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개콘 '민상토론' 징계.."이게 바로 코미디"
[한겨레] '메르스 늑장 대응' 풍자에 "품위 유지 위반"
제작진 "내부 검토 뒤 대응 여부 판단할 것"
21일 결방돼 논란이 일었던 <한국방송>(KBS) <개그콘서트>의 정치 풍자 코너 '민상토론'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 관련 기사 : 개콘 '민상토론' 결방 논란…다음주엔 제대로?)
24일 방심위는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어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대응을 풍자한 14일치 '민상토론'에 대해 "방송심의의 관한 규정 제27조(품의유지)를 위반했다"며 '의견제시'를 결정했다. '의견제시'는 벌점을 따로 부과하지는 않는 행정지도(경징계)다. 지난 15일 보수성향 단체인 인터넷미디어협회(인미협)는 14일 민상토론에 대해 "정부를 일방적으로 비판한다"며 방심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어 지난 21일 개그콘서트 방송에서 민상토론 코너가 결방돼 '외압 논란'이 일었지만, 케이비에스 쪽은 "완성도가 떨어져 내보내지 않은 것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여당 추천 함귀용 심의위원은 "메르스가 누구 책임인지를 떠나 많은 국민이 고통받는데 우스갯소리를 하면서 부적절한 표현을 쓴 것은 시청자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 특정인의 인격과 관련한 부적절한 내용이므로 행정지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 추천 박신서 위원은 "권력과 가진 자에 대한 풍자야말로 방송이 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여당 추천인 김성묵 위원장과 고대석 위원도 '의견 제시'에 동의해, 결국 전체 소위 위원 5명 중 찬성 3명, 반대 2명(야당 추천 장낙인 위원 포함)으로 징계가 결정됐다.
이재우 <개그콘서트> 프로듀서(PD)는 25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어제(24일) 정상적으로 '민상토론' 녹화를 마쳤고 이번주(28일)에는 방송된다"며 "방심위 제재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를 한 뒤 대응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코미디프로를 이런식으로 징계하는 자체가 코미디 같은 상황"이라며 "정치 얘기만 나오는 벌벌 떠는 '민상토론' 상황이 현실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14일 '민상토론'에서는 개그맨 유민상이 "정부의 대처가 빨랐더라면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지 않지 않았을까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고 말하자 개그맨 박영진이 "그럼 정부의 위기 대처 방식에 점수를 매겨 달라"고 요청했고, 유씨가 답변을 머뭇거리다가 손가락으로 오(O)자를 표시하자, 박씨는 "0점이란 말이죠"라고 말하는 내용 등이 방송됐다.
이정국, 남지은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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