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균 검거와 한국 언론의 퇴행

2014. 7. 3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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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룡의 미디어창] 퇴보하고 있는 언론의 저널리즘 정신

[미디어오늘 김창룡 인제대 교수]

한국 언론환경은 향상되고 있지만 진실을 추구하는 저널리즘 정신은 거꾸로 퇴보하고 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기술의 발달은 시공을 초월하여 긴급한 뉴스를 실시간으로 서비스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은 컴퓨터 강국, 미디어 강국으로 세계속에 찬사를 받고 있다. 종합편성 채널을 비롯한 수많은 케이블 TV 등 어디서든, 무엇이든 언제든지 보고 즐길 수 있는 디지털 미디어 서비스 환경은 한국이 세계적 명성을 얻는데 손색이 없다.

그러나 이런 화려한 외적 성장 이면에 표류하는 저널리즘의 현주소는 초라하다. 특히 세월호 사건에 나타난 우리 한국 언론의 민낯은 스스로 '부끄럽다'는 반성문이 나올 정도다. 세월호 참사 당시 확인없는 받아쓰기 등 무수히 쏟아진 오보를 비롯한 무분별한 보도 때문만은 아니다. 대다수 한국 언론은 최근 검찰의 유대균 검거소식을 다루는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때와 비슷한 방식의 보도를 하면서 또 다시 '기레기' 손가락질을 받았다. 세월호 사건의 본질과 관계없는 흥미성 가십 보도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건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유대균씨와 함께 검거된 박수경씨와의 관계, 미모여부 등을 흥미위주로 다뤘다. 결혼과 이혼문제, 호위무사 등 세월호 사건과 무관한 내용들이 여과없이 보도됐다. 심지어 구속된 박수경씨가 '이쁘면서 싸움짱'이라는 이유로 팬카페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무엇을 보도하고 무엇을 보도해서는 안되는지 언론이 몰라서 그렇게 한 것 같지 않다. 가십성 보도가 '돈이 되기 때문'이고 데스크도 '클릭수'를 유도할 수 있는 보도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채널A보도

서울신문은 7월 26일 온라인에 < 신엄마 딸 박수경, 유대균 지키며 4월 이후 오피스텔 기거...뒤룩뒤룩 살찐 유병언 아들 유대균, 수척한 미인형 박수경 검거 후 인천 광역수사대 압송 > 이라는 긴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언론이 함부로 남의 인격을 모욕해서는 안된다. 또한 범죄 혐의자를 '미인, 미남' 등으로 묘사하는 것도 신중하지 못한 처사다. 단순히 언론의 윤리강령 위배차원을 넘어서는 더 심각한 법적 문제가 있다. 유대균씨나 박수경씨는 흉악범도 아니고 가정파괴범과도 직접 관련이 없는 단순 도피자일 뿐이다.

그런데 얼굴과 신원을 완전히 노출시킨 것은 인격권 침해로 언론이 실정법 위반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는 불법보도 영역이다. 인격권은 언론자유만큼이나 소중한 인간의 존엄한 가치이자 보호받아야 할 권리이다. 또, 세월호 본질과 무관한 내용을 사회 주요 이슈로 다룬 것은 난데없는 '치킨' 논란이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조중동과 종편은 지난 7월 27일 유대균씨가 도피 중 뼈 없는 치킨을 주문했다는 내용의 채널A 단독보도와 동아일보 기사를 시작으로, 28일 유대균씨가 치킨은 물론 '인스턴트 음식'으로 연명했다는 조선일보 기사가 나왔다. 중앙일보는 28일 치킨을 먹은 것은 맞지만 주문한 사람은 유대균씨가 아닐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TV조선은 28일 치킨을 시켜 먹은 적이 없으며, 닭을 싫어하고 해산물을 좋아한다는 유대균씨의 반론(?)도 보도했다.

미디어오늘은 '세월호 참사 책임을 둘러싼 공방이 사라진 자리에 치킨이 남았다'고 지적했다. 미디어 오늘은 '진보언론'도 어뷰징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경향 디지털뉴스팀은 27일 < '올드보이'처럼 그럴 만두하군!…"유대균, 만두가 주식" > 이라는 기사에서 "좁은 공간에 갇혀 있었다는 점" "만두가 공급됐다"는 점 등을 올드보이와 유대균씨의 공통점으로 꼽았다. 진보, 보수를 떠나 신문, 방송을 망라하여 대부분의 한국 언론은 왜 세월호 참사에서 이런 수준이하의 보도를 지속적으로 내보내는가. 이런 문제를 개선할 방법은 없는가?

우선 과잉경쟁에 따른 살아남기 경쟁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대부분 한국 언론은 적자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종합편성 채널 4개 회사가 2012년 영업손실은 309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무소속 강동원 국회의원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자료 분석) 이 가운데 JTBC의 영업손실이 1397억원으로 1위를 기록했고 채널A가 737억원, TV조선이 543억원, MBN이 419억원을 기록했다. 생존이 급급한 곳에는 저널리즘 본령이 뒤로 밀리는 법. 한국처럼 한 언론사가 보도하면 그대로 따라하기 보도전통이 성행하는 곳은 진실 여부보다 클릭숫자가 더 중요한 법이다. 차별화 된 보도, 뭔가 색다른 뉴스찾기는 진실을 추구하는 저널리즘이 아닌 대중에 영합하는 뉴스찾기 즉 가십성 뉴스에 집착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과잉경쟁보다 더 심각한 원인은 법과 윤리강령의 부재에 있다. 언론이 한 개인의 인격권 침해보도를 일삼아도 내부적으로 언론윤리강령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법적으로 판단을 구하더라도 사법부는 '언론자유'라는 도그마에 빠져 '개인의 인격권' 정도는 대충 무시해도 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언론은 두려움 없이 죄인이라면 '부관참시'에 '모욕'과 '망신' 등 불법 보도를 예사로 할 수 있는 미디어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언론이 먼저 자율적인 규제를 정비해야겠지만 하는둥 마는둥 시늉만 내고 있다. 절박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법이 강제력을 행사해야하는데, 문제는 한국의 법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너무 강하는 점이다. 여기서 비극은 반복되고 저널리즘의 발전은 거꾸로 가는 행태가 나타나는 셈이다. 사법부가 언론의 인격권 침해에 대해 엄중한 잣대를 적용하기 시작하면, 언론 스스로 윤리강령을 실효성있는 자율규제수단으로 재검토하게 될 것이다. 언론자유를 존중받기 위해서는 인격권 보호에 언론이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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