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임금 낮추는 정부의 직업훈련

권경성 입력 2016. 4. 16.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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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200만원 지원 내일배움카드제

취업률ㆍ정규직 비율은 높였지만

월평균 151만원 저임금직 몰려

“임금 높은 직종 훈련과정 늘려야”

경기 안양시에 있는 한 법무법인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김모(27ㆍ여)씨는 이직을 고민 중이다. 식대와 상여금도 없는 박봉(140만원)에 버스로 1시간30분씩 걸리는 출ㆍ퇴근이 힘겨워서다. 4년 전 수도권 전문대를 졸업한 그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전전하다 정부의 구직자 직업훈련비 지원 제도인 ‘내일배움카드제’를 알게 됐다. 정부의 보조금을 받으며 법률학원을 다닌 지 두 달여 만인 2014년 6월 지금 회사에 취업했다. 김씨는 “처음 몇 달은 생소한 사무직 일이 재미있었는데 힘든 통근, 적은 월급에 지쳤다”며 “월급을 더 많이 주겠다는 직장에서 제안이 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는 직업능력개발사업 ‘내일배움카드제’가 청년층의 취업 자체와 정규직 취직 가능성은 높여주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일자리에 취업시킨다는 분석이 나왔다. 내일배움카드제는 정부가 지정한 직업훈련 과정에 구직자가 참여하면 연간 1인당 최대 200만원까지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올해 예산은 1,630억원이다.

15일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대학원 권혜영씨의 논문 ‘대졸 청년층의 내일배움카드제 참여경험과 노동시장 성과’에 따르면 이 제도를 통해 입사한 집단의 입사 당시 월평균임금은 151만9,900원으로 참여하지 않은 집단(159만600원)보다 7만원가량 적었다. 정부의 직업훈련이 대졸 청년들을 저임금 노동시장으로 유도한다는 해석이 가능한 결과다. 조사는 2011년 8월과 2012년 2월 대학(전문대 포함) 졸업자 1,946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다만 내일배움카드제 참여집단이 미참여 집단보다, 취직성공 확률은 1.672배, 정규직 취업 가능성은 1.37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정부 직업훈련이 구직자의 취업을 돕고 정규직 일자리 진입 확률도 높여주기는 하지만 그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권씨에 따르면 이런 결과는 내일배움카드제 훈련 과정이 주로 저숙련ㆍ저임금 직종 관련 프로그램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직종별 교육 과정은 경영ㆍ회계ㆍ사무 관련직이 가장 많고, 이어 음식서비스와 문화ㆍ예술ㆍ디자인 등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숙박ㆍ음식점업 종사자의 84.3%와 예술ㆍ스포츠ㆍ여가서비스 종사자 65.5%가 200만원 미만의 월급을 받고 있다. 권씨는 “내일배움카드제의 경우 15세 이상 전 연령층이 대상이지만 훈련을 받는 인원(2014년) 중 29세 미만 청년층이 전체의 37.1%”라며 “정부가 대상자 참여율을 높이는 데에만 힘을 쏟을 게 아니라 좀 더 임금이 안정적인 직종의 직업훈련 과정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임금 격차는 애초 내일배움카드제 훈련에 참여할 필요가 없는 구직자보다 훈련 참여자의 직업 능력 수준이 낮은 데에 기인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해명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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