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북반구 겨울 '이상 한파'

2010. 1. 5.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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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유럽 큰눈 80명 숨져·미 앨라배마마저 영하권

기상청 "극지방 찬 고기압 예년과 달리 남진 탓"

지구촌의 1월이 이상하다. 서울은 4일 기상관측 이래 최고치인 25.8㎝의 눈이 내렸다. 눈이 귀하다는 중국 베이징에도 3일 12㎝의 폭설이 내렸다. 미국은 따뜻한 남부 지역의 마이애미가 영하를 기록하는 등 동남부의 계속된 폭설과 한파로 7명이 숨지며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유럽에서는 크리스마스부터 시작된 폭설이 계속돼 80명이 숨졌다. 북반구의 엄동설한은 어디서 비롯되는 걸까?

기상청은 "어느 해보다 발달한 극지방의 찬 고기압이 기압의 배치 때문에 예년과 달리 동쪽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남진만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4일 분석했다.

남쪽만 고집하는 찬 대륙성 고기압기상청이 <한겨레>에 제공한, 이날 오전 9시 현재 북반구 상공 5㎞ 지점의 기압 배치도를 보면, 시베리아 상공의 차가운 공기들이 유라시아 대륙 끝인 러시아 캄차카 반도와 덴마크령 그린란드 상공에 있는 '저지 고기압'이 만들어 놓은 벽에 밀리면서 그 세력을 기존의 이동 방향인 동쪽이 아니라 남쪽으로 뻗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공기층은 편서풍의 영향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는 속성이 있다.

여기에 극지방에서 찬 고기압이 어느 해보다 대규모로 발달한 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베리아와 몽골에 여느 해보다 일찍 눈이 내려 복사열이 차단되면서 찬 고기압이 일찌감치 형성됐다. 이렇게 찬 공기가 북극해 중심으로 계속 쌓이면서 압력이 커지고, 이 압력으로 찬 공기들이 남쪽으로 뿜어지고 있다. 물탱크(찬 대륙 고기압)에 물이 계속 차오르는데 물탱크 벽(저지 고기압)이 높고 딱 구멍 하나만 아래쪽(남쪽)으로 나 있는 형국인 셈이다.

폭설과 한파 계속 반복된다12월 말부터 시작된 한국·중국의 한파와 폭설도 대륙의 찬 공기가 캄차카 반도 상공의 저지 고기압에 막혀 북태평양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남진하면서 비롯됐다고 기상청은 말한다. 정준석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예년 같으면 강원도 이북 지역에나 머물던 찬 공기가 올해는 저지 고기압 때문에 남쪽까지 길게 밀려나면서 남부지방까지 한파가 밀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양쯔강 이남 지역인 난징에 이례적으로 눈이 왔던 것도 비슷한 이유다.

진기범 예보국장은 "바다가 없어 유입될 습기가 없는 중국 베이징조차 폭설이 내린 것은 남하하는 찬 고기압이 상공의 수증기를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모두 짜내버릴 정도로 규모가 크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100년 만의 서울지역 대폭설도 대륙의 찬 공기가 이처럼 저지 고기압에 밀려 한반도 상공으로 쉴 새 없이 뿜어지다가 서해안의 따뜻한 공기를 만나면서 대규모의 눈구름을 형성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찬 공기가 북쪽에서 계속 밀려오면서 눈이 내리고, 눈이 온 뒤 강추위가 밀려오는 '동장군'의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적설량 맞히기는 불가능?한편 서울·수도권에 20㎝ 안팎의 폭설이 내리자 기상청의 예보 능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상청이 서울·경기 지역에 2~7㎝(많은 곳은 10㎝ 이상)의 눈이 내리겠다고 전망해 폭설대란을 키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겨울철에는 수증기 양이 적어 10㎝ 이상 눈이 내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런 예상 수치는 매우 드물뿐더러, 예보 때 '이상'이라는 전제까지 달았다"고 해명했다. 기상청은 이웃 나라 일본도 홋카이도를 제외하면 2㎝ 이하, 3~5㎝, 6㎝ 이상 등 3단계로만 적설 예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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