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기자님, '한 의원'이 아니라 이완영입니다
[비평] 국조 때 졸고 고압적 자세 이완영, 일부 언론 안 다뤄…조선은 그냥 '한 의원'으로
[미디어오늘 정상근 기자] 세월호 침몰사고 국정조사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30일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지부진한 국정조사에 분통을 터트리는 유가족에게 "내가 당신에게 말했냐", "경비는 뭐하냐"라고 말하거나 잠을 자는 등 '태도 불량'이 원인이었다. 이 의원 외 새누리당 의원들도 자리를 비우는 일이 잦아 "국정조사를 할 의지가 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회의원이 사상 초유의 참사인 세월호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에 참여하면서 유가족에게 고압적인 자세를 보이거나 조는 행동을 보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의원 측은 "잠깐 졸수도 있다"는 반응을 보였는데 여론은 좋지 않다. 일부 언론도 국정조사에 임하는 특위 위원들의 자세에 질타를 가했다.
한국일보는 2일자 5면 < 질의도 답변도 건성건성…세월호 국조 초반 맹탕 > 기사에서 "당장 일부 위원들의 불성실한 태도가 도마에 올랐고 정부도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등 진상 규명을 방해하는 행태를 보여 국정조사가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고 지적하며 이완영 의원을 실명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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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2일자. JTBC 뉴스9 화면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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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도 1일 < 뉴스9 > 에서 손석희 앵커가 "실종자 가족들은 국정조사 기관보고가 진도에서 진행되기를 바랬지만 국회는 그 소망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러면 기관보고라도 제대로 받았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라며 이완영 의원의 조는 모습을 영상으로 내보내며 비판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도 이완영 의원을 실명 비판했다. 문화일보는 2일자 사설 < 졸고 싸우고…세월호 유족 상처 더 키우는 국회 특위 > 에서 "정치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역할도 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이와 반대로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며 이완영 의원의 행태를 비판했다.
그런데, 이완영 의원의 이름이 없는 언론사가 더 많다. 분명 국정조사 과정에서 누가 졸거나 유가족에게 고압적인 자세를 보였는데, 그 이름이 없다. 공적 책임을 지닌 국회의원이 국정조사라는 공적 자리에서 벌인 위와 같은 행태를 실명 비판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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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7월 2일자 6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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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2일자 6면 < 세월호의 눈물 마르지 않았는데…싸우고, 졸고, 자리 비운 국조 특위 > 에서 "일부 의원들은 30~40분씩 자리를 비웠다", "자리에 앉아 조는 의원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여야 의원 간 고성과 막말도 이어졌다", "일부 피해자 가족이 회의 도중 일어서 항의하자 한 의원은 '내가 당신에게 말했느냐'고 말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조선일보 기사에 논란의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당 의원인지 야당의원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그럼으로써 이완영 의원의 '태도 불량'이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전체의 '태도 불량'이 됐다. 그렇게 국민들은 정치에 더 환멸을 느낄 것이다.
KBS도 이완영 의원의 이름이 없었다. KBS는 1일 < 뉴스9 > 에서 국정조사 소식을 전하면서 말미에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는 자체 보고서를 통해, 기관장과 특위 위원들이 국정조사에 불성실한 태도로 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고만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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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7월 2일자 12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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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조선일보와 KBS는 '언급'이라도 한 편이다. 여당 의원의 '태도 불량'을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언론도 많았다. MBC가 그랬고, 동아일보와 중앙일보가 그랬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국회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이 진상을 규명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일부 언론들도 이 국가적 참사의 진상을 전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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