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보도' .. 미디어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다

2014. 4. 1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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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룡의 미디어창] 과잉경쟁에 사라진 보도 준칙

[미디어오늘 김창룡 인제대 교수]

'전원 구조'라는 대형오보를 전한 방송사, 아직도 실종자 수색작업이 진행중인데 벌써 보험료 계산부터 하는 앞뒤정신을 못차리는 신문과 방송사, 북한 소행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성 보도를 내보내는 인터넷 언론사, 겨우 구조된 학생에게 기본이 안된 질문을 던지는 막가파식 기자... '세월호 침몰'이라는 국가적 재난에 미디어가 흥분해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사건 취재현장에서 지켜져야 할 기본적인 윤리강령, 제작 가이드라인은 속보경쟁, 엄청나게 늘어난 매체와 기자수에 압도당했다. 재난이 반복될 때마다 지적되는 한국 언론의 과잉보도, 오보행렬은 멈출 줄을 모른다. 결과적으로 "기자들은 다 나가라"는 유가족과 실종자 부모들의 절규에 직면하게 된다. 과거보다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악화되고 있는 재난보도는 과잉 취재경쟁 속에 상식을 넘어서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해도 미디어의 탈법, 불법 행위가 가볍지 않다.

첫째, 언론사 스스로 만든 윤리강령을 스스로 파괴하면서 남의 불행을 미디어의 '뉴스장사'로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게 MBC이다. MBC는 아직 실종자 구조작업이 진행중인데 벌써 보험금을 계산하여 상세하게 각 개인당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보도했다. 이런 행위는 슬픔에 잠긴 유가족이나 생사를 애타게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의 입장에서는 분통터지는 뉴스다. MBC는 4월 16일 <특집 이브닝뉴스> 리포트 '"2달전 안전검사 이상 없었다"…추후 보상 계획은?'에서 "먼저 인명피해가 났을 경우 한 사람당 최고 3억 5천만 원, 총 1억 달러 한도로 배상할 수 있도록 한국해운조합의 해운공제회에 가입된 것으로 전해졌다"고 전했다.

재난보도에서 가장 중요한 유가족이나 피해자의 입장을 충분히 배려한 보도를 해야 한다는 원칙이 사라졌다. 보도 시기가 매우 잘못된 보험료 보도는 졸지에 화를 당한 피해자들의 분노와 불신만 키울 뿐이다. MBC사장과 보도본부장 등이 책임을 져야 할 중대한 사안이다.

둘째, 미성년자 신원보호는 어떤 경우든 보호받아야 한다. 이는 윤리강령이자 법으로 규정된 사항이다.

구조된 6살 어린아이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한 SBS 보도 역시 문제가 있다. 미성년자의 방송출연은 보호자의 명시적 동의가 있어야 한다. 물론 가족을 찾기 위한 목적이라 했더라도 국민 모두가 그 아이의 얼굴까지 알 필요는 없다. 부모가 구조된 상태라면 얼굴은 모자이크 하더라도 나이와 이름 정도면 충분하다. SBS는 그 전에도 고 최진실 자녀의 얼굴을 공개하여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미디어가 기본적인 법을 존중하지 않는 모습이다.

셋째, 인간에 대한 예의와 피해 가족들에 대한 존중이 없다.

유가족이나 피해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분노나 오열 등에 대한 카메라의 근접 촬영은 안된다. 그들의 황망하고 넋을 잃은 표정들을 근접촬영하여 내보내는 것은 여전히 미디어가 재난상황에서 갑의 위치에서 보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수없이 지적하지만 개선이 되지 않는다. 권위지나 BBC 방송을 보라. 현장의 애도분위기, 슬픔을 전달하면 충분하다면서 원거리 촬영을 원칙으로 한다.

넷째 일부 기자들, 앵커의 기본훈련, 소양에 문제가 심각하다.

종합편성채널 JTBC는 구조된 학생에게 '친구의 죽음을 아느냐'식의 부적절한 질문을 해서 끝내 울렸다고 비판받고 있다. 무엇을 묻고 무엇을 삼가야 하는지 기자들 스스로 금도를 지키지 못하면 현장에서 이제 쫓겨날 것을 감수해야 한다.

다섯째, 추측성 오보는 한국 언론의 전통이 되고 있다.

'미디어 오늘'은 "데일리저널이란 매체는 뜬금 없이 북한 소행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아직 사고원인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벌써 '북한 소행' 운운 한다는 것은 혼란을 부추기는 공해일 뿐이다.

실종자 가족들에게 가장 절실한 일은 신속하게 구조의 손길 즉 침몰여객선에 공기라고 주입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도 신문, 방송의 보도가 각각 달랐다고 한다. 해경의 발표가 달랐기 때문에 언론사 입장에서는 오보를 할 수 밖에 없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오보마저 탓해서는 안된다.

사고현장에서 날밤을 새며 어렵게 취재, 보도하는 기자들도 매우 힘들다. 열악한 상황에서 유가족들의 배척과 냉대까지 받으면서도 하나라도 뉴스를 만들어야 하는 현장기자들의 고충에도 동정이 간다.

그러나 성급한 오보, 예의를 상실한 추측성 보도, 유가족을 화나게 하는 일방적 보도, 이런 것들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특종경쟁으로 무엇을 기대하는가. 저널리스트, 앵커들마저 흥분하여 특종과 시청률에 함몰되면 차가운 '미디어 배척의 시대'를 맞게 될 지도 모른다.

이명박 정부 시대 중징계 당했거나 현장을 떠난 수많은 유능한 데스크, 저널리스트들의 부재가 더욱 안타깝다. 공영방송의 존재감이 사라지고 실종자 가족들을 분노케하는 한국 미디어의 윤리의식 부재에는 사법부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윤리강령은 지키라고 만든 것이고 이를 지키지 않고 법을 어겼을 때는 법의 잣대로 엄중하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한국은 미디어에 관한한 법의 존재감을 상실했다. 그래서 윤리강령도 휴지조각으로 전락했다.

늘어난 미디어 수, 빨라진 전파속도, 기술은 진보하지만 그 내용을 채울 컨텐츠가 믿을 수 없는 오보나 부적절한 뉴스일 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한국 언론의 근본을 되돌아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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