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지면에 '문창극 비판'이 없다

2014. 6. 18.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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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해명에 치중, JTBC 보도와 대조… 자사 보도 두고 사내에서도 의견 분분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1975년 중앙일보 기자로 입사해 2012년 말 퇴직 때까지 37년간 신문사 생활을 한 정통파 언론인." 중앙일보 '선배'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중앙일보의 보도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논란을 다뤘으나 뒷면에 배치했고, 비판보다는 해명에 초점을 맞췄다. 직접적으로 호감을 드러내는 칼럼도 있었다. 문 후보자에 대한 사회적 비판여론과 결을 달리한 중앙의 논조는 득보다 실이 커 보인다.

지난 11일 중앙일보는 대다수 언론이 우려했던 '문창극 칼럼'을 인용하며 "문 후보자의 철학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신, 건강한 자유시장경제의 확립, 확고한 안보, 원칙론에 입각한 대북정책으로 정의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올곧고 바른 정통 보수주의자"라는 평가도 이어졌다.

중앙은 문 후보자를 두고 "권력을 가진 취재원들에게도 쓴 소리를 자주 해 박 대통령에게도 할 말을 하는 총리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문 후보자의 칼럼이 삼성 편향적이었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삼성에 대해서는 9차례(칼럼)에 걸쳐 사회적 책임을 요구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앙은 문 후보자를 두고 '수첩 밖 1호 총리'라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보균 중앙일보 대기자의 지난 12일자 칼럼 < 박근혜 인사의 파격 > 을 보면 문 후보자에 대한 중앙의 호의적 시각이 더욱 돋보인다. 칼럼은 문 후보자를 가리켜 "그의 시선은 명쾌하다. 애국심과 자유 가치의 수호에서 뚜렷하다. 그는 부국강병의 역사적 진실에 충실하다. 그는 자유민주적 보수주의자다. 그는 자기 소신에 온정을 넣었다"라며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사퇴를 주장하고 있는 후보자에 대한 호평은 지면을 궁지로 몰고 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언론은 연고에 약하다. 자사 출신 인사는 거의 비판하지 않는다. 자기 식구에 대한 감싸기다"라고 비판한 뒤 "외부에서 '문창극 칼럼'을 읽고 그를 자유민주적 보수주의자라 평가하는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편집국에 남아있는 또 다른 '문창극 칼럼'들이 문 후보자를 지탱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앙일보는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을 외면하진 않았다. 다만 동아일보가 지난 12일자 1면 상단에 배치할 때 3면 하단에 배치하는 식으로 사안의 경중을 판단했다. 13일자에선 논란이 된 교회 강연 영상을 한 면에 걸쳐 요약하며 전후 맥락을 보도했다. 예컨대 "조선민족의 상징은 게으른 거다"라는 발언에 대해선 "암만 노력해봐야 나에게 남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게을러지는 거다"라고 해명하는 식이었다. 각종 논란이 여야 공방으로 처리되고, 1면에선 문창극이 사라졌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사과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논란이 된 이후인 14일자 기사에선 "'반성은 일본인 자신의 문제요, 책임이다. 그만 한 그릇밖에 안 되는 사람들인데 어떻게 하겠나'라며 일본의 역사인식 문제를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사설에선 "일부 언론의 편향 보도만으로 총리 자질을 예단하거나, 마녀사냥식 여론재판에 나서는 것은 국민이 부여한 국회의 인사청문권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앙미디어네트워크 계열사인 JTBC 보도는 중앙의 프레임을 돋보이게 했다. JTBC는 지난 11일부터 < 문창극 발탁 배경엔 김기춘?…박정희재단 함께 활동 > , < 당황스러운 새누리당…문창극 후보 자진 사퇴 목소리 > , < 박대통령 서울 지지율 30%대 기록…인사문제 발목 > 등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중앙일보 기자들은 자사보도에 대해 대체로 말을 아꼈다. 편집국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린다는 사실만 전해들을 수 있었다. 또한 중앙일보 일부 기자들은 JTBC 보도에 대한 불만도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JTBC의 한 간부는 "우리는 전과 마찬가지로 당당하게 보도하려고 했다. 중앙일보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건강한 긴장관계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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