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화, 트위터에 울고 웃은 까닭

2010. 8. 1.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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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LA 교포, 트위터 통해 '김미화 기금' 추진한 사연

[미디어오늘 최훈길 기자]

"김미화씨. 부자 아니네요? 웬 모금을?"

지난 달 30일 미디어오늘 기사 < '김미화 지키기' 시민 모금 시작 > 에 달린 댓글이다. 기사는 녹색연합과 한국여성단체연합이 김미화씨를 응원하는 취지로 계좌를 신설하고, 시민들의 성금으로 이른바 '김미화 기금'을 조성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누리꾼이 김씨의 재력을 거론하며 기금 모금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김씨와 시민단체가 모금을 통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돕는 등 다방면의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 누리꾼에게는 여전히 기금 모금의 정당성이 의문시 됐던 것이다.

김미화씨 부자 아닌가요? 웬 모금을…

사실 기자도 반신반의한 게 사실이었다. 기금이 시작된 경위를 취재한 것도 이같은 궁금증 때문이었다. 애초 두 단체가 밝힌 보도자료에는 "한 재미교포가 미국 내에서 김미화 씨를 위한 모금운동을 벌이겠다는 계획을 전해오면서 기금 논의가 촉발됐다"고 설명했다. 이구경숙 여성연합 사무처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미화씨를 통해서 연락이 온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다시 김미화씨에게 전화를 했다.

▲ 김미화씨가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KBS 임원회의 결정사항이라는 문서를 공개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김씨는 "미국에 있는 모르는 분한테 연락이 왔다"며 "(저를 위한 기금을 모금하겠다고 밝힌)그분에게 '너무 감사하고 우리 사회에 저처럼 곤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나중에 생긴다면 그분들을 위해서 쓸 수 있도록 기금을 마련하면 좋겠다'고 말한 뒤 시민단체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김미화 기금' 아이디어를 낸 재미교포에게 다시 물을 수밖에 없었다.

재미교포는 현재 LA에서 변호사를 하고 있는 서권천씨였다. 서권천씨와 이메일을 통해 접촉하면서 비로서 기자는 '김미화 기금'의 취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서 변호사는 "변호사로서 볼 때 이 사건은 형사든 민사든 범죄의 구성을 전혀 갖추고 있지 못한 일로, 김미화씨 개인의 의구심의 표현에 불과했던 일이었다"며 "지극히 헌법적인 권리의 행사였다"고 밝혔다. 서 변호사는 "KBS는 그들의 입장을 밝히고 변호할 충분한 방어체제를 갖추고 있는 엄청난 기관이라는 것이 저의 생각"이라며 "그런데 그들은 그런 정상적인 방법을 무시하고, 즉시 김미화씨를 형사적으로 고소했다"고 지적했다.

그가 우려했던 것은 법적 소송의 결과보다는 지난한 소송 과정에서 김씨가 겪을 '고난'이었다. 그는 "재판의 결과와 상관없이 이미 개인은 망가지는 것이고, 힘센 자의 악의적인 의도는 결국 그 목적을 달성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변호사로서 의뢰인들이 이런 경우 진실에 상관없이 굴복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 오면서, 결국 김미화씨도 이렇게 될 것이라 생각하다, 경제적으로 도울 길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고 밝혔다.

일례로, 노무현 전 대통령, 한명숙 전 총리의 경우처럼 혐의를 최종적으로 벗을 때까지 '여론 재판'을 통한 끊임없는 '흠집내기'는 유명인들에게는 치명적인 것이었다.

▲ 방송인 김미화씨가 지난달 6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 http://twitter.com/kimmiwha/)에 올린 글.

그는 "KBS가 가지고 있는 막강한 힘은 민주 대한민국이란 체제에서 부여된 일종의 위임권"이라며 "그런 힘을 너무나 작은 한 개인의 삶을 이처럼 부당하게 피폐시킬 수 있는 악의적 행태로 쓸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의 작은 도움이 벌침이 되기를, 그리하여 벌떼가 되기를…"

그는 "그들이 김미화씨를 상대로 본보기적인 효과를 노린다면, 김미화씨의 적절한 대응은 역으로 본보기 적 효과를 얻어 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결국 김미화씨 개인을 돕는 것에 사회 정의를 형성해 가는 역사성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약한 사람들을 개미나 파리로 여기는 악한 힘도 벌 떼는 무서워하지 않겠습니까"라며 "그런 힘들이 효과적으로 모일 수만 있다면, 사람 사는 보다 더 좋은 세상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편지를 마무리했다.

▲ 최훈길 기자.

서 변호사가 "저의 작은 도움이 벌 침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힌 것처럼, '김미화 기금'의 핵심은 '부당한 권력의 행태에 시민들의 저항권을 보여주자'는 취지인 셈이다. 김미화씨의 입장에선 트위터에 올린 '블랙리스트' 글로 인해 KBS로부터 소송을 당했지만, 다른 한편에선 서 변호사와 같은 '응원'의 목소리도 터져 나온 셈이다.

물론,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희망의 단초는 있다. 서 변호사는 애초 김미화씨 관련 논란을 트위터를 통해서 알게 됐고, 생전 모르던 김씨와 트위터를 통해 연결이 됐다고 한다. '집단지성'의 힘이 저 멀리 바다 건너까지 전파된 셈이다. 벌써부터 트위터와 KBS의 한판승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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