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집 보다 못한 일자리, 시간강사"

시사자키 제작진 2015. 12. 2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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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현장이 노동 현장보다 사람을 위하지 못했다

- 국어국문학 박사과정, 3년차 시간강사의 고백
- 필명 309동 1201호, 대학원 시절 집주소
- 조교&연구생, 노동자 아닌 학생 취급
- 최저시급, 주유수당, 4대 보험 보장 못 받아
- 6학점 강의 주당 30만원, 시급 5만원
- 맥도널드 물류하차 아르바이트로 건강보험 보장받아
- 시간강사법, 2011년 이후 계속 유예
- 대학 밖에서도 學이 가능하다는 희망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5년 12월 24일 (목) 오후 7시 0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김민섭/309동 1201호 (전 시간강사)

◇ 정관용> 대학 시간강사들의 부당한 처우 그리고 열악한 상황. 그동안 여러 차례 지적되어 온 문제죠. 급기야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그런 사건도 있었고요. 국회에서도 시간강사법이라고 하는 게 제정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법 시행은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고 아직도 문제는 여전합니다. 최근에 지방대학 시간강사로 직접 일했던 분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한 권 펴내셨습니다. 한국 대학사회의 적나라한 모습을 담아냈다고 지금 화제인데요.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의 저자 김민섭 씨를 스튜디오에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309동 1201호> 네,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제가 책을 들고 있는데. 책에는 김민섭이라는 이름이 없어요.

◆ 309동 1201호> 네. 309동 1201호라고 되어 있죠.

◇ 정관용> 그러니까요. 이게 뭐예요? 309동 1201호?

◆ 309동 1201호> 제가 대학원생 시절을 보냈던 집의 주소이고요.

◇ 정관용> 아파트 309동 1201호?

◆ 309동 1201호> 네, 맞습니다.

◇ 정관용> 이걸 필명으로 썼어요?

◆ 309동 1201호> 실명을 쓰지 않은 것은 제가 겪었던 이 책의 모든 이야기들이 우리나라의 모든 대학교에서 그리고 대학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만약에 실명을 썼을 시 혹은 학교의 이름을 밝혔을 시에는 그것이 어떤...

◇ 정관용> 특정 대학, 특정 학과에서만 벌어지는 일로 여길까봐?

◆ 309동 1201호> 맞습니다. 어떤 개인사로 여겨지는 것이 가장 좀 걱정이 됐습니다.

◇ 정관용> 모든 대학이 다 이렇다?

◆ 309동 1201호>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걸 강조하기 위해서?

◆ 309동 1201호> 네. 대학은 제도에 따르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 정관용> 전공은 뭐예요?

◆ 309동 1201호> 전공은 인문학부라고 적어두었는데요. 국어국문학을 전공했습니다.

◇ 정관용> 국어국문학. 박사학위는?

◆ 309동 1201호> 박사 수료하고요. 박사 학위를 지금 준비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논문은 쓰고 계신?

◆ 309동 1201호> 네.

◇ 정관용> 박사 수료하신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 309동 1201호> 수료는 2012년에 했습니다.

◇ 정관용> 2012년. 시간강사는 몇 년 정도 하셨습니까?

◆ 309동 1201호> 2012년에 외국학생, 교환학생들에게 한국어 문법을 가르치는 수업으로 시작했고요. 그리고 2013학년부터 인문학 교양강의 글쓰기를 맡아서 계속 가르쳐 왔습니다. 3년차 됐습니다.

◇ 정관용> 13, 14, 15.

◆ 309동 1201호> 네.

◇ 정관용> 특별히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제목을 이렇게 붙인 이유는 뭐예요?

◆ 309동 1201호> 왜냐하면 요즘 지방이라고 하면 어떤 경계 바깥 그리고 요즘은 지방대라는 용어도 잘 안 쓰더라고요. 지잡대라는 용어를 많이 씁니다.

◇ 정관용> 그래요?

◆ 309동 1201호> 지방에 보도 듣도 못한 잡대학이라는 뜻으로 지잡대라는 용어가 이미 지방대를 대신하는 용어로 쓰일 만큼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단 한 번도 저를 그리고 제가 가르쳐온 학생들을 패배자로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요. 100명의 학생이 있다고 했을 때 적어도 85명 정도는 지방의 대학교에 진학하게 됩니다. 물론 진학하지 않는 학생들도 있겠지만.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85명을 모두 패배자로 규정한다면 그것은 너무 끔찍한 일이고요.

◇ 정관용> 그렇죠. 말이 안 되는 일이죠.

◆ 309동 1201호> 제가 여기서 사용하는 지방대라는 것은 제가 이 사회의 가장 평범한 청춘이라는 의미로 그리고 저의 세대를 대변할 수 있다는 의미로 평범함의 대명사로 사용한 것이 바로 지방입니다.

◇ 정관용> 평범함의 대명사.

◆ 309동 1201호>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말씀하신 것처럼 서울에 있는 대학보다 훨씬 많은 게 지방대학인데.

◆ 309동 1201호> 그렇습니다.

◇ 정관용> 우리는 그걸 지잡대라고 부른다고요?

◆ 309동 1201호> (웃음)

◇ 정관용> 이것 참. 이런 용어 누가 만들죠?

◆ 309동 1201호> 그러게 말입니다.

◇ 정관용> 이 책을 쓰신 취지? 이유? 배경? 뭐라고 할까요?

◆ 309동 1201호> 어느 날 무척 힘든 날이 좀 있었어요. 수업을 마치고 그리고 학생들이 면담요청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시간강사의 업무는 단순히 강의가 아니라 강의준비를 하고 그리고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해 주고 또 여러 가지 일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학과행사도 있었고요. 그래서 그날 저녁이 다 돼서 들어왔는데 좀 많이 힘들었어요. 힘이 들었는데 저는 대학의 상상 가능한 여러 공간에서 노동을 해왔거든요. 그러니까 대학원생 시절에는 학과사무실과 연구소에서 그리고.

◇ 정관용> 조교로.

◆ 309동 1201호> 그렇습니다.

◇ 정관용> 대부분 그렇게 하죠.

◆ 309동 1201호> 기숙사에서도 조교를 했고요.

◇ 정관용> 아, 기숙사 조교도 있죠.

◆ 309동 1201호> 그리고 수료 후에는 시간강사로서 강의실에서 노동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과연 대학의 노동자로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가. 또 나아가서 내가 이 사회에서 사회인으로 동시에 하고 있는가. 그런 질문을 저에게 던져봤는데 한 동안 답을 할 수 없었고 참 슬펐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삶을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가. 저에게 되물어보고 싶어서 그날 무언가를 썼는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그날 뭐라고 썼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글을 올리고 몇 시간 후에 들어가 보니까 그게 그날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그런 글이 되어 있더라고요. 그리고 다음 글도 보고 싶다, 이런 요청들이 있어서 그렇다면 나의 삶을 한번 되돌아보자라는 생각으로 썼고 그리고 그러면 다시 강의하고 연구할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판단했습니다.

◇ 정관용> 연구하고 공부하는 학생으로서의 신분도 있었던 것이지만 동시에 노동자로서 일을 했다.

◆ 309동 1201호> 그렇습니다.

◇ 정관용> 정말 내가 진짜 노동자로 일했나, 이런 자괴감이 왔더라?

◆ 309동 1201호> 그렇죠. 그리고 대학에서 조교로 근무한다는 것은 거의 전일제를 의미하거든요. 그런 전일제 조교로 근무한다고 했을 때 학과사무실이든 연구소든 어떤 행정의 최전선에서 대학원생들이 일을 합니다. 대학은 학과사무실을 운영할 직원을 대개 뽑지 않거든요.

◇ 정관용> 그래요?

◆ 309동 1201호> 네. 그리고 있다고 해도 거의 비정규직 직원들이고 대학원생들이 그 최전선을 지금도 여러 곳곳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저시급, 주유수당, 4대 보험, 근로기준법에 적용된 그 무엇도 저는 보장받지 못했고요.

◇ 정관용> 최저시급도 안 돼요?

◆ 309동 1201호> 그러니까 대학원의 모든 일은 저희가 내는 등록금의 일부를 감면해 주는 방식으로.

◇ 정관용> 장학금 형식으로?

◆ 309동 1201호>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것도 전액도 아니고?

◆ 309동 1201호> 전액이 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전액을 받는 경우는 제 주변에도 거의 없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월급은 전혀 없다?

◆ 309동 1201호> 대학은 저희가 곳곳에서 노동을 하고 있지만 임금을 지불할 때는 학생으로 철저히 대우를 합니다.

◇ 정관용> 학비 감면 정도.

◆ 309동 1201호> 네, 학비감면을 임금이라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 정관용> 아니죠. 그건 학비감면이죠.

◆ 309동 1201호> (웃음)

◇ 정관용> 월급을 받는 조교는 전혀 없어요?

◆ 309동 1201호> 대학 본부에 소속되거나 그런 대학원생이라면 월급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는 들었는데. 아마 제 주변의 거의 모든 대학원생들은 학비 감면의 방식으로 거의 모든 생활비를 충당했습니다.

◇ 정관용> 문과 이과 가릴 것 없이 똑같습니까?

◆ 309동 1201호> 이과는 조금 더 사정이 낫다고는 들었는데요. 특히 좀 문과가 어렵다고 모두가 그렇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또 교수님들이 각종 연구프로젝트 같은 것을 수주하기도 하고 또 최근에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BK21 등등의 여러 가지 프로젝트가 있잖아요? 그런 걸 하게 되면 조교들을 채용해서 쓰지 않습니까?

◆ 309동 1201호> 그런 경우는 상당히 운이 좋은 경우라고 봐야죠. 그러니까 프로젝트는 항상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도 어떤 특정 연구소라든지 어떤 특정 사업단에 돌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에 소속되지 않은 대학원생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 정관용> 그렇겠죠. 그리고 전공별로도 흔히 우리가 말하는 인문학 이쪽은 그런 게 별로 없죠? 프로젝트 이런 게?

◆ 309동 1201호> 거의 없고 있다 하더라도 간신히 인건비 정도만 나오는 그런 정도로 봐야죠.

◇ 정관용> 시간강사도 하면서부터는 이제 시간강의료를 받는 거죠?

◆ 309동 1201호> 네, 그렇죠.

◇ 정관용> 얼마입니까, 그게?

◆ 309동 1201호> 솔직히 말씀드리면 근로계약서에 명시가 돼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략 저의 시급이 5만원 정도, 계산해 보니까 그렇더라고요.

◇ 정관용> 시급 5만원.

◆ 309동 1201호> 네.

◇ 정관용> 그래도 갑자기 퍽 뛰네요. 최저임금제 말할 때보다는 상당히 높은데.

◆ 309동 1201호> 네, 맞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근로시간이 얼마 안 되죠?

◆ 309동 1201호> 근로시간은 제가 6학점에서 8학점을 강의합니다. 6학점을 강의한다고 했을 때는 주당 30만원이죠. 주당 30만원이고 월 120만원인데 저희는 4개월 단위로 고용됩니다. 그러니까...

◇ 정관용> 방학 때는 없죠?

◆ 309동 1201호> 네, 방학 때는 수입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 주변에 거의 모든 시간강사들의 연봉은 1000만원 내외입니다.

◇ 정관용> 1000만원.

◆ 309동 1201호> 더 강의하고 싶어도 강의할 수 없기 때문에.

◇ 정관용> 더 강의는 왜 안 돼요?

◆ 309동 1201호> 정해진 강의의 수가 있고 그리고 한 사람에게 많은 강의를 주지 않습니다. 지금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15시간 이상을 근무하는 시간강사에게는 대학 측에서 4대 보험을 지급하게 되어 있습니다.

◇ 정관용> 아, 네.

◆ 309동 1201호> 그것이 9시간으로 줄어든다는 것이 시간강사법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럼 아마 대학은 9학점 강의를 주지 않겠죠.

◇ 정관용> 추가부담이 들어가니까.

◆ 309동 1201호> 네, 그렇죠.

◇ 정관용> 그래서 몇몇 대학을 왔다 갔다 하시는 시간강사 분들이 많죠? 한 대학에서 다 많이 안 주니까.

◆ 309동 1201호> 맞습니다. 그것도 운이 좋은 경우고요. 대부분의 경우에는 강의를 얻는 것이 무척 힘이 듭니다. 그리고 강의를 얻었다고 해도 왔다갔다 기름 값이라든지 거기에 들어가는 여러 비용을 제하고 나면 남는 것이 많이 없습니다.

◇ 정관용> 경제적인 여건에서는 그렇고 그다음에 대학원생 시절이든 시간강사로 강의를 맡게 되든 간에 결정권은 누가 쥐는 거고 무슨 공정한 평가 이런 게 있나요? 어떤가요, 그건?

◆ 309동 1201호> 그런 것은 대부분 공채를 내는 대학들도 있고요. 아니면 학과사무실에서 어떤 교수회의를 통해서 결정하는 그런 학과들도 있고요. 그것은 대학마다 상당히 다릅니다.

◇ 정관용> 아, 그래요?

◆ 309동 1201호> 네.

◇ 정관용> 여기서 혹시 그냥 전적으로 교수한테 모든 걸 맡길 수밖에 없다. 거의 노예와 같은 신분이 된다. 이른바 주종관계가 형성된다. 그렇지는 않습니까? 대부분의 대학에서?

◆ 309동 1201호> 그러니까 가장 심각한 것은 무엇이냐면 대학은 하부 노동자를 위한, 그러니까 시간강사와 대학원생을 위한 제도나 매뉴얼을 구비해 놓고 있지 않습니다.

◇ 정관용> 아예 제도가 없다?

◆ 309동 1201호> 네. 그런 것이 없고 지도교수라든지 보직교수라든지 그런 분들께서 많은 것을 결정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대학 문제에서 교수이든 시간강사이든 대학원생이든 모두가 피해자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까 어떤 기본적인 매뉴얼이 없기 때문에.

◇ 정관용> 제도와 매뉴얼이 없으니까?

◆ 309동 1201호> 그렇습니다. 그런 것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모두가 피해자라고 말씀하셨지만 엄밀히 교수와 나머지 사람들 사이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로 봐야 되지 않나요? 그러나 교수님들도 피해자라고 보신다?

◆ 309동 1201호>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정관용> 어쨌든 결정권을 대부분 그분들이 행사하는 거죠, 그냥?

◆ 309동 1201호> 그렇습니다.

◇ 정관용> 거의 주관적으로, 자의적으로?

◆ 309동 1201호> 그분들이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니고 대학의 관습이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그 안에서 어떤 개인이 어떤 의지를 가지고 있거나 대단히 선한 사람이더라도 자신이...

◇ 정관용> 어쩔 수 없다는 거죠.

◆ 309동 1201호> 매뉴얼 이상의 자선을 베푸는 사람은 많지 않거든요.

◇ 정관용> 그래서 여러 차례 문제가 지적됐고 스스로 목숨 끊는 일까지 있었고 그러다 보니까 일단 법은 만들어져 있죠?

◆ 309동 1201호> 시간강사법 말입니까?

◇ 정관용> 네.

◆ 309동 1201호> 지금 법은 이미 다 나와 있는 상태인데 그것이 다시 유예될 것이다라는 게 현장의 분위기입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이미 법은 제정돼 있는데 2011년 이후에 계속 시행을 미루고 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 309동 1201호> 그렇습니다.

◇ 정관용> 이 법의 핵심내용이 아까 말씀하신 9시간 이상을 강의하면 4대보험 등등 정규직으로 본다.

◆ 309동 1201호> 그렇지는 않습니다.

◇ 정관용> 정규직으로 보는 건 아니고?

◆ 309동 1201호> 1년 단위의 계약직 노동자로 보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동안 4개월 계약이었지 않습니까? 이제 1년 단위로 고용을 하고.

◇ 정관용> 방학 때도 임금이 나오는.

◆ 309동 1201호> 그렇지 않습니다.

◇ 정관용> 그것도 아니고?

◆ 309동 1201호> 임금을 주지 않고 고용을 유지하는 방식입니다. 지금도 국립대학교 중 그렇게 하는 대학들이 있는데요. 제 선배는 고용이 유지가 됩니다. 그래서 실업급여를 신청하지 못 합니다. 차라리 자신을 퇴직시켜주면 좋겠다고.

◇ 정관용> 그리고 시간강사료가 더 올라가거나 그런 건 없어요?

◆ 309동 1201호> 동네 편의점이나 거리의 패스트푸드점에도 최저시급이 있습니다. 그리고 업주들은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 처벌을 받고요. 그러나 대학에는 그런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시간강사비로 얼마를 책정하든 그것은 대학의 자율이고요. 그래서 적게 주는 대학은 2만원에서 3만원 그리고 많이 주는 대학은 8만원 정도. 그 정도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이 시간강사법에서도 그 시간강사료의 하한선을 정하거나 그런 건 없는 것이고?

◆ 309동 1201호> 하한선도 상한선도 없기 때문에 대학의 자율입니다.

◇ 정관용> 그럼 이 법의 시행이 지금 유예되고 있다고 했습니다마는 유예가 안 되고 시행된다 해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네요?

◆ 309동 1201호> 네,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는 대신 대학이 좀 더 많은 시간강사들을 해고할 것이다라고는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이 법의 핵심은 그런데 시행하느냐 하지 않느냐, 좋은 법이냐 나쁜 법이냐가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느끼는 가장 큰 문제는요, 이것이 2년 동안 유예되는 동안 아무도 그 법을 손보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러니까 어떤 문제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것을 고칠 필요가 있기 때문에 2년을 유예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떤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거든요. 다시 한 번 유예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2년 동안 우리는 많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습니다.

◇ 정관용> 어떻게 고치면 되겠습니까?

◆ 309동 1201호> 글쎄요. 평범한 시간강사였던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강의와 연구가 저희의 생업이거든요. 주업이자 본업이고 생업입니다. 그런데 그것으로는 도저히 생계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연구할수록 가난해지고요. 강의할수록 힘겨워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다른 아르바이트를 찾는 분들도 많이 계시고 결국 포기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 정관용> 김민섭 씨도 아르바이트 많이 하셨어요?

◆ 309동 1201호> 무척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최근까지는 맥도널드에서 물류하차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 정관용> 생활이 안 된다. 그러니.

◆ 309동 1201호> 그래서 제도를 좀 더 강의와 연구로 먹고 살 수 있도록 바꾸는 일이 시급하고요. 그 핵심이라고 하자면 일단 연구를 한다는 것은 연구논문을 쓴다는 뜻이거든요. 연구논문을 한 편 쓰는데 보통 6개월에서 1년의 시간이 걸립니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쓴 논문을 투고한다고 했을 때 돈을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저희가 돈을 내는 시스템입니다.

◇ 정관용> 그렇죠.

◆ 309동 1201호> 그러니까 학회에 가입비와 연회비를 내야 하고요. ‘심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하고 심사비를 따로 내야 하고 게재비, 원고지 사용료 이런 것을 다 내고 나면 돈 20만원, 많게는 30만원까지 자비를 부담해야 합니다. 연구할수록 가난해진다라는 것이죠. 그 안에는 저희가 연구실 앞에서 흘린 어떤 땀이나 눈물 같은 것들은 당연히 계산되지 않고요. 모든 창작작업이 그렇겠지만요. 하지만 정규직 교수들은 논문을 투고했을 때 장려금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 309동 1201호> 오히려 비정규직 연구자들은 많은 돈을 학회에 납부하고 있죠. 이런 시스템이 정리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강의를 한다고 했을 때 몇 학점을 강의하든 4대보험을 보장해 주면 됩니다. 특히 건강보험이 핵심인데요. 3학점을 강의한다고 했을 때 대학 측이 3학점 강의 하나에 건강보험료를 책정해야 할 돈은 2만원이 채 안 됩니다.

◇ 정관용> 그렇겠죠. 주는 임금도 얼마 안 되니까.

◆ 309동 1201호> 네, 그렇습니다. 제가 맥도널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것은 물론 생계의 문제도 있지만 건강보험을 보장받기 위해서입니다.

◇ 정관용> 거기서 보장을 받았다?

◆ 309동 1201호> 네. 저는 1년 넘게 맥도널드에서 건강보험을 보장받았고요. 결혼을 하고 아내에게 어떤 일이 있어도 80만원을 가져다주겠다. 그 다음 1년은 100만원을 가져다주겠다.

◇ 정관용> 한 달에.

◆ 309동 1201호> 네. 그리고 그다음 1년은 더 많이 가져다주겠다. 아들이 태어나고 맥도널드 구인광고를 봤는데 4대보험을 보장한다고 적혀 있어서 그날부터 맥도널드 노동자가 됐습니다. 노동은 무척 즐거웠습니다. 거기에서 제가 발견한 것도 많고 성찰한 것도 많고요.

◇ 정관용> 그러나 내가 주업으로 하고 있는 곳에서는 보장되지 않는 건강보험을 거기서 보장해 주더라. 그 한마디가 사실은 모든 것을 말해 주고 있군요.

◆ 309동 1201호> 지식을 만드는 공간이 햄버거를 만드는 공간보다 사람을 위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 정관용> 이 책을 내시고 시간강의도 포기하셨다고요?

◆ 309동 1201호> 네, 강의와 연구를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 정관용> 연구까지?

◆ 309동 1201호> 연구라는 것은 이제 제도권에서 논문을 쓴다는 뜻이거든요. 대학이라는 제도권을 나오게 되면 어떤 개인연구를 사적으로 수행할 수는 있겠지만 공적으로 대학에 설 수는 없게 되는 것이죠.

◇ 정관용> 그러니까 교수를 목표로 하는 그런 활동은 이제 안 하겠다?

◆ 309동 1201호> 네.

◇ 정관용> 박사학위도 취득 안 하실 거예요, 그러면?

◆ 309동 1201호> 사실 박사 논문을 절반 정도 쓴 상태인데. 제가 연구실 짐을 빼러가는 날 동생이 전화가 왔어요. 그래서 동생이 한 말이 뭐하는 거냐. 시간과 돈과 학위가 아깝지 않느냐라고 했는데 제가 한마디 했습니다. 아깝지가 않다. 나는 그 동안 대학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그렇지가 않더라. 대학교 바깥에도 더 큰 강의실과 연구실이 있고 그리고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내 지도교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까 인문학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저도 궁금해서 책도 많이 읽고 강의도 많이 들었고 많이 고민했는데 내 주변에 가장 가까운 곳에 인문학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걸 알게 된 순간 학위라든지 그 동안 들인 돈이나 비용, 시간 이런 것들이 전혀 아깝지가 않았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대학교 바깥에서도 하기가 가능하다. 상상을 하게 됐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이제 새로운 일,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시는 거네요?

◆ 309동 1201호> 그렇죠.

◇ 정관용> 이 책의 제목은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였었는데 그러면 이제부터는 나는 뭐다?

◆ 309동 1201호> 나는 김민섭입니다. (웃음) 그리고 저는 제가 잘 하는 게 뭐가 있을까 싶어서 많이 고민을 했습니다. 그런데 남들보다 조금 잘하는 게 딱 하나 있더라고요. 글을 쓰는 겁니다. 계속해서 글을 쓰기로 했고요. 대학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글도 쓸 것이고 그리고 그동안 쓰고 싶었지만 쓰지 못했던 글들. 그 동안 논문만 썼거든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나는 글 쓰는 사람 김민섭이다. 이렇게 되겠군요. 오늘 우리 학계의, 우리 대학의 부정할 수 없는 한 단면, 그 현주소를 낱낱이 고발해 주셨습니다. 김민섭 씨 오늘 고맙습니다.

◆ 309동 1201호> 감사합니다.

◇ 정관용> 대학들이 이 방송을 좀 정말 아프게 아프게 들어야 할 텐데요. 저도 대학에 있는 교수로서 참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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