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치사율의 진실, 언론 발표는 맞는걸까?
1.1~56%까지, 사망자/확진자*100 계산이 갖는 한계… "진행상황에서 치사율 큰 의미 없어"
[미디어오늘 이하늬 기자]
메르스 치사율이 널뛰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16일 메르스 치사율은 12.33% 이다. 전날(10.6%)에 비해 무려 2%가량 상승한 수치다. 16일 오전 기준으로 확진자는 4명, 사망자는 3명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그간 언론이 발표한 치사율을 보자. 언론들은 지난 6일 메르스 치사율이 10%라고 발표했지만 며칠 뒤인 9일에는 7.3%라고 보도했다. 확진자 숫자가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은 검증되지 않은 치사율을 보도하기도 했다. WHO(세계보건기구)와 사우디 사례 등을 보면 메르스 치사율은 40% 수준이다. 사우디에서는 확진자 1016명 중 447명이 사망했고, 사우디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최근까지 23개 국가에서 발생한 1142명의 확진자 중에 465명이 사망했다. WHO는 후자를 인용해 메르스 치사율이 41%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국과는 다소 다른 상황이지만 객관적인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2일 언론보도를 보면 메르스 치사율은 갑자기 한 자리수로 떨어진다. 일부 언론들이 독일 본 대학 크리스티안 드로스텐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메르스 치사율이 한 자리수 수준이라고 전한 것이다. 16일 오후 검색결과 이를 최초 보도한 매체는 더팩트다.이후 TV조선과 MBC를 비롯한 다수 언론이 이를 인용했다. 심지어 메르스 치사율이 1.1% 수준이라고 전한 매체도 있다.
TV조선은드로스텐 박사팀이 사우디인 1만여 명을 조사했더니 15명이 메르스 항체를 지니고 있었다"며 "사우디 전체인구 2700만 명에 대비하면 4만 명으로 추정할 수 있는데 실제 보고된 환자수는 2% 남짓 대다수가 증상 없이 앓고 지나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TV조선은 "드로스텐 박사팀은 전체 감염자 가운데 사망자를 따져 보면 치사율은 한 자리수로 떨어질 것이라고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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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MBC뉴스데스크의 메르스 치사율 관련 보도. 독일의 한 연구팀을 인용했다. 사진=MBC뉴스데스크 화면 캡쳐 | ||
하지만 이는 '오보'로 밝혀졌다. 연구 내용은 사우디인 1만 명을 조사한 결과 15명이 메르스 항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일부 언론은 이를 사우디 전체 인구에 적용한 다음, 치사율 계산의 분모를 1016(사우디 확진자 수)에서 4만(사우디 인구대비 항체 보유자 수)으로 바꿔버렸다. 즉 메르스에 감염 여부가 불분명한 이들까지 확진자로 계산해 나온 치사율이 한 자리라는 이야기다. 연구팀 드로스텐 박사도 JTBC에 "이 숫자에 근거해 치사율까지 결론을 내리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러다보니 보도되는 치사율을 믿지 못하겠다는 말도 나온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사망자/확진자*100 식의 계산이 아닌 사망자/(완치자+사망자)*100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후자로 계산할 경우 16일 기준 한국의 메르스 치사율은 56%(사망자 19명·완치자 17명)까지 급등한다. 일부 누리꾼들은 "후자로 계산해야 WHO의 치사율과 비슷해진다"며 "지금 치사율은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일부에서는 "정치적이며 터무니없는 계산법"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보편적으로 쓰이지는 않지만 이 계산법이 터무니없지만은 않다. 2014년 9월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지에 실린 치사율 계산법이 그렇다.당시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유행하던 때였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 이를 번역해 '글로벌동향브리핑'에서 소개한 것을 보면 해당 글은 3가지 치사율 계산법을 소개하고 있다. △사망자 수/ 확진자 수*100. △사망자 수 / (완치자 수+ 사망자 수)*100 △일부 집단을 설정한 다음 소강된 후에 계산하기다.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이 1번이다. 하지만 해당 글은 1번 계산법에 대해 "다수의 살아있는 환자, 특히 최근에 진단 받은 중증환자로 사망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이럴 경우 치사율이 낮게 평가되는 것은 당연하며 이같은 공식 치사율과 실제 치사율 간의 괴리는 질병이 급격히 확산될수록 커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 앤드루 람바우 교수도 이 계산법에 대해 "임의로 병원을 떠난 다음 사망한 환자들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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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연구팀 드로스텐 박사는 JTBC에 "이 숫자에 근거에 치사율까지 결론을 내리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답했다. 사진=지난 11일 JTBC뉴스 화면 캡쳐 | ||
그렇다고 2번째 계산법이 답일까? 해당 글은 2번째 계산법에 대해 "이렇게 계산할 경우 질병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의 마크 립시치 교수에 따르면 이 방법 역시 불완전하다. 생존자들은 평균적으로 사망자에 비해 오랫동안 병원에 머물기 때문에 치사율이 과하게 측정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는 완치한 환자들이 계속 입원을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완치자 수에서 누락돼 치사율이 실제보다 높게 측정된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가장 합리적인 계산법은 3번으로 보는 게 맞다. 거의 같은 시기에 감염된 환자들을 뽑아 모든 사람이 회복되거나 사망할 때까지 기다린 후에 계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의 메르스 사태는 이 시점이 되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일부 지역은 진정 국면으로 들어섰다고 발표했지만 4차 감염자가 6명이 되는 등 메르스 '3차 유행'이 본격화했다는 분석 또한 나온다. 한국은 아직 치사율을 계산할 시점이 아니다.
이에 대해 황승식 인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1번째 계산법은 고전적인 방법이며 2번째 계산법은 제안된 정도다. 결국은 3번째 계산법이 대세"라며 "현재 치사율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원칙적으로는 치사율은 유행이 종료된 다음에 발표하는 게 맞다. 지금의 치사율 발표는 섣부르다"고 지적했다. 만약 내일 메르스 사망자가 없이 확진자 숫자만 대폭 증가한다면? 언론들이 발표하는 치사율은 급감할 것이다. 현재 언론이 발표하는 치사율에 큰 의미가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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