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모든 구성원이 길환영 사장 나가라 한다"
양대노조-5개 직능단체 합동 기자회견…간부들 보직사퇴도 이어져
[미디어오늘 정상근 기자]
길환영 KBS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KBS 사내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나섰다. KBS노동조합(위원장 백용규·KBS노조)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권오훈·KBS본부), KBS기자협회(위원장 조일수), KBS PD협회(위원장 홍진표) 등 KBS 내 양대노조와 5개 직능단체들은 23일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길 사장의 사퇴와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지난 21일 길환영 사장이 사내 특별담화문 발표를 통해 '뉴스가 멈추는 상황을 감수하겠다'고 말한 사실이 없다고 밝힌 것에 대해 KBS본부가 임창건 전 보도본부장과의 통화를 공개하며 길 사장이 실제로 위와 같은 말을 했다고 폭로했다.
KBS 양대 노조와 5개 직능단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KBS는 정상화를 기약하기조차 어려운 회복불능 상태로 점점 빠져들고 있다"며 "뉴스가 완전히 멈출 수도 있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뉴스 뿐 아니라 프로그램이 결방되는 사상 초유의 방송 재앙이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길 사장의 강경대처 협박도 전혀 통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KBS 사태가 악순환을 거듭하며 장기화되는 이유는 청와대 책임이 크다"며 "뉴스와 인사 개입 등으로 청와대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배신감이 커져가는 중에도 청와대는 일체의 사죄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지금 당장이라도 국민에게 사죄하고 KBS에 대한 부당한 간섭을 일체 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아울러 "박 대통령은 향후 KBS가 정치권력의 영향력으로부터 완전히 단절될 수 있도록 민주적인 사장 선임 절차 제도를 마련해 국민들의 불신을 적극 해소해야 한다"며 "KBS 이사회가 길 사장 해임제청안을 논의하기로 결정한 것은 다행이나 28일 회의에서 반드시 해임제청안을 가결해 KBS 사태의 조기 해결을 바라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용규 노조위원장은 "분명한 것은 KBS가 국민의 방송, 국민을 위한 방송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 위원장은 "청와대의 보도개입 정황이 명백하게 밝혀졌음에도 청와대는 묵묵부답"이라며 "상식적으로 KBS 사장을 임명하는 이사회가 여야 7:4구조인데 국무총리나 청와대 수석이 KBS 사장에게 요청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권오훈 본부장은 "기자·PD들이 일손을 놓고 양대노조가 총파업 찬반투표를 벌이는 것은 사사건건 보도에 개입한 박근혜 정부와 길환영 사장 때문"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사과하라. 이번이 우리의 최후통첩"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목표는 대통령의 사과, 사장의 사퇴 두 개 뿐 아니라 이번 사태의 책임이 박근혜 대통령에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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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서울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열린 '길환영 사장 퇴진과 박근혜 대통령 사죄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KBS 양대 노조 집행부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치열 기자 truth7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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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진 KBS노조 부위원장은 "보직간부 중 70% 가까이 사퇴했다"며 "노조와 회사 간부들이 일제히 파업을 벌이는 사상 초유의 노사파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길환영 사장이 '좌파 노조'를 운운하는데, 그렇다면 길환영 사장이 임명한 보직간부들은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함철 KBS본부 부위원장은 "총파업을 통해서라도 청와대의 지시로 방송에 개입한 길환영을 몰아내려 한다"며 "모든방송을 중단해서라도 길환영 사장을 몰아낼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조일수 기자협회장은 "매일 9시 때 마다 마음이 아프다"며 "우리가 몸담고 있는 KBS가 방송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길환영 사장이 어떻게 독립성 제도를 마련하겠나"라며 "KBS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마이크를 내려놓은 우리에게 힘을 달라"고 말했다.
홍진표 PD협회장은 "오늘 KBS PD들이 제작거부에 돌입했다"며 "길환영 사장이 특별담화문을 발표한다고 했을 때 '혹시'했는데 지금은 같은 직종에 몸담았던 선배라는 것이 분노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길 사장과 함께 일하던 간부급 PD들도 보직을 사퇴했다"며 "우리도 기자협회와 함께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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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서울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열린 '길환영 사장 퇴진과 박근혜 대통령 사죄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KBS 양대 노조 집행부와 5개 직능단체 대표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치열 기자 truth7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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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KBS본부는 임창건 전 보도본부장과의 통화내역을 공개했다. 지난 16일 KBS 보도본부 부장들이 보직을 사퇴하자 임창건 전 본부장은 길환영 사장을 만나 자신의 거취를 논의했고, 이 자리에서 길 사장은 "거취는 좀 밝히지 말아달라(사퇴하지 마라). 당장은"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임 전 본부장이 길 사장에게 "지금 상황은 심각하다"며 "절대 가볍게 보지 말고 임기라도 마치려고 하면 확실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하자 길 사장도 처음에는 "알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길 사장이 다시 "나는 잘못한 게 없다"고 말하자 임 본부장은 "제작거부에 들어가면 막을 조직도 명분도 없다"고 말했고, 이에 길 사장은 "뉴스가 멈추는 거냐"고 물었다. 이에 임 전 본부장이 "멈출수도 있다"고 했더니 길 사장이 "감수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임 본부장은 사직서를 제출하고 사장실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KBS에서는 22일 직할 송중계소 팀장 7명이 보직사퇴를 한 데 이어, 홍보실 팀장 2명, 지역 보도국장 8명, 본사 부장급 PD 9명, 지역총국 편제국장 3명, 지역국장 1명이 보직을 사퇴했다. 이로써, 보직 사퇴 간부들은 본사 부장급 31명, 본사 팀장급 187명, 지역국장 2명, 지역 부장 42명 등 총 272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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