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무기계약직' 전환

입력 2009. 7. 1. 17:27 수정 2009. 7. 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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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쇼크◆김선아 씨(25ㆍ가명)는 2007년 3월에 A시중은행에 텔러로 입행했다. 2년 계약직인 만큼 신분에 대한 불안감이 김씨의 가슴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봄날이 찾아왔다.

2년 계약 만료 시점인 올해 3월 은행에서 계약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켜 준 것이다. 간단한 면접 절차가 있었지만 함께 면접을 봤던 동료 대부분이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이 됐다. 연봉이나 복지가 대폭 향상되는 것은 아니지만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씨는 내년에는 정규직 시험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비정규직법이 개정되지 않았지만 은행권은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표정이다. 사전에 상당수의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흡수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2007년 3월 비정규직 3076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으며, 국민은행도 지난해 1월 비정규직 5000여 명을 정규직으로 바꿔 대부분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흡수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중 3분의 2가량은 무기계약직으로 이미 전환됐으며 앞으로도 남은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이 이처럼 비정규직 전환에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은행 업무의 연속성을 위해서다. 이미 업무에 숙달돼 있는 기존 계약직원들을 해고하고 새로운 계약직원을 채용할 경우 은행 업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염려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숙련된 직원을 계속 고용하는 것이 은행 입장에서도 유리하다"고 말했다.하지만 일부 비정규직에게는 무기계약직이 '그림의 떡'이다. 인사고과, 전환시험 등을 이유로 재계약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필요성이 낮아지는 직무군의 경우에도 전환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A은행에서 텔러로 근무했던 한 여직원은 "고객들의 민원이 많았다는 이유 때문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지 않았다"며 "계약직으로라도 더 근무하고 싶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농협과 하나은행이 비정규직 문제로 가장 골머리를 앓고 있다.1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 사측과 노조가 비정규직 문제로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다. 농협이 3500명의 비정규직에 대해 아무런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협은 정규직 전환 시험을 시행하지 않고 있어 정규직 전환 기회마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농협노조는 비정규직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2년 만료로 해고 통지 시 인사기록부와 근로계약서를 준비하라'고 통보하고 해고무효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사측이 비정규직 해고를 공식화할 경우 농협중앙회 중앙본부 앞에서 투쟁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농협은 지난해 비정규직 급여 체계를 변경해 월급을 120만원에서 60만~70만원 수준으로 낮춘 전례가 있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만이 높다. 1800여 명의 비정규직이 있는 하나은행도 최근 계약해지 통보 사례가 나타나면서 노조원들의 반발이 높아지고 있다.

■ < 용 어 >무기계약직 = 계약직과 정규직의 중간 형태로 임금이나 복지 수준은 계약직 수준에서 유지되거나 그보다 못하다. 비정규직 수준으로 보상하는 경우도 많고 계약기간은 무기한이지만 대체로 정년까지 보장해 주는 개념이다. 따라서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기 때문에 고용 안정성 측면에서 정규직과 유사한 근로계약이다.

[박동민 기자 / 지홍구 기자 / 서진우 기자 / 안정숙 기자 / 강다영 기자 / 이명진 기자 / 최승진 기자 / 정석우 기자 / 신헌철 기자 / 박용범 기자 / 김은정 기자 / 손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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