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서 들킨 고리원전 정전사고
영원히 묻혀버릴 뻔한 고리 원전 1호기 블랙아웃(station blackout·원전 대정전)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지역 시의원이 우연히 술자리에서 들은 한마디가 결정적인 단서가 된 것으로 확인됐다.
고리 1호기는 지난달 9일 원자로를 멈추고 정기 점검을 하던 중, 작업자 실수로 12분간 외부 전원이 완전히 끊기고 비상 발전기마저 가동되지 않았다. 전원 중단이 며칠간 지속됐다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재앙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김수근(金秀根·52) 부산시의회 의원(기장군· 새누리당 )은 14일 본지와 통화에서 "지난 2월 20일 기장군의 한 작은 식당에서 아는 분들과 식사를 겸한 간단한 술자리를 갖고 있었는데 옆자리에서 '원전 전원이 차단됐는데 비상 발전기가 안 돌았다. 아무 상관이 없나' 하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기장군 토박이인 김 의원은 평소 원전 주변 식당을 자주 찾았고 원전 직원들과도 안면이 많았다. 그런데 그날은 낯선 사람들이 원전 이야기를 하고 있어 더 귀담아들었다는 것이다. 당시 고리 원전은 1년에 한 번 하는 정기 점검 기간이었기 때문에 외부 용역 업체 직원이 상당수 파견돼 있었다고 한다.
김 의원은 "그날부터 탐문을 했는데 사고를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며 "고리 환경 민간 감시기구는 원전과 관련된 아주 사소한 일까지 문자로 보내주는데 그쪽에서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사고 1주년이 다가오는데 없는 사고가 소문으로 떠돌면 문제가 되겠다 싶었어요. 원전 측에 직접 확인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3월 2일 고리 원자력대학원 입학식이 있었다. 김 의원은 "입학식에서 정영익 고리 본부장을 만나 할 이야기가 있다고 했더니, 그는 '오늘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났다'며 답변을 피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고리 원전의 총책임자인 정 본부장과 사고가 난 고리 1호기의 실무 책임자인 문병위 제1 발전소장이 동시에 다른 곳으로 전출됐다.
이를 의아하게 여긴 김 의원은 7일 고리 원전에 남아 있는 김기홍 경영지원처장에게 연락했다. 김 의원은 "다음 날(8일) 오후 1시 30분쯤 그를 만나 '전원 차단 소문이 도니 확인해보라'고 전했다"며 "그날 이후 아무런 연락이 없었고 13일 언론 보도를 통해서야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결국 김 의원이 원전 사고를 파고들자 고리 원전 측이 서둘러 공개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는 "발전소장이 혼자서 사고를 덮었다는데, 원전 지휘 체계상 상급자가 모를 리 없다"고 말했다.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안전정책국장은 14일 "좀 더 조사해봐야 하지만 현재까지 사고 당시에 기록을 남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장 실무진 수준의 은폐인지, 더 높은 선의 지시인지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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