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악재에 흔들리는 민노총

2009. 6. 1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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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투쟁 일변도 자충수… "투쟁방식 바꿔야"간부 성폭력 도덕성 타격이어 반전 노리던 夏鬪도 동력 상실이제라도 현장눈높이 맞추고 논리로 설득해야 여론도 지지

한국노총과 함께 국내 노동운동의 양대 축인 민주노총의 위상이 잇단 정책 실패로 급속히 흔들리고 있다. 성폭력 사건으로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은 뒤 올 하투에서 반전을 노렸으나 이마저도 물 건너가면서 방향성마저 잃은 모습이다. 최영기 한국노동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국정운영 기조의 변화를 명분으로 총파업을 한다는 것은 조합원들에게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치투쟁 중심인 민노총의 노동운동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계속되는 악재 속에 흔들리는 민노총=민노총은 올 초부터 조합원 간부 성폭력 사건이 터지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민노총 조직강화위원장이던 김모씨가 당시 수배 중이던 이석행 위원장의 도피를 도와준 전교조 조합원 여성을 성폭행하려 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도덕성에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다.

이 사건으로 민노총은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진상규명특별위원회가 구성돼 사태 해결에 나섰지만 산하 노조들이 민노총의 정치적 투쟁 일변도의 노선에 반기를 들고 잇달아 탈퇴를 선언했다. 민노총 소속 경기도 공공기관 노조 9곳은 지도부의 불참 방침을 어기고 경기도와 노사민정 대타협 동참을 선언하기도 했다.

올 들어 현재까지 민노총을 탈퇴한 산하 노조는 무려 12곳에 이른다. 올 초 NCCㆍ영진약품 등 5개 노조가 민노총을 탈퇴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서울도시철도ㆍ인천지하철ㆍ인천공항 등 공공 부문의 노조도 탈퇴 대열에 합류했다.

이에 대해 과거 민노총 소속이었던 대기업 노조의 한 위원장은 "변화한 노동현장에 맞는 구체적이고 다양한 방식의 투쟁이 필요한데 민노총은 여전히 과거 투쟁 중심의 획일적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현장의 눈높이에 맞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노총 '강경투쟁' 자충수로 동력 상실=민노총은 9일 6~7월 총력투쟁 일정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달 말까지 산별연맹을 중심으로 파업을 집중 조직한 뒤 오는 7월 초에 총연맹 차원의 전면파업을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당시에는 6ㆍ10 범국민대회와 11일 화물연대 총파업, 13일 민노총 결의대회가 줄줄이 예정돼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범국민대회와 민노총 결의대회에 참석한 민노총 조합원 수는 미미했고 11일 집단운송 거부에 들어갔던 화물연대는 큰 영향력 없이 5일 만에 파업을 철회했다. 민노총 최대 산별인 금속노조도 19일부터 상경투쟁을 예고하는 등 7월 초 총파업 수순을 밟고 있지만 현대차 노조가 지도부 사퇴로 내홍을 겪으면서 투쟁 동력을 잃은 상태다.

총파업 시기가 다가오면서 힘을 결집해야 할 민노총이 오히려 투쟁 동력을 잃고 있는 것은 강경일변도의 투쟁 방식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장의 분위기를 살피기보다는 자신들의 요구를 주장하고 그것이 관철되지 않으면 전면투쟁으로 돌아서는 방식이 조합원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을 설득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경제위기 속에 줄어든 일감 때문에 조합원들은 생계를 걱정하는데 이를 살피지 못하고 파업을 강행했던 화물연대가 소속 조합원들의 외면 속에 파업을 철회했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민노총 투쟁 방식 바꿔야 할 때=올 초부터 성폭력 사건 등 잇단 악재가 터진 가운데 4월 새 집행부가 들어섰지만 민노총의 투쟁 방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임성규 위원장이 노동부 장관을 만난 4월까지만 해도 변화의 조짐이 있었지만 현재 민노총은 과거의 정치 투쟁으로 돌아선 상태다. 총파업 선언 시기가 예전과 다를 뿐 집회와 시위 위주의 단체행동을 바탕으로 한 투쟁 방식은 그대로라는 평가다. 이에 대해 최영기 노동연구원 위원은 "민노총도 이제 투쟁 방식을 바꿀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깃발을 들고 집회만 한다고 해서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관철되고 국민 여론의 지지를 받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논리를 갖고 세련된 방식으로 여론의 지지를 획득해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은 "현재의 집단행동과 같은 강경투쟁이 아닌 여론의 지지를 얻고 정부에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소프트 파워를 꾸준히 축적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민우 기자 ingaghi@sed.co.kr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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