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플랫폼 독점, CJ는 콘텐츠 독점 노린다

정철운 기자 2015. 11. 1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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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는 결합상품으로 잠재적 가입자 수백만 확보, CJE&M은 헐값으로 PP 인수하며 콘텐츠업계 공룡 될 것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이동통신 가입자 점유율 1위 SK텔레콤이 케이블방송(SO) 가입자 점유율 1위 CJ헬로비전을 인수했다. 단언컨대 2015년 방송업계 최대사건이다.

지난 2일 SK텔레콤은 CJ오쇼핑이 가진 CJ헬로비전 지분 53.9% 중 30%를 5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나머지 23.9%는 3년 내 인수할 방침이다. 인수 금액은 총 1조원.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인수로 유료방송 가입자를 750만 명(CJ헬로비전 420만명, SK브로드밴드 330만명) 보유하게 됐다. 1위 KT(840만)를 단번에 위협하는 수준이다. 점유율은 KT가 30%, SK+CJ가 26%다. SK텔레콤은 2016년 4월까지 CJ헬로비전과 IPTV사업 중심의 SK브로드밴드(SKB)를 합병할 계획이다. 

SKT의 CJ헬로비전 인수는 윈윈(Win-Win)으로 평가받고 있다. CJ헬로비전은 유료방송 가입자가 포화되고 추가적 인수합병도 어려워지자 아예 SO플랫폼을 포기했다. IPTV 출범 이후 이동통신사가 유료방송상품을 이동통신가입자 유치에 헐값으로 끼워 팔며 기존 SO사업자들이 경쟁력을 잃은 결과였다. SKT는 KT에 뒤쳐진 유료방송시장을 신 성장 기회로 봤다. 이동통신‧유료방송 결합상품으로 CJ헬로비전 가입자를 SKB로 옮기며 SKT로의 통신사 이동을 유도할 수 있다.

 
 
 
 

SKT의 CJ헬로비전 인수는 1위와 1위의 ‘합병’인 만큼 업계 파장이 상당하다. 참여연대는 SK텔레콤이 현재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 1위(49%), 알뜰폰 시장 점유율 2위(15%), 유선인터넷 2위(25%), IPTV 2위(28%)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51%)뿐 아니라 알뜰폰(33%), 유료방송(26%) 점유율이 높아져 통신시장과 유선방송에서의 지배력 남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경쟁사 KT 역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통신에 이어 방송까지 독점력을 확대시켜 공정경쟁을 훼손하고 시장을 황폐화시킬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럼에도 SKT는 유료방송합산규제법(가입자 점유율 33% 제한)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12월 초까지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미래창조과학부에 인수 인가를 신청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과 전국언론노조, 언론개혁시민연대, 참여연대, 미디어오늘이 공동 주최한 17일 토론회에서는 SKT의 지배력 남용에 대한 우려가 주를 이뤘다. 토론자들은 미래부가 SKT-CJ헬로비전 인수를 인가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심영섭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외래교수는 “결합상품 제공 등을 통해 기존의 SKT통신가입자와 CJ헬로비전의 가입자를 합산하면 산술적으로 2855만 명 확보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인수합병 이후 SKT가 CJ헬로비전 방송가입자에 대한 결합 및 약정할인제공 상품을 통해 케이블가입자를 SKT가입자로 모집할 경우, 수백만 명이 SK텔레콤으로 이동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두고 박형일 LG유플러스 상무는 “SK의 전략은 시장지배력을 통한 결합상품이다. 문제는 결합상품에 대한 규제 장치가 전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SK텔레콤은 이미 시장의 우월적 지위를 통해 T포인트로 가입자를 모은 다음 일방적으로 혜택을 축소한 전례가 있다”며 “이번조치는 경쟁제한효과(LOCK-IN)를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이동통신사, 알뜰 폰 회사, IPTV사업자, SO사업자 모두에게 타격을 주고 직간접적으로 고용된 노동자들의 처우 악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진걸 처장은 SK텔레콤 때문에 결국 알뜰폰 시장에 대기업 이동통신3사가 진출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이번 인수가 초래할 시장교란을 우려했다.

SKT가 50%가 넘는 이동통신 점유율을 기반으로 유료방송을 부가서비스화 할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 합병으로 SKT는 SKT계열 이동통신망 점유율이 51.1%까지 오르게 된다. KT망에 있던 CJ헬로비전 알뜰폰 가입자 85만 명이 SKT로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다. CJ헬로비전과 SK텔링크 소유로 알뜰폰 점유율 또한 30.83%가 된다. KT와 LG유플러스가 주장하는 것처럼 통신에서 유료방송으로 지배력 전이가 이뤄져도 유료방송합산규제법에 따르면 마땅한 규제수단이 없다. 

KT는 “자체분석 결과 SK+CJ 합병의 경우 유선방송 구역 78곳 중에서 23곳의 점유율이 60%를 넘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경우 소비자들이 독과점에 의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동원 언론연대 정책위원은 “(SKT는) 23개 권역 케이블 가입자를 IPTV가입자로 전환시키려고 유인할 것이다. 그러면 소비자는 아날로그 SO가입자로 남거나 IPTV로 가거나 둘 중 하나의 선택만 남게 된다”고 우려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 간 합병으로 시장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합병을 불허하거나 별도의 시정조치를 할 수 있다. 공정위는 2013년 대구 유료방송 사업자 티브로드가 대구케이블방송을 인수해 시장점유율을 83%로 높이자 3년간 수신료 인상을 물가상승률 이내로 제한하고 소비자 선호채널 축소 및 변경 금지 등의 시정조치를 내린 바 있다. 지역 단위 시장점유율이 인가의 변수가 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김선우 KT스카이라이프 정책협력실장은 “지역별 SO점유율을 33%로 제한하는 법안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추혜선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장은 “SK가 CJ를 인수하면 23개 구역 직사채널인 지역채널까지 SK텔레콤 산하로 편입되면서 SK가 CJ를 이용해 실질적 보도채널을 갖고 총선방송을 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김선우 KT스카이라이프 정책협력실장은 “IPTV사업자가 SO를 인수할 경우 보도기능을 금지하는 조건을 붙여야 한다”고 밝혔다.  

채수현 언론노조 부위원장은 “케이블은 결국 IP화 될 것이며 이번 인수는 IP전환의 주요 계기가 될 것”이라 전망하면서 SKT-CJ헬로비전 인수가 프로그램공급자(PP)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 예측했다. 채수현 부위원장은 “SKT는 결합판매 과정에서 방송콘텐츠 가격을 낮출 가능성이 높다. 그럼 콘텐츠를 공급하는 PP산업이 상대적으로 가난해질 것이고, 도산한 PP를 가져갈 기업은 재력이 있는 CJ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CJ가 헐값으로 PP를 인수하면 CJ는 점점 강력한 PP가 된다. 

김동원 언론연대 정책위원은 “CJ가 플랫폼 사업을 포기한 건 콘텐츠 시장에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는 증거”라며 “CJ가 콘텐츠 지배력을 확보하면 광고수익을 지금보다 더 많이 가져갈 것이고, 지상파 광고시장 파이는 더 줄어들 것”이라 전망했다. 

비단 광고파이의 문제가 아니다. 김선우 KT스카이라이프 정책협력실장은 “모바일 중심의 결합상품 확대는 신구 미디어간의 규제형평성 문제를 일으키고 저가의 유료방송상품 구조를 고착화시킬 것”이라며 “모바일-유료방송간 상품결합규제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KT는 인수합병으로 단번에 방송통신융합시장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 이는 SK의 전통적인 전략이다. 2002년 SK텔레콤은 시장점유율 3위 신세기통신을 합병하면서 시장점유율 56.9%를 확보했다. SK텔레콤은 2008년에도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을 인수해 초고속 인터넷 시장점유율 12%(2014년)를 확보하고, 이동전화를 포함한 결합상품 가입자 점유율에서 48%(2013년)를 기록하며 1위를 거머쥐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이번 인수만큼은 막아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박형일 LG유플러스 상무는 “산업진흥 측면에서 SKT의 CJ인수가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밝히면서 “2014년 컴캐스트가 타임워너를 합병하려고 할 때 미국은 초고속 인터넷 독과점을 초래한다며 합병을 불허했다”며 “이번 인수는 특정사업자(SKT)의 방송통신 장악력이 너무 커지기 때문에 우리는 현재 정부의 인가를 전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또한 이날 인사말에서 “정부가 시장에 미칠 파급력을 고려해 신중한 행정처분을 내려야 한다. 방송에 규모의 경제를 적용해선 곤란하다”며 사실상 인수 반대 입장을 밝혔다. 때문에 이번 SKT-CJ헬로비전 인수는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과 시민단체, 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의 연합전선 속에 미래부 인가를 반대하는 비판여론이 거세질 전망이다.

심영섭 한국외대 교수는 “시장의 경쟁상황을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공공성을 보장할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사업자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장기적 규제목표가 명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장 규제기관인 미래부와 방통위는 입을 열지 않고 있다. 미래부와 방통위 관계자는 이날 토론회 참석을 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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