과거에는 '시민기자'라는 말도 어색하게 들렸지만, 이제는 '1인 미디어'도 대거 등장했다. 노트북과 와이브로 접속기, 마이크 같은 간단한 장비만 있으면 인터넷 방송이 가능하다. 서울광장 집회 참석자가 휴대폰으로 찍은 동영상이 실시간으로 인터넷을 통해 세계로 날아간다. 시민들이 모두 잠재적인 기자다.

'새 언론'은 서비스 업체가 플랫폼을 개방하여 이용자가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웹 2.0'과 무선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무한한 확장이 가능해졌다. 생중계 플랫폼으로 개방된 '아프리카'에 참여한 인터넷 개인방송 채널 수가 2500여개에 이르고 지난 1일 하루의 시청자 수가 127만 명을 넘어섰다는 집계도 나왔다.

주요 정보를 전통적인 신문과 방송이 독점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일부 인터넷 신문은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주요 기관에 취재진을 상주시킬 정도로 성장했다. 더욱이 이제는 '새 언론'의 등장과 함께 취재 개념 자체가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직업적인 기자가 전문가들이나 목격자 또는 증인들의 이야기를 들어 기사를 작성했다. 그러나 '새 언론'에서는 누구나 자기가 직접 눈으로 본 사실, 들은 이야기, 그리고 자신이 너무나 잘 아는 전문분야의 문제를 쓰기만 하면 된다. 어떤 문제든지 사회적 관심의 초점이 되기만 하면, 기자들의 취재를 기다릴 것도 없이 수많은 전문가와 당사자들이 입을 연다. 우리는 황우석 사태와 미국산 쇠고기 파문에서 이런 현상을 보았다.

'새 언론'의 강점은 자율적인 토론을 통해 정리하고, 걸러내는 과정을 제외한 어떤 형태의 통제도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은 정치·경제·사회·문화·언론·종교 등 모든 분야의 권력주체들로서는 매우 불편한 일이지만, 참으로 바람직한 민주주의의 기반이 될 것이다. 모든 권력기구들이 바른 길을 걷지 않는 한 언론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는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이 직업 언론인만의 것이 아니며, 누구나 언론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과시한 '새 언론'의 등장은 전통 언론에게 분명히 큰 도전이다. 이런 도전에 대한 전통 언론의 대응은 자신의 상대적 강점을 강화시킴으로써만 가능하다. 전통 언론의 상대적 강점은 무엇인가? 훈련받은 기자가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면, 문제를 파고드는 각도와 깊이, 그리고 문제를 풀어내는 글쓰기에서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앞설 수가 있다.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유능한 인력과 데이터베이스도 강점이다. 권력기관이 숨기고 싶은 사실들을 파헤치는 것은 강력한 취재조직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반면에 전통 언론은 단순한 취재조직을 넘어 기업으로서도 살아남아야 한다. 그러니 권력과의 타협 위험이 상존한다. 따라서 기자의 전문성, 권력과 타협하지 않는 용기만이 새 언론의 격랑 속에서 전통 언론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성한표 전 <한겨레>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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