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 가능성 커지는 쌍용차..공권력 뒷짐

2009. 6. 28.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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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승리하고 있다. 회사 측은 더 이상 카드가 없다." 공장점거 파업 37일째를 맞은 28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는 노동조합 측 선무방송이 확성기를 타고 울려 퍼지고 있었다. 지난 26일 임직원 3000여 명과 경찰 600명이 공장 진입을 시도하고 유혈 충돌까지 발생했지만 결국 27일 오후 10시 박영태ㆍ이유일 공동관리인은 "다치는 임직원이 없어야 한다"며 공장에서 철수했고 노조는 공장점거 파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여세를 몰아 쌍용차 노조는 29일과 오는 7월 4~5일 금속노조, 민주노총 집회를 잇달아 평택공장에서 개최하며 세를 과시한다는 계획이어서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쌍용차 회생 가능성은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

노조 측 자화자찬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노동조합이 달성한 것은 "파업 대오 1000명을 한 달 넘도록 유지했다"는 것 외에는 없다. 고용 안정도, 파업 기간 중 임금도 아무것도 얻어낸 게 없다. 이처럼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이대로 가면 청산밖에 없다"는 지적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달 6일 삼일회계법인은 "인원 2646명 감축을 마무리하고 신규자금 지원 2500억원이 이뤄진다면 기업 계속가치가 높다"는 조사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법원은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9월 15일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1차 관문인 인원 감축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는 신규자금 지원의 키를 쥐고 있는 산업은행을 움직이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인원 구조조정이 완성되지 않는 이상 C-200 신차 개발 등에 소요될 신규자금 2500억원 지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을 박았다.

여기에 이달 쌍용차 자동차 판매는 90대에 그쳤고 창원공장 등을 중심으로 3000억원 규모 담보여력이 있었음에도 자금 지원에 나설 금융회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채권단에서는 "차라리 청산하고 빚잔치를 벌이자"는 의견이 대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쌍용차 문제와 관련이 있는 정부 등 책임 주체는 "이대로 가면 청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쌍용차 문제는 노사 자율로 해결돼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문제 해결에는 전혀 나서지 않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는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김성조 정책위 의장과 임채민 지식경제부 차관, 정종수 노동부 차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 고위 당정협의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는 "공권력 투입은 어렵지 않겠는가"가 다였다. 정부 부처도 사태를 방관하기는 마찬가지다. 자동차산업 관련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손을 쓸 방법이 없다"며 "기본적으로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법원이 지나치게 실무 수준 업무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경찰이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데 대한 비판 여론도 대두된다. 경찰은 "노조원들이 진입해 있는 도장 공장에 위험 물질이 많기 때문에 섣불리 움직였다간 대형 참사를 빚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양측 간 충돌을 자제시킨 후 경찰력 진입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지난 26일 이미 한 차례 도장 공장 앞까지 투입된 바 있다. 옥쇄파업 현장에 투입됐던 경찰이 노-노 간 충돌만 방지시킨 후 공장을 불법 점거한 노조원들을 해산시키지 않고 곧바로 철수하는 사례는 사실상 전무후무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용산참사'에 따른 트라우마로 경찰이 사실상 공권력 기능을 상실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지용 기자 / 평택 = 박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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