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공작 파트너로 몬 고승덕 후보가 가르치는 반면교사

2014. 6. 2. 09:5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창룡 칼럼] 딸과 아들 가족에 대한 잘못은 진솔한 사과만이 답이다

[미디어오늘 김창룡 인제대 교수] "이럴 수가 있을까." 타락한 서울시 교육감 선거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었다. 선거판 후보들간의 다툼에 괜히 오해를 부를 글을 올리기가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2014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버림받았다는 딸의 주장에 대해 '공작정치'라는 아버지의 주장이 맞서면서 패륜이란 용어까지 등장했다.

서울시 교육정책이나 사교육 절감방안 등 미래 교육에 대한 비전은 없고 볼썽사나운 가정사가 새로운 쟁점이 되고 있다. 고승덕 교육감 후보는 자신의 친딸이 작성한 '교육감 후보 자격없다'는 글에 대해 후보 사퇴를 거부하고 '딸 이용한 공작정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작정치의 당사자로 경쟁관계에 있는 문용린 교육감 후보를 지목했다. 문용린 후보는 바로 기자회견을 자청하여 "세월호 침몰사고 때 팬티바람으로 도망간 선장과 (물의를 빚은) 고 후보가 보여준 책임감 없는 모습은 서울교육을 어떻게 이끌어가야 할지 분명한 방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문후보는 심지어 "따님이 아버지를 흠집 내고, 아버지는 딸을 돌보지 않았다. 이것이 하나의 패륜의 한 모습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6월 1일 서울 을지로 3가 소재의 선거캠프에서 "고승덕은 서울시 교육감으로 걸맞지 않은 사람"이라는 입장을 밝힌 딸 고희경 씨에 대한 본인의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 회견을 가졌다. 사진=윤성한 기자

선거판이 이렇게 막가는 것은 서울 시민은 물론 대한민국 교육계에 대한 모독이다. 교육자들은 함께 부끄러워 해야 할 일이다. 주장이 극단적으로 맞서다 보면 무엇이 사실인지, 무엇이 주장인지 혼란스러워 진다. 선거를 떠나서 객관적으로 이 사안을 정확하게 잘 살필 필요가 있다. 서울시 교육감이 누가 되든 그것은 유권자들이 선택할 문제이지만 앞으로 교육정책과 미래 사회는 우리 모두가 함께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이혼이야 살다보면 선택할 수도 있지만 자신의 어린 자식마저도 내팽개치고 교육감 선거에 후보로 출마한다는 것은 딸의 표현을 빌리자면 '선을 넘은 것'이다. 딸의 한맺힌 주장을 들어보라. "...아버지 없는 생활에 익숙해졌을 무렵 저는 겨우 11살 이었습니다. 매년마다 돌아오는 아버지의 날은 저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아버지는 어디 계시고, 무얼 하시느냐고 묻는 것이 저는 끔찍하게 싫었습니다."

내 아이가 아버지없이 외롭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고후보가 어떻게 그렇게 무심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아이는 절규에 가까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전화나 인터넷이 있었지만 저나 동생에게 잘 있는지 연락 한번 하신 적이 없었습니다. 자기 자식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후보에게 연락이나 생일 선물을 받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당연히 경제적 지원이나 자녀 교육에 대한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아버지 역할을 하지 않으면 누군가가 대신해줘야 한다. 딸은 그 빈 공간을 어머니와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가 대신했다고 한다. 이런 주장을 고 후보는 부인하지 않았다. 공부 잘하여 고시에 합격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예의를 알고 타인을 존중하는 인본을 가르치고 실천하는 것이 교육의 핵심가치 아닌가. 자기 자식 교육에 무심했던 사람이 서울시 나아가 대한민국 교육을 책임지겠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생명의 소중함을 넘어 천륜을 저버렸다는 비판을 받는 후보가 교육감이 된다는 것은 교육자의 입장에서 끔찍한 일이다.

고캔디 씨가 지난달 31일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한 가족사진

필자는 인제대학교에서 해외로 입양됐다가 성인이 된 사람들을 한국으로 초청하여 교육시키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립대학에서 드물게 예산을 지원하여 한때 친부모와 모국으로부터 버림받은 해외입양인들을 매학기 10여명 내외를 초청하여 한국어와 한국역사, 문화 등을 가르치는데 한 아이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소개한다. 몇 년 전 앤드류라고 불리는 미국으로 입양돼 간 한국입양인이 인제대학교 국제교육원(iiihr)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미국 대학생으로 성장한 아이는 1980년대 후반 대구에서 버려진 아이였다. 그 때가 네 살 무렵으로 앤드류는 기억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술을 마시고 집에 오면 어머니를 때렸고 그런 날이 반복되면서 어느 날 어머니는 집을 나갔다고 한다. 그리고 며칠 뒤 자신은 대구 번화가 동성로에 버려졌다. 주머니에는 '이 아이를 잘 돌봐주세요'라는 쪽지와 함께. 결국 앤드류는 아동복지시설을 거쳐 미국으로 입양됐다.

대학생이 돼 다시 한국에 돌아와 극적으로 아버지를 찾게 됐다. 그 아버지는 뒤늦게 술도 끊고 재혼을 해서 대구 인근에서 식당영업을 하고 있었다. 어렵게 친아버지를 찾은 앤드류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지만 아들을 버렸던 아버지는 눈물을 펑펑 쏟았다. 아버지는 재혼을 했지만 웬일인지 자식이 생기지않아 무자식으로 살아왔다고 했다. 뒤늦게 찾아온 아들이 너무나 반가왔지만 이제 미국인이 된 아들과 대화가 되지 않았다. 아버지는 하룻밤만이라도 아버지와 함께 자자고 했지만 아들은 식당 냄새가 지독하다며 인제대학교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그 후 주말이 되면 아버지는 멀리서 아들이 있는 대학교에 왔다가 눈물만 쏟다 돌아가곤 했다. '자신을 버린 아버지'에 대해 아들은 '이제 봤으니 됐다'고 그냥 미국으로 돌아갔다.

자신의 소중한 아이를 헌신짝처럼 버린 아버지는 뒤늦게 자식으로부터 버림받았다. 더 이상 자식을 갖지 못한 처지에 대해 그 아버지는 스스로 "천벌을 받았다"고 말했다. 필자가 해외 입양인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첫 번째 이유가 한때 우리나라가 가난해서 포기했던 아이들에게 국가와 국민이 해야 할 최소한의 예의이자 의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해외 동포, 국제결혼한 자녀들도 이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부모가 멀쩡하게 살아 있으면서 아이를 버리는 가정이 한국에는 의외로 많다. 이명박 정부 때는 이환의 환경처 장관이 친자확인 소송으로 패소했다. 장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피붙이를 내팽게치자 친자확인 소송까지 가게 된 부끄러운 사건이었다. 한국이 더 이상 이런 위선적인 인간들에게 고위직을 내줘서는 안된다. 고후보는 다시 공작정치를 주장하고 있다. 아버지없이 성장한 딸을 두 번 죽이는 셈이다. 자유로운 의사로 자신의 주장을 진솔하게 정리한 내용에 대해 공작정치라고 뒤집어씌우는 것은 정적에게나 할 행태이다.

딸에게까지 공작의 파트너로 몰아가는 것은 잔인한 일이다. 고 후보는 3고시 출신 전직 국회의원, 변호사 등 화려한 경력으로 한국사회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공부하는 학생들의 우상이다. 타인이 아닌 딸과 아들 가족에 대한 잘못은 진솔한 사과만이 답이다. 교육감 선거가 더러운 정치싸움으로 변질돼서는 안된다. 교육자라는 이름이 부끄러워지는 날이다.

Copyrights ⓒ 미디어오늘.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