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던 엄마들 교육 받자 "우리 엄마가 달라졌어요"

2010. 8. 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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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청소년도움센터 '친구랑'서

자녀와 대화법 등 '부모교육'

"한 번도 아이를 업어준 적이 없어요. 업으면 마치 무거운 짐을 지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두 딸을 키우는 박아무개(43)씨는 18일 오랜 생활고에 한때 아이마저 귀찮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아이가 마음에 들게 행동하지 않으면 화를 참기 힘들어 무작정 때렸다고 한다. 사춘기에 접어든 큰딸은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지난해부터 집을 나가기 시작했다. 밤거리를 배회하다 지난달 경찰에 발견돼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인계됐다. 아이를 상담한 기관은 서울시교육청 소속 청소년도움센터인 '친구랑'에 박씨에 대한 '부모 교육'을 의뢰했다.

"무슨 부모 교육이냐"며 꺼리던 박씨는 교육이 진행되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고 한다. 박씨는 아버지한테 호되게 맞으며 자랐다.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뜬 뒤에는 아동보호시설에 맡겨졌는데, 시설에서도 체벌은 그치지 않았다고 한다. "'아이는 때려서 키운다'는 생각이 그때 굳어진 것 같다"고 했다. 버스기사인 남편과 가정을 꾸려 열심히 일했지만 형편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매를 드는 버릇에 생활고까지 겹치자 박씨는 어느새 '때리는 엄마'가 돼 있었다.

공무원 '워킹맘' 김아무개(45)씨도 딸이 학교를 잘 가지 않자 이 센터를 찾았다. 센터의 도움으로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했는데, 의사는 김씨에게 "양육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진단한 뒤 '부모 교육'을 권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일과 가정 모두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자신을 짓누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청소년도움센터 친구랑에서는 학교에 나가지 않는 자녀를 둔 부모, 자녀와의 단절을 경험한 부모 등 9명이 부모 교육을 받고 있다. 매주 목요일 오전에 하는 수업에서 비폭력 대화법, 연극치료, '긍정 자극 훈련' 등을 한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동반자적 관계를 배워나가는 과정이다.

4주(10시간)간 진행된 1단계 교육을 마친 박씨는 최근 자신이 변했음을 느낀다고 했다. 며칠 전에도 딸은 "엄마가 웃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차갑게 굴었다. 평소와 달리 화를 꾹 참고 마음을 가라앉힌 뒤 딸에게 다가가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고선 자신이 몇년 동안 딸에게 한 번도 웃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학교에 가지도 방에서 나오지도 않는 중학생 아들 때문에 부모 교육을 받으러 왔다는 홍아무개(45)씨는 어색함을 누르고 수업에서 배운 대로 아이에게 '나의 비타민'이라 불러줬다고 한다. 그러자 작은 변화가 찾아왔다. "아이가 몇달 만에 처음으로 방 창문 커튼을 열었어요."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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