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판결로 보는 조중동과 KBS의 '언론자유도'

2014. 11. 28.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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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대법원 "노종면 기자 등 3명 해고 정당" 판결에 조중동은 외면·KBS는 단신처리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언론인은 직업 특성상 사내 문제를 쉽게 넘어갈 수 없다. 권력을 견제하고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는 사람이 정작 내부 권력문제와 부조리에 눈을 감아버리면 보도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언론인은 언론인에게 가장 중요한 노동조건인 공정‧객관 보도환경을 위협하는 사내 움직임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 이는 국민의 알권리를 지키는 언론인의 의무이자 권리다.

이명박 대선캠프 방송총괄본부장에 이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까지 지낸 구본홍씨가 2008년 YTN사장에 임명됐다. 대통령에 대한 불공정보도를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기자들이 싸웠다.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했다. 지난 27일, 대법원은 투쟁의 가담정도를 물어 노종면 등 YTN기자 3명의 해고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공정보도라는 언론노동조건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남의 회사 일이 아니다. 판례로 남아, 두고두고 언론인의 공정보도투쟁을 괴롭힐 것이다. 아무리 목적이 정당해도 사주의 경영권 행사 보호가 우선시 될 것이다. 국민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는 힘없는 구호가 될 것이다. 명백한 공정보도 침해 앞에서도 고작 알리바이를 위한 성명서 하나에 그칠 것이다.

때문에 대법원의 YTN 판결은 그 사안이 엄중하다. 하지만 주요 일간지 및 방송보도는 사안의 엄중함을 모르거나, 또는 축소‧외면했다. 28일자 전국종합일간지에서 이번 판결을 비판한 신문사는 경향신문‧한겨레신문‧한국일보였다. 27일자 방송사 가운데 대법원 판결을 비판한 곳은 없었다. 이번 YTN 판결 보도는 해당 언론사의 보도 자율성을 엿볼 수 있는 바로미터다.

특정 신문사주의 세습경영이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는 28일자 지면에서 관련 사실을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 세계일보는 9면, 국민일보는 13면에서 단신 처리했다. 서울신문은 9면에서 노사 양측의 입장을 담았다. 특정 사주가 존재하지 않는 경향신문‧한겨레신문, 지난해 '사주' 장재구 회장을 몰아낸 한국일보만이 주요지면과 사설을 통해 판결을 비판했다.

▲ 경향신문 28일자 사설.
▲ 한겨레신문 28일자 사설.
▲ 한국일보 28일자 사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경영권 침해 측면만 강조함으로써 권력의 언론 장악 시도를 정당화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신문은 사설에서 "인사위 개최방해, 항의농성, 인사명령 거부 등 행동에 이르게 된 경위는 따지지 않은 채 결과만 중시한 것"이라고 대법원을 비판한 뒤 "공정보도야말로 언론기관의 존재이유이며 경영행위도 바로 이 존재이유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역시 사설에서 구본홍 당시 YTN사장을 두고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 생명인 방송사 사장으로서는 부적합했다"고 밝힌 뒤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 3년간 보수화로 역행한 대법원에 대한 우려도 더욱 커졌다"고 비판했다. 사주의 존재유무, 사주의 영향력에 따라 언론인들이 동료언론인의 비극을 지면에 담아내는 수준은 이처럼 극명하게 드러난다.

공영방송은 어땠을까. MBC <뉴스데스크>는 27일 "노조가 공적 이익을 목적으로 했다 하더라도 회사의 핵심권리인 경영주의 대표권을 직접 침해한 만큼 징계해고사유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 취지를 담아 26초짜리 리포트로 내보냈다. 이 리포트에는 YTN 기자들이 반대했던 구본홍 YTN사장이 MB 선거특보 출신이라는 주요한 사실이 누락됐다.

KBS는 27일자 <뉴스9>에서 간추린 단신으로 판결내용을 보도하며 노종면 전 YTN노조위원장에 대한 해고 사유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관련 내용을 잘 모르는 시청자 입장에선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는 보도다. <뉴스9>은 노종면 등 기자 6명이 공정방송투쟁으로 해고 통보를 받은 2008년 10월 6일에도 YTN의 33명 대량징계사태를 단신 처리했다. 한결같은 '일관성'이다.

▲ 27일자 KBS '뉴스9'.
▲ 27일자 MBC '뉴스데스크'.

방송 3사 가운데는 SBS <8뉴스>만이 사안을 비교적 상세히 다뤘다. SBS는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언론 특보 출신 사장의 취임을 막기 위한 YTN 노조의 반대 투쟁은 전 현직 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6명의 해고로 이어졌다"며 "(징계무효소송) 1심은 공정 보도를 위한 행동임을 인정해, 해직 기자 6명 전원을 복직시키라고 판결했다"고 보도했다.

종합편성채널 4사 가운데는 JTBC만이 메인뉴스에서 관련 내용을 전했다. JTBC는 27일자 <뉴스룸>에서 2008년 투쟁부터 대법판결까지의 과정을 언급한 뒤 노종면 전 YTN노조위원장의 발언을 리포트에 담았다. 노종면 전 위원장은 27일 JTBC와 인터뷰에서 "언론자유에 대한 이해부족, 언론의 독립에 대한 이해부족이 결국 오늘 대법원 판결로 이어진 것"이라 말했다.

▲ 27일자 JTBC 뉴스룸.

사건의 당사자인 YTN은 어떻게 보도했을까. YTN은 27일 낮 리포트에서 "노 전 위원장 등 6명은 지난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선거 캠프에서 방송 상임 특보를 지낸 구본홍 씨가 YTN 사장에 임명되자 낙하산 인사라며 반대 투쟁을 벌이다 해고됐다. 1심 재판부는 YTN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적 이익을 위해 투쟁한 점에 비춰 해고 처분은 부당하다고 판단했지만, 2심 재판부는 경영권 침해 등을 들어 노 전 위원장 등 3명에 대한 해고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고 보도했다.

YTN은 "재판부는 노 전 위원장 등 3명이 해고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가 방송의 중립성 등 공익을 위한 목적이었다고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회사 측이 징계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공영방송 KBS와 MBC는 사건의 당사자인 YTN보다도 사안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조중동과 조중동 종편은 사안을 아예 다루지 않았다. 언론의 적(敵)은 언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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