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의 위험한 기사작성

2014. 12. 1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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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룡의 미디어창] 빗나간 과잉보도는 독자에 대한 서비스가 아니라 건강한 사회형성에 대한 위협

[미디어오늘 김창룡 인제대 교수]

<'조현아 사태' 당시 일등석에 탔던 그녀는 누구?>라는 제목의 조선일보 기사는 뉴스로 독자들에게 전해져도 아무 문제가 없을까?

조선닷컴에 이런 제목으로 보도된 내용의 일부를 보면 이 기사는 흥밋거리는 될 수 있지만 저널리즘의 역기능을 우려해야 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보는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해보겠다.

첫째, '조현아 사태' 목격자인 '그녀'의 신원보호는 언론이 지켜야 할 언론윤리준칙이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일등석에 탔던 그녀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그녀가 누군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모씨'라고 소개하며 정확한 나이까지 공개하고 있다. 이 정도면 인터넷을 통해 벌써 누구인지 알려질 정도가 된다. 본인이 설혹 신원공개에 게의치 않는다 하더라도 언론의 윤리강령 차원에서 언론이 먼저 공개하면 안 된다.

이 사건의 본질은 '조현아 부사장의 분노폭발과 그에 따른 일탈행동, 위법논란' 등으로 아직 수사중인 사안이다. 필요하면 박모씨가 다시 검찰에 출석하여 추가증언을 해야 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선닷컴에서 이렇게 신원파악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자유롭고 정직한 증언을 계속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신원노출을 경계해야 할 언론에서 거꾸로 신원에 초점을 맞춰 흥미위주로 다루는 것은 일반 시민의 용감하고 정직한 증언을 방해할 수 있다. 뉴스 내용을 이끌어가는 기사내용의 구체적 문장들을 보면 이는 더욱 선명해진다.

▲ 조섯닷컴 화면 갈무리

둘째, 근거없는 소문을 기사화 하며 흥미를 유발시키려 하고 있다.

조선닷컴은 이 기사에서 "조 전 부사장의 '항공기 회항' 사건이 알려진 뒤, 일등석에 타고 있던 목격자에 대한 루머가 많았다. 박씨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일등석을 탄 것'이라거나 '비즈니스석에서 업그레이드 된 것', '대한항공으로부터 돈을 받아서 몸은 숨기고 있는 것'이라는둥의 소문이었다" 등 소문을 기사화 하고 있다.

이런 소문들을 "많았다더라"식으로 보도하는 것은 위험한 기사작성 행태다. 예를 들면, "조선일보는 오보를 내고도 정정하지 않고 되레 정정을 요구하는 사람을 급박했다라는 소문이 있더라"는 식으로 보도하면 조선일보 입장에서는 어떨까. '태어나서 일등석을 처음으로 탔든' '비즈니스를 업그레이드 시켰든' 그것은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다. 더구나 '대한항공으로부터 돈을 받아 몸을 숨긴다'는 소문을 기사화하는 행태는 박씨의 인격권 침해 소지도 다분하다. 도대체 조선일보는 무엇 때문에 이런 소문을 기사화하는 것일까. 흥미위주의 상업주의 소산으로 기사화 시키기에는 부작용이 심각하다. 언론이 개인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보도행태는 매우 후진적이다. 그 폐해에 주목하지 않는다면 조선일보는 '사회적 공기(公器)'가 아닌 '사회적 흉기(凶器)'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셋째, 의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조현아 땅콩회항 사건은 재벌들의 배타적인 지배구조방식, 재벌 2,3세들의 오만한 황제식 경영, 자질미달의 핏줄들이 요직을 독점하는 세습행태, 부사장 하나를 구하기 위해 대한항공 조직 전체를 위기로 몰고가는 한 줌의 경영자들의 구태, 조 부사장의 거짓 증언과 위선 사과 논란 등...그동안 재벌관련 뉴스에서 언론사들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던 내용들이 모처럼 주요 의제가 되고 있다.

조선일보부터 그동안 얼마나 친재벌적인 보도를 유지했는지 살펴보라. 언론사의 주요 광고주인 재벌에 대한 비판, 감시는 흉내만 냈을 뿐 제대로 비판을 한 적이 별로 없다는 지적에 어떻게 항변할 것인가. 조선일보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주요 언론사 대부분이 재벌 앞에 고개를 숙인 이유가 바로 '광고' 때문이었다. '경제민주화' 말만 요란했지 재벌 앞에만 가면 언론사들도 꼬리를 내렸다.

이번 대한항공 사건은 조 부사장이 재벌의 독점 지배, 오만한 황제식 경영행태를 온몸으로 스스로 고발한 셈이다. 지금은 조 부사장의 막말과 욕설을 증언해준 1등석의 승객이 누구인지 알듯 모를 듯 보도하기보다 본질적 문제를 시리즈로 다뤄야 할 때다.

미디어오늘은 최근 "조선일보 OOO은 제가 좋아했던 기자인데, 조선에서 저를 문건유출의 주범으로 몰고 가 너무 힘들게 됐습니다"라며 유서의 일부를 소개하며 "청와대 공직기강비서실의 정윤회 국정개입의혹 문건 유출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최 아무개 경위가 자살하며 남긴 유서에 이처럼 '조선일보'를 원망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유서에 특정 언론사 이름까지 거명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매우 수치스럽고 황망한 일이다. 보도의 역작용과 취재수칙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사과할 부분은 사과하는 것이 순리다. 빗나간 과잉보도는 독자에 대한 서비스가 아니라 건강한 사회형성에 대한 위협이다. 다양한 뉴스를 제공하려는 제작진의 노력을 폄훼하려는 것이 아니라 데스크 차원에서 좀 더 균형감을 갖고 걸러주는 (gate-keeping)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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