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원전 불안 '이유도 몰라'

권순철 주간경향 기자 2012. 1. 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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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4호기 증기발생기 손상 원인 3개월 째 '규명 중'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운영하는 울진 원자력발전소(원전) 4호기 증기발생기 내부에 있는 전열관이 손상된 것을 발견한 지 3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증기발생기 전열관의 정확한 균열 및 마모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한수원 측은 정확한 원인분석 작업 때문에 늦어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무엇인가 말 못할 사연이 있지 않나 의심을 하고 있다.

한수원이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조정식 의원(민주당)에게 제출한 '울진 4호기 증기발생기 전열관 검사결과 및 향후 대책'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실시한 울진원전 4호기에 대한 예방정비 결과 2개의 증기발생기 전열관 3874개에서 마모 또는 균열이 발생해 정비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수원이 예상한 증기발생기 전열관 보수물량 예상치 1000여개에서 4배 정도 늘어난 수치다. 이에 따라 울진원자력본부는 전열관 보수를 지난해 10월까지 끝낼 예정이었으나, 정비기간을 올해 4월 23일까지 대폭 연장했다.

3호기 전열관 마모는 수십개 불과

울진원전 4호기 안에는 증기발생기가 2개 있으며, 방사성 냉각수가 흐르는 지름 1.07㎜의 얇은 관인 전열관이 한 개에 8000여개씩 1만6000여개가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열관에 균열이 생기기는 것 자체는 위험하지 않으나, 균열이 생긴 곳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균열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위험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울진원전 4호기는 지난 2002년 정비 중 전열관 파열사고로 안에 있는 물 45톤이 13분간 흘러나와 백색비상경보가 발령된 바 있다. 이는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되는 바로 전 단계다.

문제는 한국표준형 원전 중에서 유독 울진 4호기에서만 전열관 균열이 급격히 진행됐다는 점과 이에 대한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울진 3호기의 경우 증기발생기 전열관 정비 결과, 마모 또는 균열된 것이 수십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에서는 하루 빨리 원인을 규명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울진지역 시민단체에서는 가동한 지 14년밖에 안 된 원전 4호기의 결함이 증기발생기 자체의 문제인지, 원자로 또는 다른 곳의 문제인지 정확히 규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고리 1호 원전은 20년이 지나서 증기발생기를 교체했다. 더 나아가 울진원전 민간환경감시위원회(위원장 임광원 울진군수)는 지난해 말 원전 4호기 증기발생기에 대한 즉각적인 전면 교체와 교체시까지 일절 가동 중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전열관 결함의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서 시간이 걸리고 있으며, 이르면 1월 말 늦어도 2월 초까지는 발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수원에 따르면 한수원 중앙연구원에서 실제로 전열관을 만든 재료로 시험을 했고, 원전 건설 당시(1994년)부터 역추적해서 전열관을 분석하는 등 조사를 마쳤다. 또 한수원 연구원 자체 분석 결과만으로는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미국 전력연구소(EPRI)에 검사보고서의 평가를 의뢰했으며, 독일에 가서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한수원은 설명했다.

이런 모든 과정이 끝나면 원자력안전기술원의 검토를 거쳐, 최종적으로 대통령 직속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승인하면 대외에 공표할 것이라고 한수원 측은 말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전열관 균열과 관련해 모든 원인이 설명돼 그 결론이 맞다고 해야 대외에 발표할 수 있다"며 "일부러 늦게 발표하거나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전열기 균열 원인은 내부의 잔류응력, 운전시간 경과, 슬러지(불순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관막음률 균열 촉진 논란

원전 4호기의 전열관 결함에 대한 보수는 관 자체를 막는 관막음(plugging)과 관 속에 좀 더 얇은 관을 집어넣어 재생하는 관재생(sleeving)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정비대상 전열관 3847개 중 922개는 관막음을 하고 나머지 2925개는 관재생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4호기의 설계 당시 관막음 허용률은 8%로 정해놓았다. 하지만 한수원은 지난해 9월 관막음률을 10%로 상향조정했으며, 4호기 전열관의 보수를 마치면 관막음률은 9.8%가 된다.

특히 한수원은 원전 4호기가 포함된 울진2발전소의 관막음률을 18%까지 재상향조정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관막음률이 높으면 높을수록 발전능력이 떨어지고 다른 전열관에 가해지는 냉각수의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회 지식경제위 관계자는 "관막음이라는 것은 균열 등이 발생한 전열관을 더 막겠다는 것인데, 이것으로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면서 "관막음을 많이 하면 전열관 전체의 압력이 상승하기 때문에 오히려 균열이 촉진되는 등 위험성은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미국 발전소의 경우 관막음률을 최대 40%까지 허용하고 있고, 안전성 검증을 이미 마쳤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울진원전 관계자는 "전열관 관막음과 관련해 전문기관에서 안전성에는 이상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관막음 허용률을 18%까지 상향하는 것도 원래부터 계획된 것으로, 조정시기가 좀 당겨지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이 같은 논란에 따라 당초 2016년으로 예정했던 증기발생기 교체를 2013년 하순에 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증기발생기를 교체하는 데 드는 시간과 돈이 만만치 않다. 증기발생기를 교체하려면 계획부터 제작까지 최소 5년은 걸리기 때문이다. 또한 증기발생기를 교체할 경우 1개당 1000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북한에 경수로 건설을 추진할 당시 제작해놓은 증기발생기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증기발생기는 울진 5, 6호기 원전과 같은 사양이다. 현재 KEDO용 증기발전기는 2개가 있으며, 각각 90%와 60% 정도 제작된 상태다. 하지만 10여년 전에 설계·제작한 KEDO용 증기발생기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조정식 의원은 "증기발생기 교체가 시급한 상황임은 인정하나 이미 10여년 전에 설계 및 제작된 제품에 대한 안전성 확인이 선행돼야 한다"며 "KEDO용 원전 증기발생기를 활용하는 것을 전제로 하지 말고, 신규제작 등에 대해서도 병행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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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철 주간경향 기자 i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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