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들 '묻지마 종북몰이'..사생활 캐기도

2015. 1. 12. 19:2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신은미씨 51일만에 강제출국

TV조선 사생활까지 91건 쏟아내

채널A와 MBN도 이념사냥 가세

'익산 인화물 투척'은 비판 안해

"인권침해" "사실보도 외면" 지적

TV조선 "보도에 문제있다 생각 안해"

재미동포 신은미씨가 지난 10일 강제 출국당했다. <조선일보>가 신씨한테 처음 '종북' 딱지를 붙인 지 51일 만이다. '종북몰이 마녀사냥'의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조선>은 지난해 11월21일치 1, 14면 "서울 한복판 '종북 토크쇼'"란 제목의 기사에서, 신씨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이 방북 경험을 소개하는 토크콘서트 자리에서 북한에 대한 "칭찬만을 늘어놓았다"며 이들을 '종북 인사'로 규정했다. 뒷날(22일) 사설에서는 두 사람이 "북한 체제를 찬양"했다고 했다. <조선>은 이날부터 신씨가 강제 출국하는 날까지 총 44일(일요일 제외) 가운데 20일 동안 집중 보도했다.

<조선>의 '물량 공세'는 종합편성채널(종편)에서도 두드러졌다. <조선>의 첫 보도부터 신씨의 강제출국까지 총 52일 동안의 지상파·종편의 간판 뉴스를 비교해보니, <티브이조선>은 관련 보도를 36일에 걸쳐 91꼭지를 내보내 양적으로도 가장 많았다. 뒤이어 <채널에이>가 34일간 61꼭지를 보도했다. <제이티비시>는 단신 1개를 포함해 5꼭지를 보도해, <티브이조선> 보도량의 18분의 1 수준이었다.

<조선>과 일부 종편들은 신씨가 2년 전 발간한 방북기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에 대해 북한 수뇌부에 대한 비판이 많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북 도서'로 낙인찍으려 했다. 신씨의 가족, 미국 생활 등 사생활도 파헤쳤다. 또 <티브이조선>은 "두 여성이 (토크쇼에서) 묘사한 북한은 그야말로 지상낙원"이라면서 두 사람이 북한을 지상낙원이라며 찬양한 듯 보도했으나, 두 사람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음이 경찰 조사에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티브이조선> 쪽은 '신씨 등이 북한을 낙원처럼 묘사했다는 취지에서 그와 같이 보도했다'고 해명했다. 법원은 지난해 언론이 '종북'이란 용어를 쓸 때 근거를 명확하게 갖춰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잇따라 내린 바 있다.

<동아일보>는 <조선>이나 자사 계열 종편인 <채널에이>와 달리 추측성 보도를 자제하는 등 상대적으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탈북자 출신인 <동아> 주성하 기자는 개인 블로그에 <조선> 보도를 두고 "현대판 마녀사냥"이라고 정면 비판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조선>과 <티브이조선>은 지난해 12월10일 전북 익산에서 일어난 한 고교생의 인화물질 투척 사건을 전하는 뉴스 보도에서도 다른 언론과 달리 '테러'란 표현을 쓰지 않았다. 오히려 이 고교생의 구속 수사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다. 당시 <채널에이>조차도 "자칫 수많은 생명을 앗아갈 수 있었던 테러 행동에 대한 비판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고교생을 위한 성금 모금 행위에 우려를 표시했다.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티브이조선> 등의 '종북몰이' 보도는 사실에 충실해야 한다는 저널리즘의 기본을 어긴 것"이라며 "이념으로 사람을 낙인찍고 죄악시하면서 그들에 대한 폭력에는 관대한 언론 보도는 민주주의 질서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신은미씨 등의 방북, 책, 토크쇼 등이 다른 사회 현안에 견줘 얼마나 뉴스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신씨의 강제 출국을 두고도 우리 사회 표현의 자유 위축이나 인권침해 등과 관련한 논란이 일어야 하는데, 언론 보도 탓에 논의의 폭이 좁아졌다"고 말했다.

이진동 <티브이조선> 사회부장은 12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신씨의 방북기가 (원래 문제가 있는데) 이전에 주목받지 못하다가 이제야 토크쇼 발언 등과 함께 문제로 떠올라서 (뉴스에서) 다룰 것이 많았다. '지상낙원' 보도가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새누리도 "이건 아닌데"…박 대통령 기자회견 보다가 TV 꺼"바보 같은 짓…말도 안되는…답할 가치도…" 박 대통령의 거친 표현'땅콩 회항' 여승무원은 교수직 제안 받았을까?[포토] 버스엔 차장 누나… 응답하라 70년대[화보] 헉! 내려다보기만 해도 식은땀이…거기서 뭐하는 거지?

공식 SNS [통하니][트위터][미투데이]| 구독신청 [한겨레신문][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