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취업규칙 가이드라인', 노동시장 개편 악용 위험"

2015. 1. 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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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고용부 올 상반기 제정 추진

호봉제 폐지·임금피크제 등

양대노총 "사용자 편들기 우려"

노동자의 10%만 노조 가입돼

나머지 90% 큰 불이익 볼 수도

정부가 올해 상반기 제정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취업규칙 가이드라인'이 노동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노동시장 구조개편을 밀어붙이는 정부와 재계가 노동자의 일방적 희생으로 귀결될 여지가 큰 호봉제 폐지, 임금피크제 도입 같은 임금체계 개편 및 탄력근로시간제 확대 등 노동유연화 정책을 개별 사업장에서 관철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9일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에서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도입 등 환경 변화에 따른 근로조건의 합리적 적용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부 관계자는 "취업규칙을 바꿀 때 어떤 내용이 근로자에게 유리하고 어떤 게 불리한지 사례를 중심으로 기준을 내놓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대 노총은 4일 "노동시장 구조개편 과정에서 노동자한테 불리한 노동조건을 사용자 마음대로 밀어붙이는 수단이 될 것"이라며 일제히 반발했다. 단체협약은 노동조합과 회사가 대등한 위치에서 맺는 민법상 계약의 효력을 갖는 반면,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임금·노동시간·휴가 등 온갖 노동조건을 일방적으로 정한다. 다만 단체협약과 취업규칙 내용이 엇갈리면 단체협약이 우선한다. 아울러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취업규칙의 내용을 바꿀 때 고치려는 내용이 노동자한테 불리하면 노동자 과반수가 가입한 노동조합이나 노동자 과반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

바로 이 대목이 노동계의 우려 지점이다. 이를테면 어느 회사의 사용자가 호봉제를 폐지하고 정부가 추진하는 것처럼 성과 연동형으로 임금 체계를 바꾸는 것은 노동자한테 불리한 변경이 아니라고 '취업규칙 가이드라인'이 기준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아울러 2016년부터 정년 60살이 법적으로 의무화되는데, 개별 회사 정년을 63살로 늘리는 대신 55살부터 임금을 줄여나가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거나, 노동시간 단축 과정에서 일부 노동자를 전환배치하는 것은 노동자한테 불리한 게 아니라고 가이드라인이 기준을 내놓을 수도 있다. 이를 토대로 노동자의 동의 없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바꾸려 할 것이라고 노동계는 우려한다.

정부는 이밖에도 특정 기간에 일을 더 시켜도 그 뒤 같은 기간만큼 일을 덜 시키면 일을 더 한 때의 추가근로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는 탄력근로시간제를 확대 시행하고 '저성과자'의 퇴출 구조를 만드는 등 취업규칙 변경과 관련해 노동유연성을 확대하는 정책을 밀어붙일 태세다. 가이드라인에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고용부가 이를 토대로 지도감독을 하면 산업 현장에 끼칠 영향이 작지 않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대한 기준 제정이 더욱 주목받는 배경은 국내 노동자의 열악한 단결권에 있다. 노조 조직률이 10.3%에 불과해, 취업규칙보다 법적으로 구속력이 강한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는 열에 하나뿐이다. 90%의 노동자는 오로지 취업규칙의 영향을 받는다.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취업규칙 가이드라인은 결국 노동시장 구조개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집단적 저항을 무력화하는 동시에 대다수 무노조·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벼랑 끝으로 밀어넣게 될 것"이라며 "취업규칙 변경 내용이 노동자한테 유리한지 불리한지는 정부가 아니라 노동자가 정하는 게 맞다"고 짚었다.

'취업규칙 가이드라인'은 현재 진행 중인 노사정 논의를 가로막는 암초가 될 수도 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노사정위원회가 사회안전망을 논의하기로 한 9일 노동시장 구조개선특위 회의 때 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문제까지 논의하자고 2일 정부가 일방적으로 통고하는 등 마치 결과와 일정을 정해놓은 듯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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