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미디어에서 쿠데타의 교훈을 찾다

이선민 기자, jasmin@mediatoday.co.kr 2006. 11. 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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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중남미 대안언론을 찾아서

[미디어오늘 이선민 기자]

"차베스가 집권한 후 국민들은 정치문제로 머리가 아프다."(카스트로·베네비전 22년 근무)"차베스가 집권한 후 국민들이 직접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마르퀴즈·카티아티비 대표)

'차베스'로 상징되는 베네수엘라의 정치변화에 대해 거대 민영방송과 공동체미디어는 상반된 평가를 내린다. 하지만 급격한 정치변화가 언론에 그대로 투영됐고, 베네수엘라의 언론이 전쟁중이라는 것을 그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 2002년 보수언론이 촉발시킨 쿠데타를 경험한 베네수엘라에는 공동체미디어를 포함해 다양한 형태의 언론이 존재한다. 시민참여형 국영채널 '비베티비'와 정부지원을 받는 공동체텔레비전 '카티아티비', 베네수엘라 정부가 주도한 중남미 위성채널 '텔레수르'는 그 대표적 사례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2002년 쿠데타에서 시작됐다

1999년 대통령에 당선된 차베스가 석유 국유화와 빈민 대상 복지정책을 발표하자 베네수엘라의 전파를 장악한 4대 민영방송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도 그럴 것이 베네수엘라 최대 민영방송 베네비전의 시스네로 일가는 이동통신, 위성, 코카콜라 등을 소유한 대재벌이고, 라디오카라카스 티비와 글로보비전의 소유주는 각각 건설업계와 철강업계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차베스 집권 초기, 이들 언론이 차베스를 최악의 독재자 이디아민과 히틀러와 비교한 것은 언론전쟁의 서막에 불과했다. 정점은 2002년 4월 반차베스 쿠데타였다. 민영방송들은 조작된 화면을 반복적으로 방송하면서 쿠데타를 선동했다. 베네수엘라 국립대학(Central University of Venezuela) 언론학과 에아를레 에레라 교수는 "차베스의 등장으로 특권을 잃은 민영방송들은 적대적인 보도를 내보내고, 그래도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니까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라고 말했다.

쿠데타 위기를 넘긴 차베스는 '지옥의 네 기수'인 4대 민영채널과의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기댈 곳이라곤 관료적인 국영채널 브이티비밖에 없었고, 그런 차베스 정부에게 쿠데타를 사실대로 전달했던 공동체텔레비전과 라디오는 새로운 존재로 각인됐다.

마찬가지로 시민들도 쿠데타 이후 민영방송을 달리 보게 됐고, 대안미디어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에아를레 에레라 교수는 "쿠데타를 통해 시민들이 민영방송의 문화 콘텐츠는 보더라도, 정치적 사안은 경계하게 된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공동체미디어에서 찾은 쿠데타 교훈

보수언론의 쓴맛을 봤던 차베스 정부나 시민이 공동체미디어를 다시 보게 된 것은 쿠데타의 교훈 중 하나였다. 집권 이후 헌법 개정(1999년)과 방송법 개정(2000년)을 통해 공동체미디어의 활동기반을 제공했던 차베스 정부는 보수언론에 대항할 만한 '대안매체'에 적극적 관심을 두기 시작한다.

밖으로 미국 중심의 정보 유통을 막기 위해 중남미 위성채널 '텔레수르'(2005년 개국)를 만들었다면, 안으로는 시민참여를 모토로 내건 국영채널 '비베티비'(2003년)를 개국했다. 쿠데타 전 카티아 티비를 비롯해 50개였던 공동체미디어는 폭발적으로 증가해 수도 카라카스의 공동체텔레비전 세 개를 포함해 현재 700여개의 공동체 미디어가 있고, 이중 170개 가량이 정보통신부 산하 기관인 '코나텔'(CONATEL)의 허가를 받아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국영채널인 비베티비가 매일 1시간씩 공동체방송이 제작한 프로그램을 방송하거나 공동체방송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프로그램 제작교육을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공동체미디어의 등장과 정부의 지원은 정치적 의미도 있지만 지나치게 상업화된 언론을 제어하는 문화적 의미도 지닌다. 차도에서 복권·과자와 함께 팔리는 신문은 둘째치고, 영양제·청바지 등이 비치된 스튜디오에서 진행자가 방송 도중 상품을 광고하는 것은 베네수엘라 방송의 상업성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차베스 정권의 국영채널 신설과 정부의 지원을 받는 공동체방송국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런 시도가 정치·문화적으로 왜곡된 언론환경을 바로잡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비베티비 띠에리 드론 부국장은 "광고로 수익을 얻을 경우 상업방송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지원을 하는 것일 뿐"이라며 "참여적이고 비판적 시각을 가진 민중을 만드는 것이 국영채널 비베티비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 12월3일 대통령 선거를 앞둔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는 선거 구호로 가득하다. 재선을 노리는 차베스 후보의 플래카드에 적힌 "악마에 맞서, 제국주의에 맞서 차베스에 투표하라"(맨 위)는 문구와 마누엘 로살레스 후보의 선전 간판에 씌여진 "2600만 베네수엘라 국민을 위해"(맨 아래)라는 문구는 여러 모로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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