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안 안전업무가 '이례적인 일' 일 수 있을까요?"

CBS 시사자키 제작진 2015. 8. 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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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라디오 주말 시사자키 윤지나]

■ 방송 : 1일 CBS라디오 FM 98.1 (토 16:00~18:00)
■ 진행 : 윤지나 기자
■ 대담 : 김승하 KTX 승무지부장

KTX 여승무원들의 고용 투쟁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놀라는 사람들도 많다. 지루한 이슈라며 고개를 돌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간접고용과 비정규직 문제, 세월호 이후 불거진 안전문제까지 10년 가까이 벌어진 그들의 투쟁은 곧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앞서 법원은 1, 2심에서 KTX 승무원들이 한국철도공사의 정규직이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지난 2월 대법원은 이를 뒤집는 판결을 내렸다. 승무원들이 외주화가 불가능한 안전업무를 수행하고 있었음에도 그것은 '이례적인 일'에 불과했다는 게 대법원의 논리다. 빠르게 달리는 열차 안에서 진행되는 서비스가 안전과 불리될 수 있을까? 세월호 이후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말뿐에 그쳤던 것일까.

▶ 김승하 지부장님, 입사하고 불과 2년이 지나고 간접고용문제가 불거진 거죠. KTX 승무원 입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선 그런 일이 벌어질 지 전혀 예상을 못한 건가요?

= KTX가 2004년 4월 개통했는데, 저희는 전형이 시작된 건 2003년 12월이다. 대부분 항공사 승무원을 준비하던 친구들이었고, 당시는 철도공사가 아니라 철도청이었다. 입사 때 "너희는 철도청에서 직접고용해야되지만 지금 공무원 티오가 없으니 내년에 (2005년에) 공사가 되면 그때 정규직으로 채용할 것"라고 약속을 받았다.

▶ 그런데 문제는 구두계약이라는 것이다. 그냥 믿은 건가.

= 철도청은 국가기관이잖아요. 당시 대학을 갓 졸업한 여성들이다보니 나라가 거짓말을 하리라고 생각 못했다. "비정규직으로 들어왔는데 떼쓰면 정규직 시켜주는 줄 아느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는 처음부터 KTX승무원이 되기 위해 지원한 것이다.

그 전까지는 모든 직종이 철도청에서 공채, 정규직으로 진행됐고, KTX 승무원에 대해서만 자회사(홍익회)에 위탁 비정규직으로 채용이 시작됐다. KTX승무원이 되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다.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에 비정규직 계약임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전환 약속도 있고 하니 입사한 것이다.

▶ 일하는 2년 동안 약속이 깨질 수도 있다는, 의심스런 정황은 없었나.

= 우리가 함께 일하는 건 철도 직원들 뿐이었고 홍익회 사람들을 만나는 건 출퇴근 도장을 찍을 때가 전부였다. 직원들과 일하는 내내 "자격증 따놓으면 정규직 됐을때 인센티브도 있다" 이런 식으로 당연히 항상 정규직 전환을 전제로 했다.

▶ 간접, 직접 고용 여부를 가르는 주요 기준이 '누가 지시내리느냐'인데, 지시도 역시 철도공사에서 내린 것 아닌가?

= 열차를 타면 철도공사소속 팀장님 1명, 우리같은 승무원 3명이 탄다.

▶ 겨우 4명이 타나? 생각보다 조금 탄다.

= 그럼 열차 내에서 누가 지시를 하겠나. 정규직의 철도공사 소속 팀장이 지시하면 4명이 유기적으로 돌아간다.

▶ 실제 업무에서 지시를 철도공사 직원에게 받고, 그간 정규직 전환 구두 약속도 있으니 간접고용이라고 생각할 여지가 전혀 없었겠다. 4명이 열차를 타고 있다고 하면 안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되는 건가?

= 4명이 다 무전기를 갖고 다니면서 혼자 처리 가능일은 혼자 처리하고, 승객이 잘못탔다거나 뭔가 위급한 상황 발생하면 다음 역 직원들과도 교류를 해야되고 팀장님에게도 물론 상황보고 해야되고…관제센터에도 연락하고 철도 모든기관들과 유기적으로 할 수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그런 식이라면 여승무원 3명도 안전업무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겠다. 그런데 대법원은 최근 2월 "승무원들은 코레일에 의해 직접 고용된게 아니다. 안전업무와 그들이 했던 의무는 분리되어있기 때문이다" 라면서 1, 2 심을 모두 뒤집었다.

= 그 똑똑한 분들 왜그랬는지 모르겠다. 판결문을 읽어 보겠다.

"화재 등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KTX여승무원도 열차팀장의 지시를 받아 화재진압 및 승객대피 등에 참여하게 되어 있었지만, 이것은 이례적인 상황에서 응당 필요한 조치에 불과하고 KTX여승무원의 고유의 업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낮았다."

▶ 대법원이 안전불감증이 있는 건가? '이례적인 상황'에서만 그들의 안전업무가 발생한다고 판결문을 만들었네요. 대법원이 말하는 '일반 서비스 업무'와 '안전업무'라는 것의 경계라는게 열차이용자 입장에서 이해가 안된다. 그렇다면 제가 만약 승객으로서 체하든지 더 발전된 안전 관련 일이 발생 했을 때, 여하튼 그게 안전 이슈라면 오직 팀장 1명만 안전업무 책임이 있는 것?

= 그렇다.

▶ 대법원 논리대로라면 김승하 지부장같은 승무원은 안전 업무가 있을 때 그냥 외면해도 되는 건가?

= '응당 필요한 조치'니까 하면할 수 있는데, 그 것은 인간된 도리로서 하는 일이지 업무 차원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 알아야 대처를 할 것 아닌가. 매뉴얼이 있어야 조치를 하는거고 아까 말슴하셨듯이 실제로 무전기 들고 처리하는 일들을 다 매뉴얼보고 익혀놓고 하셨을거 아닌가.

= 매뉴얼 철도공사에서 만들어서 배포했다.

▶ '안전업무를 하는 직원이다'라는 직접 고용증거자료 됐을텐데?

= 저희가 증거자료가 굉장이 많았다. 근데 대법원은 "그건 그냥 기준으로 제시한 것 뿐이지 너희에게 업무를 진행하라고 시킨건 아니다"라고 했다.

▶ 업무는 아니지만, 매뉴얼 보고 열심히 하라는 거군요.

= 알아서 잘 한거죠.

▶ 안전업무라는 중요한 업무를 하고 있으니 이자들을 직접고용해야된다는게 상식적인 생각인데. 안전업무를 담당하는 승무원들은 외주화 자체가 불법이지 않은가.

= 철도공사가 그런 책임을 피할 수 있도록 대법원이 길을 터준 셈이다. "승무원이 안전업무를 하지만 그건 너희 업무가 아니다"라는 판결을 통해,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라는 것과 비슷하다.

▶ 저는 승객입장에서 안전업무를 해도 되고 안해도되는 승무원들에게 나의 안전을 맡기고 싶지 않은데요.

= 철도공사는 마음대로 안전업무를 외주화 하시오, 하고 면죄부 준 셈이다.

▶ 우리가 간단하게 얘기하고 있지만 대법원의 판단 때문에, 승무원들이 지난 10년 간 진행했던 투쟁들이 무위로 돌아갔다. 1, 2심에서 승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파기환송판결을 하지 않았냐.

= 1,2심 결과가 나오고 3년동안 힘든 투쟁을 했는데 그걸 다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판사님들이 사안을 정확하게 보시고 열차 안에서 일어난 일들, 당연히 안전업무를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신 것 아닌가.

지금은 우리 때 상황보다 열차 안이 더 위험해졌다. 철도공사가 인원을 감축하다보니까 그나마 승무원 1명은 판매사원으로 돌렸다. 지금은 역무원이 줄어 개표구도 없지 않나. 그냥 열차내로 들어올 수 있다보니 지하철보다 보안이 더 취약하다. 여기에 안전과 직결된 열차정비와 선로보수까지 다 외주화 한다니 그만큼 더 위험해진 셈이다.

KTX 승무원 문제에 관심 없는 분들도 많을텐데…다들 열차는 타잖아요. 안전문제 얘기해보자. '4명만 일해요?'가 과거일이고 지금은 한명 더 줄었다. 줄어든 2명의 승무원조차 대법원 판단대로라면 안전업무를 하지않는 것이다.

▶ 대법원이 되돌려보낸 고등법원(환송심)에서 상식적인 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 거의 없다고 들었다. 대법원에서 KTX승무원들이 승소한 1, 2심 판결이 잘못됐으니 다시 판단하라고 지침 내보낸건데 거기에 반기를 들고 판단할 판사가 우리나라에 없을 듯하다.

▶ 희망을 갖는게 너무 순진한 건가.

= 저희가 투쟁 시작할 때부터 너무 순진하다는 얘기를 워낙 많이 들어서…어차피 안되는 싸움이었는데 이렇게 오래 끌어온거 자체가 너무 순진한거라고들 하신다.

누군가는 계속 얘기를 해서 언젠가는 해결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다들 "맞는 말이긴 한데 내가 하긴 싫어, 다른 사람이 하겠지"라고 외면하고 돌아설 수 없는 34명이 남았다.

▶ 34명이 시작했는데 최근 한분이 대법원 판결에 절망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셔서 33명이 되지 않았나. 지난 10년동안 서로밖에 의지할 사람이 없었을 것 같은데.

= 그냥 직장동료와는 다르다. 그 시간을 함께해준 친구들이기 때문에 가족같은 사이다.

▶ 그 분 3살 딸도 있으시던데 판결난 것을 보면서 얼마나 절망했을지…지부장님 비롯해서 투쟁 나선 승무원분들이 어떤 마음일까 감히 추측할 수 밖에 없는데, 당시 '하늘이 무너진다'는 표현이 좀 약한지 않았나.

= 오히려 현실감이 없었다. 정권이 하수상하니 불안감이 있긴 했지만 1, 2심에서 워낙 논리도 탄탄했고 증거도 많았고, 워낙 완벽하게 이겼다가 반대로 완전 180도 뒤집으니. 이렇게까지 뒤집힐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결과를 현실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 고용의 질은 악화시키는 방법으로 판결이 나고 있으니…정부 기관이라는 KTX가 이 정도인데 일반 사기업 상황은 얼마나 열악할까요.

= 예를 들면 저희는 락카비, 명찰, 유니폼비까지 월급에서 깎였다. 어느 날은 월급체계를 합리적으로 바꾼다고 한 후 거의 모든 직원의 월급이 20~30만원이 깎였다. 항의하니 예전 체계로 돌아가긴 했지만, 어떻게 하면 월급을 깎아 수익을 얻을까가 위탁 외주업체의 경영 전략이었다.

▶ 그런 문제들이이 단순히 직원의 삶과 복지에만 영향을 미치는게 아니라 우리의 안전까지 위협한다는게 가장 큰 문제네요. 우울한 질문. 앞으로 어떻게 계획?

= 파기환송심이 진행되고 있다. 환송심에서 필요한 또다른 증거나 증인을 찾고 있다. 한달에 한번 촛불집회와 1인시위는 계속하고 있다. 이 문제를 끝까지 소리 안죽이고 알려나가는게 지금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CBS 시사자키 제작진] jina13@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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