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잘못했다" 눈물에도 한표차 해임

2013. 3. 2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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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방문진 해임안 표결 현장

여당쪽 이사들 반대 기류 선회마지막표 개봉 전 찬반 '동수'대주주 무시 임원인사로 촉발김재철 막판까지 자리에 집착일본 출장도 취소한채 소명주주총회 통과돼야 해임 발효

4 대 4.

김재철 문화방송(MBC) 사장 해임안 표결은 막판까지 아슬아슬했다. 26일 문화방송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임시이사회에 참석한 이사 9명은 마지막 한 표의 개표를 가슴 졸이며 기다렸다. 마지막 표가 개봉되기 전까지 찬성표와 반대표 수가 같았다. 한 표의 향방에 따라 김 사장이 해임되느냐 유임되느냐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김 사장을 무턱대고 비호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방문진의 명예도 한 표에 달려 있었다.

2010년부터 이미 세 차례나 김 사장의 해임안이 부결됐기 때문에 결과는 쉽게 예측할 수 없었다. 그동안 야당 추천 이사 3명만 동의했던 해임안 상정과 달리 이번에는 여당 추천 이사들도 상정에 동참했다. 하지만 애초 해임안에 찬성할 것처럼 보이던 일부 여당 추천 이사가 밤새 입장을 바꿨다는 말이 돌면서 방문진을 둘러싼 긴장감은 더 높아졌다.

그러나 마지막 표는 '찬성'이었다. 야당 추천 이사 3인(권미혁·선동규·최강욱)과 여당 추천 이사들 중 김충일 이사가 찬성 쪽에 섰다. 비밀투표여서 찬성한 나머지 여당 추천 이사 한 명은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문화방송 부사장을 지낸 김용철 이사가 유력시되고 있다. 이로써 이명박 정권 때 '낙하산 사장'으로 내려온 김 사장은 취임한 지 3년1개월 만에 해임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재임 기간에 언론사 사장 가운데 그만큼 이름이 많이 거론된 이도 없었다.

이번 해임안 상정은 22일 지역사 사장 등 임원 인사를 방문진과 사전 협의 없이 강행한 게 상정 이유가 됐다. 그동안 방문진 출석이나 자료 제출 등의 요구를 거부하는 등 감독기관인 방문진을 무시한 처사에 대해 일부 여당 추천 이사들 사이에서도 두고 볼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터였다. 2010년 2월 엄기영 전 사장의 후임으로 취임한 그는 방문진의 말을 들을 이유가 없다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표결 전 소명을 위해 출석한 김 사장은 자리에 강한 집착을 보였다. 애초 예정됐던 일본 출장을 취소하고 이사회에 나왔다. 그는 "관계사 인사 문제로 소란스럽게 만들어 죄송하다. (사내 전산망에 올렸던) 인사 내정자 발표를 어제 내렸다. (방문진) 이사장이 양해하고 동의한 것으로 해석해 절차를 위배한 것을 인정한다"며 사과했다고, 최강욱 이사가 이사회 뒤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김 사장은 소명하는 중간에 일어서서 "잘못했다"며 다시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방문진의 위임을 받은 사장으로서 도리와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재발 방지를 다짐하기도 했다. 공손하고 성실하게 소명했지만 방문진 이사 다수는 이미 그에게 계속 일할 기회를 주는 데 반대하는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해임안 표결 직전 이사들은 찬반 토론을 벌였다. 박천일 여당 추천 이사는 "사장이 잘못했다고 하니 봐주자. 한번 더 기회를 주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여당 추천의 김충일 이사는 찬성 토론에 섰다. 그는 "오늘의 사태는 일시적 실수가 아니라 오만의 리더십이 빚어낸 결과다. 김 사장의 리더십은 끝났다"며 자진사퇴를 권유했다. 찬성 토론에는 야당 추천을 받은 권미혁 이사도 나섰다. 권 이사는 "김 사장이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공공성을 지키지 못해 문화방송의 위상을 크게 추락시켰으며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평가에서도 지상파 4사 가운데 꼴찌였다. 여러 차례 방문진이 경고를 했는데도 무시하는 김 사장에게 문화방송의 경영을 더는 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사장의 자진사퇴 권고안에 대해 사회를 본 김문환 이사장은 이미 소명을 끝냈으니 곧바로 표결에 들어가자고 했다.

해임안이 통과됐지만 김 사장이 당장 문화방송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 최창영 방문진 사무처장은 이사회 뒤 브리핑에서 "김 사장의 직무 정지는 주주총회에서 통과돼야 발효가 된다. 주주는 70% 지분을 지닌 방문진과 30% 지분을 가진 정수장학회여서 결의안이 뒤집어질 가능성은 없으나 주총을 거쳐야 (김 사장의) 법적 지위가 박탈된다"고 밝혔다. 방문진은 주총 일정과 후임 사장 선정 등 후속 절차를 논의하는 회의를 29일 연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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