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례 해고' 노동자 나홀로 법정투쟁

2008. 9. 17.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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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대형은행 부당해고 맞서 4년째 10여건 진정·소송

시간외수당 지급 승소…현직근무자들도 수당 혜택

정규직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뒤이어 세 차례 해고, 진정·소송 10여건 ….

대형 은행에 맞선 비정규 노동자 차윤석(42)씨의 4년 법정 싸움은 외롭고 지난했다. 두 차례의 해고는 노동부의 복직명령 등으로 회사에 복귀할 수 있었지만, 최근 세번째 해고의 부당함을 따지는 1심 소송에서는 졌다. 차씨는 17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려면 여기서 물러날 수 없다"며 항소했다고 말했다.

1996년 ㅎ은행 어음교환실에 정규직으로 입사했던 차씨는 2001년 3월 비정규직이 됐다. 회사가 대리로 승진시켜 주면서 "3년 계약직으로 전환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3년이 지난 2004년 6월, 회사는 '1년짜리' 계약서를 내밀었다고 한다. 차씨는 서명을 거부했고, 그 해 11월 해고됐다.

그때부터 그의 '나홀로 싸움'이 시작됐다. 혼자 노동법을 공부해 노동부에 진정을 내고, 검찰·법원을 찾았다. 2006년 6월 노동부의 복직명령을 받아 회사에 돌아갔지만, 원래 업무가 아닌 사무지원부로 발령받은 것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두번째로 해고됐다. 그해 12월 회사는 어음교환실 복직을 약속했으나 차씨는 '정규직 고용과 해고 책임자인 은행장의 사과' 등을 요구하며 출근을 거부했고, 회사는 "어음교환 업무는 정규직화가 어렵고 은행장 사과문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며 또다시 그를 해고했다.

비록 1심에서는 졌지만 낯선 법률용어와 씨름한 '성과'도 있었다. 수표·어음을 현금화하는 업무 특성 때문에 격일꼴로 야근을 했던 차씨는 "법으로 보장된 야간·휴일근로 수당을 따로 받지 못했다"며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지난달 14일 승소 판결을 받았다. 차씨는 지난 4일 법원 집행관과 함께 서울 여의도 ㅎ은행 본점 1층의 지점에 찾아가 '강제집행' 방식으로 시간외 수당 등 1억원을 현금으로 받았다. 지난해에도 해고 기간 중 임금 일부인 1200만원을 이런 방식으로 받아냈다. 그는 "그동안 시간외 수당을 제대로 주지 않은 은행에 경종을 울리려는 뜻에서 그룹 회장실이 있는 건물을 찾아가 강제집행했다"고 했다. 은행은 지금은 어음교환실 근무자들에게도 시간외 수당을 주고 있다.

신용불량자가 돼 막노동을 해야 했고, 두 아들을 둔 가장으로서 가족들의 반대도 견뎌내야 했지만, 그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멀게만 느껴졌던 법을 이용해 당당히 내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차씨는 요즘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몸으로' 배운 노동 상담을 해 주고 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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