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편향 MBC, '공정방송' 조항 단협서 빼려해

2014. 10. 16. 20: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문화방송>(MBC)이 깊은 '침묵'에 빠져있다. 여권 편향적인 보도 태도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활력을 잃고 있다는 평가다. 문화방송 한 기자는 "기자들이 무서워서 카톡도 안한다. 실시간 감시를 당한 느낌"이라고 했다. 최근 한 기자가 카카오톡 대화창에 기사 내용을 올렸다는 이유로 징계까지 당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데는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프로그램 제작 과정 등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 여러 장치들이 사실상 무너져 내린 것을 주요하게 꼽는 목소리가 높다. 지상파 방송사는 그동안 노조가 참여하는 '제작 자율성 확보' 제도를 여러 형태로 운영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본부장 신임 평가제도다. 보도의 책임자인 보도본부장을 구성원들이 직접 평가하는 제도로, <한국방송>(KBS)의 경우 단체협약으로 노사가 합의한 본부장 신임평가제를 운영하고 있다. 투표 결과 재적조합원 3분의 2가 불신임의 뜻을 표시하면 본부장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 최근 세월호 국면에서 벌어진 '길환영 사장 사태'를 계기로 노조는 제도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해임 건의 수준이 아닌 해임을 강제화하도록 할 요량이다. 노조는 이를 개혁의 핵심 과제로 보고 현재 협상에 임하고 있다.

노사 참여하는 공정방송협의회'김재철 체제' 이후 효력 상실제작 자율성 보장제도 와르르'보도 비판' 보고서에도 윗선 침묵노조 '공방협 복원' 10여차례 협상사쪽 "프로 제작, 협상 대상 아냐"

<에스비에스>(SBS)도 같은 제도를 갖고 있다. 재적인원 3분의 2가 본부장에 대한 부적합 판단을 하면 이 결과를 경영진에 전달하도록 했다. 또한 노사가 동수로 참여하는 편성위원회를 지상파 방송사 가운데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공정성 시비가 일면 노조가 편성위원회 개최를 요구할 수 있다. 에스비에스 노사는 16일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엘티이뉴스' 꼭지가 다시보기 서비스 등에서 삭제된 사안 등을 안건으로 한 편성위원회를 열었다. (표 참조)

물론 문화방송도 비슷한 제도가 있었다. 노사가 참여하는 공정방송협의회 제도인데, 노조가 회의 개최를 요구해 보도 등의 문제점을 논의할 수 있다. 공정방송협의회 운영규정에 따라 본부장 평가 의견조사를 실시해 사장에게 결과를 전달하고 이와 별개로 국장의 보직변경 등의 요구도 가능하다. 이는 모두 노사가 합의한 단체협상으로 보장된 것이다.

하지만, 김재철 전 사장의 취임 뒤 회사는 단체협상을 사실상 파기했다. 김 전 사장은 노조의 공정방송협의회 개최 요구를 묵살하다가 노조의 끈질긴 요구로 몇 차례 열긴 했지만, 2012년 파업을 거치며 2013년 초 단체협상의 효력이 만료됐다. 노조는 견제장치 복원을 위한 단협 체결을 서두르고 있으나, 회사 쪽은 공정방송협의회 부분을 단협에서 아예 빼려 하고 있다.

이밖에 노조에서 발행하던 민주방송실천위원회(민실위) 보고서도 울림 없는 메아리가 된 지 오래다. 노조 관계자는 "과거에는 민실위 보고서가 나오면 보도 책임자들이 직접 연락해 적극적으로 해명을 했다. 이제는 아무런 반향이 없다"고 말했다.

문화방송이 지상파 방송사 가운데 역행하는 모습이 유독 두드러지자 전문가들은 우려를 나타낸다. 전규찬 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신문방송학·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문화방송이 공영방송으로서 존재 가치를 잃는 유령화 현상을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회사 쪽은 다른 장치로 공정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문화방송 관계자는 "보도 등 프로그램 제작은 노조와 협상할 대상이 아니다"며 "9월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정성위원회가 발족됐고, 시청자위원회도 정상 가동 중"이라고 말했다. 공정성위원회는 회사 쪽에서 위원을 모두 선임하고, 시청자위원회 위원 위촉 역시 노조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차라리 죽여달라"는 엄마의 입을 벌리고…"영부인도 싫다! 값싼 기숙사를 다오~"둘째 갖고 싶은데, 남편은 오늘도 또…[화보] 색을 입고 다시 태어난 클레오파트라[화보] 이게 교회라고? 세상에서 가장 독특한 교회들

공식 SNS [통하니][트위터][미투데이]| 구독신청 [한겨레신문][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