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한꺼번에 피면 어떡해
지난 7일 열린 전남 목포 유달산 꽃축제에는 이색 현수막이 내걸렸다. "오매! 어째야쓰까~ 개나리꽃이 잠에서 덜 깨었어요. 지송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3월 말이면 흐드러지게 피었어야 할 개나리가 4월 초가 돼서야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올해 봄 기온이 유난히 낮았던 탓에 이달 들어 봄꽃이 한꺼번에 피고 있는 것이다.
기상청은 19일 "4월 들어 기온이 평년 수준을 회복하면서 그간 피지 못했던 봄꽃이 일제히 피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지역을 기준으로 봄꽃의 평년 개화시기는 개나리와 진달래가 3월28~30일쯤이다. 이어 4월10일쯤 벚꽃이 피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올해는 이들 꽃이 모두 4월 들어 개화했다. 봄꽃이 4월 들어 한꺼번에 피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3월 기온이 평년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올해 3월 중순 기온은 평년 대비 1.7도 낮았다. 하순도 평년보다 0.3도 낮았다. 추위는 4월 초에 들어서야 다소 회복됐다.
기상청 한반도기상기후팀 정현숙 과장은 "봄 추위 때문에 못피던 꽃들이 기온이 회복되자 일제히 피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벚꽃이 피는 시기에 기온이 회복되면서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4월 들어 함께 피기 시작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실제 올해 서울에서 개나리는 지난 4일, 진달래는 8일, 벚꽃은 15일에 개화한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제주도에서도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거의 같은 시기에 꽃을 피웠다. 개나리·진달래가 개화해야 할 3월 중·하순의 기온이 평년보다 약 1.7도 낮았기 때문이다. 기온은 이달 들어 다소 올라가 평년 수준을 회복했다.
정 과장은 "올봄 강수량과 일조시간은 예년과 큰 차이가 없었다"며 "기온이 봄꽃 개화에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목정민 기자 mo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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