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뇌관' 4대강 바닥 조사도 없이 삽질

입력 2010. 3. 9. 14:40 수정 2010. 3. 1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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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국 '준비 안된 준설'

일부구간 퇴적물 속에 오염물질 축적 심각

강 파면 수질오염 뻔한데 영향평가도 외면

'오염 때문에 죽어가는 강을 살리기 위해서 준설을 해야 한다'던 정부는 최근 경남의 함안보 등에서 퇴적토 오염 논란이 벌어지자 '기준치 이내'라며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낙동강에서만 4억4000만㎥의 강바닥을 파내더라도 이곳에 묻혀 있던 중금속 등 오염물질로 인한 피해는 과연 없을까?

■ 일부 구간의 심각한 오염

4대강 사업을 우려하던 환경단체 등은 처음부터 '4대강은 죽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해 4대강을 현장조사한 '생명의 강 연구단'은 "대부분의 낙동강 본류 하상토는 깨끗한 상태"라며, 단지 낙동강 하굿둑(하구언) 직상류 15㎞ 구간과 지천인 금호강과 진천천 유입구 부근의 강바닥에서 심한 악취가 나는 등 오염이 심했다고 결론내렸다.

지난해 환경부의 수생태계 건강성 조사에서도 하천의 자연성을 가리키는 수변환경은 4대강 본류 모두가 80~92% 지점에서 '양호' 이상의 판정을 받았다. 일부 도심 구간을 빼고는 강의 자연성이 살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바닥을 4~5m 깊이로 파내면서 과거 산업화 시대에 마구 방류한 각종 오·폐수와 함께 퇴적물 속에 시한폭탄처럼 축적된 오염물질의 '뇌관'을 건드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전 구간에서 동시 공사가 벌어질 낙동강에서는 1970~80년대의 수질오염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심층 퇴적층과 준설과정 오염

그렇다면 강바닥 퇴적물의 오염도는 어떨까? 전문가 환경단체인 환경과 공해연구회는 8일 국립환경과학원이 2008년 전국의 하천과 호소를 대상으로 벌인 중금속 오염조사 결과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책임자인 이동수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비소를 뺀 중금속 농도는 전체 지점의 약 70%에서 국제적으로 가장 엄격한 캐나다의 퇴적물 권고기준(ISQG)을 밑돈다"며 "준설 등 즉각적인 정화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소는 4대강 대부분의 지점에서 캐나다 기준을 넘겨 강바닥 생태계를 해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상세한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문제는 이제까지 실시된 거의 대부분의 조사가 표층 퇴적층에서 이뤄져 깊은 퇴적층의 오염도는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는 사후관리 차원에서만 심층 퇴적물 오염조사를 할 계획이다. 오염물질의 분포와 농도, 공사 과정에서의 오염 확산 가능성 등에는 눈을 가린 채 공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퇴적물 속 중금속이 녹아나오는 일은 없다고 단정하지만, 전문가들은 강바닥이 교란되면 중금속 황화물이 산소와 만나 물에 녹는 형태로 바뀐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에서는 준설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하천에 녹아나올지 등 준설 과정의 수질환경 영향을 검토하지 않았다.

이동수 교수는 "준설이 수질 문제를 모두 해결하지도 않을뿐더러 준설을 하더라도 중금속 외에도 농약,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환경호르몬 등 다양한 퇴적물 오염물질을 사전에 충분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에서 강 본류보다 댐이나 호수 퇴적물의 중금속 오염이 심한 것으로 드러난 것도, 4대강 보가 장기적으로 중금속 오염을 가중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 기준치 논란의 본질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는 퇴적물의 오염도를 평가할 때 토양환경보전법의 토양오염 대책기준을 적용한다. 그러나 이 기준은 땅 위로 걷어낸 퇴적물을 토양으로 간주한 기준일 뿐 퇴적물에서 녹아나온 중금속이 물속에서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를 평가한 기준이 아니다.

선진국에선 퇴적물의 물속 환경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은 권고기준 또는 예비기준을 통해 중금속 등 야생동물과 인체에 농축될 가능성이 있는 유해물질을 감시하는 데 활용한다. 미국 워싱턴주 등은 주정부 차원에서 규제기준을 두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00년부터 퇴적물 환경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에 나섰지만 현재 중단된 상태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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