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 다룬 '우행시'..현실과 다른 점은?

이수강 기자, sugang@mediatoday.co.kr 입력 2006. 9. 19. 10:00 수정 2006. 9. 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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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법무부 관계자 "실제와 거의 유사"…인권단체 "그때그때 달라 문제"

[미디어오늘 이수강 기자]

"이 영화의 내용은 현 교정행정과 상이하며 픽션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개봉 첫주 120만 관객을 동원하며 '포스트 괴물'이라고까지 불리고 있는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약칭 '우행시', 감독 서해성, 제작 LJ필름)의 첫 부분에 이러한 내용의 자막이 뜬다.

이러한 자막이 아니더라도 오늘의 한국 관객 가운데 영화 내용을 고스란히 실제 상황으로 믿을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한데 굳이 이러한 자막을 넣은 이유는 무엇일까. 또 높은 담장 속 사형수의 실제 상황은 영화 속 모습과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를까.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일반 관객의 궁금증이 이는 대목이다.

▲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한 장면

이에 대해 제작사인 LJ필름과 법무부 쪽에서는 "픽션인 부분은 픽션인 것이고, 사형수 생활 묘사 자체는 실제와 거의 유사하다"고 입을 모았다. 안내 자막은 '픽션'이라는 점을 재확인하는 정도의 의미라는 것이다.

LJ필름 관계자는 "영화 제작 과정에서 법무부와 교도소의 검증을 거쳤다"며 "실제와 다른 부분은 사형수들이 윤수(강동원)처럼 많은 시간 수갑을 차고 생활하지 않는다는 정도"라고 말했다. 영화 속 서울구치소 장면은 실제로 청송교도소에서 촬영돼 사실감을 높이고 있다. 영화 엔딩 크레딧에는 법무부 교정국이 '촬영지원'을 한 것으로 나오며, 남녀 주인공인 강동원·이나영씨는 법무부의 교정홍보대사에 위촉되기도 했다.

법무부 관계자가 지적한 세가지 다른 점

미디어오늘이 법무부와 교정시설 관계자들에게 두루 입장과 의견을 물었더니 약간씩 서로 다른 언급이 있었지만 "대체로 영화와 실제가 유사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영화를 시사회에서 관람했다는 법무부 관계자 A씨는 "드라마라는 점을 감안하고 보았을 때, 사형수 생활 묘사는 실제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원작 동명소설의 작가인 공지영씨가 (사형수가 수감된) 상황을 꼼꼼하게 파악한 것으로 안다"고도 전했다.

A씨는 영화가 현 교정행정과 상이한 부분으로 세 가지 정도를 지적했다.

첫째로 구치소 내 상담실에서 외부인(유정·이나영)과 1대1로 장시간 대화를 나누는 부분이다. 교정위원, 종교위원 등이 재소자를 만나 대화를 하지만, 이 상담실에는 엄선된 상담원만이 제한적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A씨는 멜로드라마를 위한 설정으로 본다고 말했다.

둘째, 징벌방(윤수가 징벌을 받아 수용된 독방)의 묘사다. 영화에선 변기가 개방된 방에서 몸이 묶인 윤수가 엎드린 상태에서 밥을 먹는다. A씨는 현재 교정시설에선 징벌방이라 하더라도 화장실에 문이 달려있고 식사나 용변 시간 등에는 손을 풀어준다고 말했다.

셋째, 사형이 집행되는 현장에는 성직자와 검찰 등이 제한적으로 입회할 뿐이라고 했다. 사형수의 심리적 동요를 막기 위해 가족도 입회나 참관을 허용하지 않는데 유정과 같은 사람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차이점으로 현재 한국에서는 사형이 10여년간 집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998명의 사형 집행이 있었지만 김영삼 정부 말엽인 1997년 12월30일 23명이 처형된 이후 10년째 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9월 현재 한국의 사형수는 64명으로 알려져있다.

사형수 독거수용·수갑사용엔 조금씩 의견 달라

이외에 제작사, 법무부와 교정시설 관계자, 인권단체 관계자 사이에 서로 엇갈리는 부분이 있었다. 사형수의 독거 수용(홀로 수용되는 것)과 수갑 채우기 여부가 그것이다.

사형수는 독거 수용된다는 일반의 통설이 있다. 영화 속 윤수는 다른 재소자 여럿과 한 방을 쓰면서 함께 운동을 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A씨와 다른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독거 수용이 우선적인 원칙이지만, 자해나 난동, 심리적 동요를 막기 위해 혼거 수용(여럿이 수용되는 것)을 주로 하며, 특별한 경우에만 독거 수용을 한다"는 것이다. A씨는 사형수의 혼거 상대로는 아무래도 강력범 등은 피한다고 덧붙였다.

▲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한 장면

다만 사형수는 사형이 집행되기 전까지는 신분이 '미결수'에 준하기 때문에, 기결수에게 부여되는 교육이나 직업훈련, 재사회화 과정에서 제외된다고 한다. 이런데다가 운동도 거의 따로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다른 일반수와 긴밀한 교류를 갖기는 힘들다고 말한 관계자도 있었다.

수갑에 대해서도 말이 약간 엇갈렸다. 윤수는 방안에서는 수갑을 풀고 생활하며, 유정을 만나는 상담시간이나 운동시간에는 계속 수갑을 차고 나온다(일부 장면에선 풀어준다). A씨는 이에 대해 "사형수 뿐 아니라 중형을 받은 재소자들은 자해 등을 우려해 수용 초기엔 수갑을 채우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해제한다"며 "하지만 수용자 인권 차원에서 수갑 등 계구(戒具) 사용은 엄격한 제한을 가한다"고 말했다. 언제 어디서 수갑을 채운다고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 윤수처럼 종교위원을 만나 상담을 할 정도라면 이미 심리적 안정상태에 있는 경우이기 때문에 상담시간엔 수갑을 풀어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약간의 이견이 있지만 큰 틀에서는 영화가 현실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얘기로 수렴된다.

인권단체 관계자 "재량에 따라 그때그때 다른 게 문제"

반면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그동안 재소자 인권과 처우가 개선돼 왔다는 점은 수긍하면서도 법무부·교정시설 관계자들의 언급에 물음표를 달았다.

"영화 내용은 알지만 관람은 아직 안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무엇이 실제와 다른지 말하긴 어렵다"고 전제한 오 국장은 관계자들의 말을 전하자 "(그들이 하는) 전형적인 설명"이라고 답했다. 현행 형행법이나 규정에는 독거·혼거수용이나 계구사용 여부에 대해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돼 있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고 해서 법규정 위반은 아니지만, 기관의 재량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그때그때 다른 게 현실이며 그게 문제라는 것이다.

오 국장은 "기관에서는 늘 계구사용을 엄격히 한다고 공언하지만, 실제로 최근 평택 집회 때만 해도 어떤 경찰서 유치장에선 연행자에게 수갑을 채웠다"며 '공식 입장'과 '실제 현장'의 차이를 강조했다.

오 국장은 "최근은 모르겠지만, 3년전에 파악을 해보니 사형수는 독거가 일반적이었고 아직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지 않은 미결수들도 그랬다. 같은 방을 쓰는 다른 재소자들이 못 견뎌하는 점도 있다"며 "사형수 중에는 수도자처럼 변한 사람도 있지만, 신분상 더이상 무서울 게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지금도 교정시설에선 특별관리대상"이라고 말했다.

한 편의 영화가 사회적으로 사형제 존폐 문제와 재소자 수용 현실에 대한 관심을 확산시킬지 주목된다.

다음은 추가적으로 법무부와 교정시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한 사형수 관련 문답이다.

Q. 사형수들은 영화 속처럼 재소복에 빨간 명찰을 다는가.A. 그렇다. 네 가지 명찰 색깔이 있다. 일반 수용자는 흰색, 마약범은 파란색, 사형수는 빨간색이다. 특정강력범은 노란색인데,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Q. 윤수는 감옥방에 유정이 찍어준 사진 등을 부착해 놓았는데, 그렇게 꾸미는 것도 허용되나.A. 허용된다.

Q. 상담시간에 수녀와 유정이 윤수에게 먹을 것을 건네는데.A. 간단한 다과는 가능하다.

Q. 영화 속 윤수는 식사 도중에 갑자기 사형장에 끌려가는데, 실제로 그렇게 하는가.A. 그렇다. 사형수에겐 집행 사실을 절대로 사전에 알려주지 않는다. 엄청난 심리적 동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에게도 사후에 통지한다. 따라서 사형수들은 날마다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준비를 하게 마련이다. 지금은 사형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으니 덜 할 수 있지만.

Q. 사형 집행 현장에는 누가 입회하는가.A. 검찰과 교도관, 유관기관 등이 입회한다. 사형수의 신앙에 따라 종교위원이 들어가 생의 마지막을 인도할 수 있다.

Q. 사형수는 미결수에 준하는 신분으로 간주한다는데.A. 사형수는 사형이라는 형을 집행해야 '기결'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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