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도서관에 웬 만화" "머리 식혀줄 쉼표"

정환보기자 2009. 8. 1.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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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만화책 코너' 인기 속 찬반 논쟁 한창

31일 오후 3시 서울대 중앙도서관 4층 '북 카페'. 푹신한 소파에 몸을 파묻은 31명의 학생 중 20명이 만화책을 넘기고 있었다. 점심·저녁 식사 직후에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다. 인기 만화들은 너덜너덜해진 상태여서 아예 책 표지를 제본해놓았다.

서울대 중앙도서관에 마련된 '만화책 코너'에서 31일 학생들이 소파에 앉아 만화책을 보고 있다. /김기남기자서울대 중앙도서관에 차려진 '만화책 코너'를 놓고 이런저런 말이 무성하다. 학교 생활의 '쉼표' 역할을 한다는 긍정론과 지성의 요람이란 대학 도서관에 만화가 웬 말이냐는 탄식이 엇갈리고 있다.

만화방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만화책은 온갖 종류가 다 있다. '식객'(허영만), '버디'(이현세), '쩐의 전쟁'(박인권)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서가를 채우고 있다. '만화 토지' '고우영의 삼국지' 등 문학작품이 원작인 만화들이나 '피아노의 숲' '궁' 같은 순정만화도 학생들이 즐겨 찾는 쪽이다. 현재 장서는 15종 150여권. 학생들의 추천을 받아 주기적으로 책을 교체하고 있다.

도서관 관계자는 "기존 도서관의 정적이고 딱딱한 이미지를 변신시키기 위해 만화를 들여놓게 됐다"며 "인터넷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으면서도 수준 있는 만화를 우선적으로 들여놓았다"고 말했다.

학교에서는 도서관의 만화책 코너를 놓고 찬반 논쟁이 한창이다. 신수연씨(23·경제학부 4년)는 "짧은 시간에 만화만큼 재미를 주는 게 또 있느냐"며 "도서관에서 보는 전공서적이 주는 무거움을 떨칠 수 있어서 즐겨 찾는다"고 말했다.

도서관의 만화코너는 2007년 말 처음 도입됐다. 당시 서울대 도서관장이었던 박명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요즘 같은 영상문화의 시대에 만화는 굉장히 중요한 매체"라며 "만화는 메시지 전달력이 강하고 표현방식이 활자 매체와 두드러지게 다르기 때문에 도서관에 반드시 들여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만화 삼매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사범대학의 한 교수는 "만화에 빠진 학생들로 인해 도서관의 전통과 품위가 약화되고 있다"며 "도서관 측은 만화책 살 돈으로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책을 구비하는 쪽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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