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쪽과 1088일째 '평행선'..비정규직 불법 파견이 '불씨'

2008. 8. 16.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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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위성 라디오와 네비게이션 등을 생산하는 중소업체인 기륭전자㈜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처음 불거진 때는 2005년 7월 무렵이다. 당시 순이익 210억원을 내며 '잘 나가던' 이 회사의 공장엔 계약직과 파견직 290명을 포함해 300여명의 생산직 노동자가 일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200여명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최저임금보다 10원 많은 월 64만1850원을 받고 일하던 비정규 노동자가 대부분이었다. 그러자 회사 쪽이 집단해고와 직장폐쇄로 맞섰다. '원직복직과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의 길고도 긴 싸움의 시작이었다.

이듬해 12월 회사는 '불법으로' 파견업체 노동자들을 쓴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물었다. 하지만 회사는 노조에 "벌금을 냈기 때문에 정규직으로 고용할 책임이 없다"고만 했다.

"죽는 것 빼고는 다해 봤다"고 말하는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의 힘겨운 투쟁이 이어졌다. 55일간 공장 점거 농성, 삭발 투쟁, 30일간 단식 농성, 3보 1배, 철탑 고공농성도 했다. 회사는 되레 '업무 방해'를 했다며 노조원들 상대로 54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그렇게 꼬박 3년이 흘렀다. 그 사이 회사의 최대 주주가 3차례, 대표이사는 4차례 바뀌었다. 생계의 어려움 탓에 조합원들도 30여명으로 줄었다. 회사는 올해 "생산라인을 모두 중국으로 이전한다"며 구조조정을 하고 가산디지털단지 안 본사 사옥과 부지도 매각했다. 노조는 서울시청 앞과 구로역 등에서 고공농성을 벌였고, 지난 5월 다시 어렵게 노·사 교섭이 재개됐다.

재개된 교섭에선 '자회사 1년 고용 뒤 정규직화'라는 방안에 의견 접근이 이뤄지기도 했으나, 회사가 "자회사는 안 된다"고 말을 바꾸자 지난 6월11일 조합원 10명이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서울 금천구 가산동 기륭전자 본사의 경비실 옥상에서 단식농성 중인 김소연 기륭전자분회장은 지난 12일 소금과 효소마저 끊었다. 김소연 분회장과 유흥희 조합원은 15일로 66일째 '목숨을 건'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기륭전자분회의 투쟁은 이날로 1088일째다. 황예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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