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언론사에 기업 잣대..정권의 방송장악에 '면죄부'
[한겨레] [뉴스분석] YTN 3명 해고 정당 판결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 11월, 텔레비전 뉴스의 아나운서와 기자들은 검은색 옷을 입고 뉴스를 전했다. '낙하산 사장 반대'를 외치다 기자 6명이 해고된 보도전문채널 <와이티엔>(YTN) 구성원의 싸움에 <문화방송>(MBC), <에스비에스>(SBS) 구성원들도 연대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3월에 대통령의 멘토 최시중씨를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하고 바로 방송 장악에 나서 와이티엔을 첫 사냥감으로 삼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방송총괄본부장을 맡았던 구본홍씨를 새 사장으로 선임한 것이다. 노조는 출근저지 투쟁 등에 나섰고, 회사는 같은 해 10월 노종면 당시 노조위원장 등 기자 6명을 해고했다. 1980년 이후 최대 규모의 언론인 해직 사태였고, 이후 문화방송에서도 2012년 비슷한 과정을 거쳐 7명이 해고됐다. 이명박 정부 아래 모두 16명의 언론인이 거리로 내몰렸다.
대법원은 27일 와이티엔 해고 사태 6년 및 상고 3년여 만에 내린 판결에서 최종적으로 회사 쪽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와이티엔 노조원 9명(해고자 6명 포함)이 낸 징계무효 확인 소송에서 노종면 전 위원장과 조승호·현덕수 기자의 해고는 정당하다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노 전 위원장 등이 방송의 중립성 등 공적 이익을 도모하려 했던 점을 참작하더라도, 해임이 징계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고법은 2011년 4월 이들의 행동이 "사용자의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권리인 경영진 구성권과 경영주의 대표권을 직접 침해했다"며 노 전 위원장 등 3명에 대한 해고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가담 횟수나 정도를 고려"해 권석재·우장균·정유신 기자의 해고는 부당하다고 했다. 나머지 노조원 3명의 정직처분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6명의 해고가 전부 불법이라고 본 2009년 11월 1심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당시 1심은 "원고들이 방송의 공정보도의 원칙 내지 정치적 중립이 저해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 그런 행위를 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MB정부 낙하산사장 반대 투쟁'전 노조위원장 등 복직소송 패소MBC 해직자 재판에 영향 우려기자 3명은 해고무효 확정사쪽 "행위 정당했다는건 아니다"
이날 대법 판결은 '경영진 구성권은 사용자한테 있다'는 항소심 재판부의 논리를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언론사도 일반 기업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인데, 언론사의 공공적 성격을 주장해온 언론학계 일반의 의견과 엇갈린다. 1995년 창사된 와이티엔은 1998년 외환위기 뒤 한전케이디엔(KDN) 등 공기업이 대주주 지위를 차지하는 공적 소유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날 판결은 이명박 정부 이후 현저하게 악화된 방송 공정성에 더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방송 지키기'에 힘을 쏟으며 내부 견제 역할을 해온 노조 활동의 발목을 잡는 판결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현 정권도 방송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은 김시곤 전 <한국방송>(KBS) 보도국장의 폭로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인 해직 사건에 대한 첫 대법원 판단이라는 점에서, 문화방송 해직기자·피디들의 항소심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문화방송 해직자들은 올해 1월 서울남부지법으로부터 전원 '해고 무효' 판결을 받았고, 사쪽의 항소로 2심이 진행 중이다.
언론·시민단체들은 비판 성명을 쏟아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대법원은 언론의 자유와 경영권 행사가 맞부딪칠 때 언론의 자유가 제한돼야 한다고 판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송기자연합회도 "대법원은 위축될 대로 위축된 대한민국의 언론 자유를 더 무너뜨렸다"고 했다.
언론학자들도 우려를 표시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와이티엔 기자들은 사회 공익을 위해 공정방송 투쟁을 벌였다. 법원이 본질을 잘못 읽었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이 자칫 민주주의 후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광고홍보학과)는 "민주주의는 언론의 자유를 통해 발전하고, 언론의 본질적 기능은 공정보도 또는 권력비판"이라며 "대법 판결은 민주주의 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와이티엔 노조는 해고가 확정된 3명에 대한 복직 투쟁을 이어갈 방침이다. 하지만 와이티엔 사쪽은 "대법은 해고 무효가 확정된 3명에 대해서도 해고 수위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일 뿐, 당시 행위가 정당했다고 한 건 아니다"라는 공식 입장을 내놔, 복직 예정자들에 대한 추가 징계 가능성을 시사했다.
결국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유언론실천재단 김종철 이사장은 "해직언론인 특별법 제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2008년 박근혜 정부의 출범을 준비하던 인수위원회는 국민대통합위에서 해직언론인 문제를 협의하겠다고 약속한 적 있다. 지난해 최민희·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이 낸 해직언론인 특별법은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김효실 이경미 이정국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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