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 아이가 '경기' 일으킨다.. 와서 한번 살아봐라"

2008. 8. 3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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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유빈 기자]

황진하 한나라당 의원(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지난 8월 5일, 황진하 한나라당 의원(파주시)은 파주시 무건리 훈련장 확장에 반대하는 주민 촛불문화제를 "반미, 용공, 좌익 세력"으로 호도했다. 또한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에 대하여 공안당국의 수사까지 의뢰하는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발송하기도 했다.

그랬던 황 의원이 29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을 방문하여 '시민과의 대화'라는 자리를 마련했다.

오현리 주민들은 일방적으로 무건리 훈련장 확장을 강행하는 국방부와 조속한 사업추진을 촉구하는 황진하 의원에게 명확한 주민들의 의사를 밝히기 위해 간담회에 참석했다.

간담회에서 황진하 의원은 법원읍에 관한 3가지 주요 관심사항으로 무건리 훈련장 문제, 산업단지 활성화, 56번 도로의 확장을 꼽았다.

속 끓는 주민들의 심정

"황진하 의원이 지난번에 발표한 보도자료에 의해 우리 주민들은 반미, 용공이라는 표현들로 호도 당했다. 30년 넘게 훈련장으로 인한 피해를 감수해왔다. (1996년 훈련장 확장 계획이 발표되면서) 청와대며 국방부, 국회, 파주시까지 애타게 청원서도 넣어보고 했지만 단 한 번도 발걸음 해 준 사람이 없었고 현재는 보다 못한 주변 사람들이 우리 주민들을 돕고 있는 실정이다."

오현리 주민 주병덕(49)씨는 그동안 끓여왔던 속마음을 이 같이 풀어놓으며 훈련장 확장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입장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주민의사를 왜곡한 지난 언론보도에 대해 항의하는 오현리 주민 주병덕씨

ⓒ 이유빈

이에 황진하 의원은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같은 고향 사람으로서 답답하고 걱정도 많지만, 사실 여러분이 생각하는 만큼 그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알기로는 무건리 훈련장 계획은 오래됐는데 총 확장부지가 960만평이고 현재 훈련장 사용부지가 730만평이다. 48세대는 이주신청을 이미 마쳤고, 86세대가 이주를 반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병덕씨는 "수치가 틀리다, 반대하는 가구수는 그보다 훨씬 많다"고 지적했으나 황 의원은 곧바로 "차이 나는 부분은 나중에 말하라"고 못박았다.

"이주대책, 전혀 실효성 없다"

황진하 의원은 "당선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나름 노력하여 제반 사항들에 대한 보고를 받았고, 무건리 훈련장과 관련하여 첫 번째, 굳이 167만평 가량을 추가로 매입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 두 번째 조속한 이주단지 마련, 세 번째 훈련장부지 내 제한적인 영농 허용 등 세 가지 방법에 대해 논의해보라고 군 당국에 지시하였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황 의원은 "자신이 군 출신이라 국방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며 "군 입장에서 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기에, 첫 번째 방법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오현리 주민 윤병설(52)씨는 다음과 같이 조목조목 반박했다.

"국회 비서관 만나러 주민들과 함께 가보기도 하고 그랬다. 그런데 제대로 보고가 안된 것 같더라. 그리고 이주를 반대하는 가구는 86세대가 아니라 150세대이며, 확장예정부지는 약 1100만평이다. 황진하 의원께서 주민 일부만이 포함된 군협의체 같은 쪽을 통해서만 보고를 전달받으니까 주민들의 순수한 의견을 듣지 못해서 해결이 안 되고 있는 것이다. 이주에 합의한 주민들도 본인 스스로가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이주대책은 전혀 실효성이 없으며 군에서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추진해온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건 사람답게 사는 것"

간담회 장소 앞에서 오현리 주민들의 의사를 왜곡하는 "황진하 규탄" 피켓시위를 벌였다.

ⓒ 이유빈

무건리 훈련장에 관한 주민들의 반박이 계속 이어지자 "똑같은 의견", "시간부족"의 이유로 더 이상의 발언은 주최 측에 의해 제지당했다.

그러나 마지막 질문을 전제하고 질의기회를 얻은 웅담리 이장 한영찬씨가 무건리 훈련장의 피해사례를 제시하며 거세게 항의했다.

"무건리 훈련장으로 인한 포탄 소음 등의 피해가 막심하다. 훈련장 소음을 기관에 의뢰해서 측정해보니 92db이 나오더라. 자동차 센서기가 울려대고 심지어 2살짜리 어린아이가 경기를 일으켜 병원에 실려 가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똑같이 세금 내는 국민인데 우리만 왜 이런 피해를 받고 살아야 하는가. 최근 들어 1분 간격으로, 전시도 아닌데 밤늦게까지 사격훈련을 해댄다. 한번은 이것에 항의했더니 작전상이라 대화할 수 없다며 묵살 당했다. 군단장, 참모들이 직접 6개월만 이곳에 와서 살아보고 나서 좌담회 하자고 말하라."

이에 황 의원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그 같은 피해지역은 웅담리뿐 아니라 문천, 연천 등 피해보는 지역이 많으며, 특히 비행장 주변의 제트기 소음은 더하지 않겠는가. 국방부 입장에서는 보상을 다 해주기가 예산상으로 어렵다. 무조건 보상해주는 것은 그 근거인 법안이 아직 마련되지 않아서 해줄 수가 없다. 근거도 없는데 어떻게 보상해주겠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갑작스레 사격훈련이 많아진 이유를 알아보니 작년부터는 평택과 오산 등 각 지역에서 군인들이 다 몰려온 탓이라는 추가 발언에 황진하 의원은 "어디서 훈련을 오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며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말을 재차 강조하였다.

이에 한영찬씨는 "보상은 필요 없고 사람답게 편하게 살고 싶은 것이 주민들의 의견이다"는 말로 마무리 지었다.

산업단지로 인한 주민 보상·이주대책 및 자운서원의 활성화 등 간담회 자리에 모인 많은 법원읍 주민들이 의견을 제출하는 가운데 시간부족을 이유로 '시민과의 간담회'는 충분한 의견수렴의 장은 되지 못했다.

결국 간담회 머리에 법원읍의 세 가지 관심사 중 첫 번째로 꼽았던 '무건리 훈련장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피해자인 오현리 주민들은 명확한 대답을 듣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총선 후보 시절 황진하 의원이 공약의 한 가지로 내세웠던 '평화도시'는 영상 의정보고서와 간담회에 참석한 주민들의 질의에 답하는 중간 중간에도 여러 차례 언급되었다. 반면에 지난 8월 5일, 황진하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어 한국군을 위한 무건리 훈련장 확장사업을 조속히 추진할 것을 국방부 당국에 촉구하였다.

오현리 주민들은 황진하 의원이 동시에 밝히고 있는 '평화도시 건설'과 '무건리 훈련장 확장 촉구'라는 두 가지 입장이 결코 양립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주민들은 한국군훈련장 부족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미군의 요구에 의해서 훈련장이 확장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날 마지막으로, 무건리 훈련장확장반대 주병준 주민대책위원장은 황진하 의원의 8월 5일 보도자료 내용에 대해 공개질의서를 전달하고 면담을 요청했다.

무건리훈련장확장반대 주병준 주민대책위원장이 오현리 주민들을 대표하여 공개질의서를 직접 전달했다.

ⓒ 이유빈

주민대책위원회에서 황진하 의원에게 보내는 공개 질의서

황진하 의원님,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 정착에 역행하고,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무건리 훈련장 확장을 막아내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무건리 훈련장 확장저지 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약칭 무건리 공대위)입니다.

귀하는 지난 8월 5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무건리 한미공용 군사훈련장 확장을 저지하기 위한 주민과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에 대해 '지역갈등 조장, 반미 선동으로 지역사회 안정 해치는 촛불데모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게재하여 무건리 공대위를 공개적으로 비판하였습니다. 보도자료 내용을 확인한 결과 사실과 다른 점은 물론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는 부분, 무건리 공대위에 대한 악의적인 비방이 있다고 판단되어 다음과 같이 공개 질의하오니 성의 있는 답변을 기대합니다.

귀하는 우리의 주장이 잘못되었다고 하면서 몇 가지 문제점을 제기하였습니다. 이하에서는 귀하가 제기 또는 주장한 내용에 반론을 제기하며 질의하겠습니다.

그 첫 번째로, 귀하는 '우리 군이 훈련 할 훈련장을 가지고 왜 미군 운운하며 반미를 부추기는가? 라고 하며 지역문제를 반미와 연결하여 선량한 지역 주민의 갈등을 조장하고 선동하는 행태를 중단할 것'을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어떻습니까? 무건리 훈련장은 한국군만이 사용하는 훈련장이 아니라 2002년 한미 간에 체결된 LPP(연합토지관리계획)협정에 근거하여 미군에게 공여된 한미공용훈련장으로 전체 훈련일수(180일)의 절반이상(91일)을 미군이 사용합니다. 더욱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뿐 아니라 미국 본토의 스트라이커 여단과 주일미군, 괌, 호주 등 해외주둔 미군까지 사용하고 있는 국제적 성격의 훈련장입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2006년 당시 1군단 교육참모였던 이덕건 대령이 무건리 훈련장의 확장 이유와 관련하여, "LPP협정에 따른 미국의 요구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결국, 무건리 훈련장 확장의 주요 이유가 미국의 요구 때문이고, 그 사용에 있어서도 한국군보다 많이 사용하고 있음이 주지의 사실인데 이를 귀하가 "미군 운운"이라는 의미도 불명확한 단어를 택하여 비난하는 것은 국민과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 됩니다.

또 귀하는 우리가 반미와 연결하여 선량한 지역 주민의 갈등을 조장하고 선동한다고 주장하셨는데 어떤 근거를 가지고 주장하시는 것인지 명백하게 답변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또 귀하는 "무건리 훈련장 관련 어느 주민, 어느 단체가 지역 현안에 관여하고, 갈등조장을 부추기는 선동을 하도록 요구했는가? 지역 민원 해결과 주민 협조를 빙자하여 지역사회를 양극화시키고 주민 간 갈등을 부추기는 선동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주장하였습니다.

이미 이 지역에서는 훈련장 확장 계획이 발표된 1996년 직후 "무건리 훈련장 백지화 추진위원회"가 결성되어 대다수의 주민이 무건리 훈련장 확장의 부당함에 항의하여 왔습니다. 10여년이 넘는 주민들의 지난한 싸움으로 시민사회단체가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고, 급기야 무건리 문제를 온 국민의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무건리 훈련장 확장저지 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가 결성된 것입니다.

이런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의 행동을 한낱 주민 간 갈등을 부추기는 선동으로 폄하하는 귀하의 주장은 지역 현안을 주민의 요구에 맞게 해결해야 하는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의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라 판단됩니다.

실례로 귀하는 지난 8월 15일, 이 곳 주민들의 가장 큰 행사인 '오현?직천 주민 체육대회'에 방문하였을 때 주민들이 무건리 훈련장 확장의 문제에 대해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확장 반대 입장을 가져 주실 것을 요구하면서 이곳에 훈련장이 들어서면 40년 넘게 계속되어 온 주민체육대회도 더 이상 개최되지 못할 것이라고 걱정하자 "이 곳도 훈련장으로 들어갑니까?"라고 반문하여 같은 자리에 있던 주민들이 실소를 하였던 사실이 있습니다.

지역의 현안에 대해서 무지한 상태에서 주민들의 간곡한 요구와 주장을 한낱 선동으로 치부하는 귀하의 주장에 대해 우리는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으며 이 부분에 대한 귀하의 입장이 무엇인지 명백히 밝혀주시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귀하는 공안당국에 대해서 "반미 조장, 주민 선동으로 지역사회 안정을 해치는 세력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 할 것"을 주문하면서 국방부를 향해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무건리 훈련장 문제를 조속히 해결함으로써 이적세력에게 빌미를 주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무건리 훈련장 확장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를 반미세력, 이적세력으로 규정한 귀하의 주장에 대해 우리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 부분에 대한 명백한 귀하의 공개적인 사과를 요구합니다. 만약 이런 귀하의 입장이 지금도 여전하시다면 우리는 명예훼손 등 법률적인 측면의 문제제기는 물론 일간지의 기고 등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귀하의 주장을 사회에 알리고 귀하가 국민의 대표로서 적절한지 우리 국민이 심판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려고 합니다.

또 귀하는 국방부를 향해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조속히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귀하께서 '무건리 공대위'를 반미용공세력으로 단정하고 있는데 그 근거가 무엇인 지 명백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귀하께서 국방부에게 요구하는 무건리 훈련장 문제의 해결방식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변을 요구합니다.

빠른 시일 내, 귀하의 성실한 답변을 기대합니다.

2008년 8월 29일

무건리 훈련장 확장반대 주민대책위원회

무건리 훈련장 확장저지 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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