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대규모 미달사태 '굴욕'

2011. 12. 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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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곳 중 16곳 신입생 못 채워…시행 3년만에 존폐위기

[로컬세계]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교육과학기술부 후문 앞에서 행복세상교육연대 관계자들이 '실패한 자사고 구하기' 편법 시행령 개정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율형 사립고(자사고)가 시행 3년만에 존폐위기에 몰렸다. 전국 51곳 중 16곳이 신입생 정원 미달사태를 겪고 경쟁률도 시행 첫해인 2009년 이후 계속 하락세다. 3배 이상 높은 등록금에 비해 일반고와의 차별화에 실패한 것이 큰 원인으로 꼽힌다.

자사고는 이명박 정부 들어 추진한 대표적 교육정책이다. 획일화된 교육을 탈피해 다양화·특색화로 교육경쟁력을 높인다는 게 명분이다. 그러나 도입 당시부터 지나친 입시 위주 교육과 상위권 학생 독식현상에 따른 지역인재 유출, 고교서열화 등을 부른다는 논란이 일었다.

등록금 일반고 3배 차별화는 "글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사고 미달 사태가 대규모로 일어났다. 16곳으로 지난해보다 2곳이 늘었다.

서울의 경우 2009년 동성고, 숭문고 2곳에서 2010년 10곳, 2011년 11곳 미달사태가 발생했다. 올해 미달률은 42%에 달한다. 이 가운데 동양고는 지원자가 단 한명도 없어 자사고 최초로 지정을 포기했다. 동양고는 내년 1월 2차 추가모집 기간이 끝난 뒤 일반고로 전환할 방침이다.

올해 경쟁률이 0.24대 1에 그친 용문고도 2년 연속 저조한 경쟁률로 자사고 지정이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 2년 연속 신입생 입학율이 60%미만을 보이면 해당학교는 그 다음해부터 일반고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방도 미달사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광주지역 자사고 3곳 중 유일하게 숭덕고만이 정원을 채우고 나머지는 미달했다. 보문고와 송원고는 각각 0.59대 1, 0.6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구에서도 자사고 경쟁률이 일반전형 0.93대 1, 사회적배려대상자전형 0.91대 1로 집계됐으며 4곳 중 계성고와 경일여고는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경쟁률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서울의 경우 시행 첫해인 2009년 2.41대 1이던 평균 경쟁률이 2010년 1.39대 1, 2011년 1.26대 1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사고가 외면 받는 이유로 일반고와 비슷한 교육과정을 진행하면서도 3배나 높게 책정된 등록금을 꼽는다.

임정훈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자사고 정원미달 사태는 정부의 자사고 정책이 실패했다는 증거"라며 "일반고의 3배에 이르는 수업료를 받으면서도 차별화한 교육과정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 탓"이라고 말했다.

입시위주 교육·지역 양극화 '사실상 실패'

자사고는 지나친 입시 위주의 교육과정 편성으로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지적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자사고의 올 상반기 수학과목 시험을 조사한 결과 10곳 중 6곳이 교과 진도보다 선행학습에 맞춰 시험을 출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학년 자연계열이 있는 자사고의 59.3%가 학교에서 진도를 나가지 않은 내용을 시험에 출제하고 있었다. 21% 수준인 일반계 고등학교의 세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실제로 경기 안산시 동산고등학교의 경우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수학문제 23문항 가운데 학기 중 배운 수학1은 단 4문항만 출제됐다. 19문항 82%가 배우지도 않은 수학2 등에서 출제된 셈이다.

자사고 학생들은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전인교육을 펼쳐야 하는 학교가 입시교육에 매몰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사고 수업이 기본취지와 달리 선행학습 등 입시위주로 전락한 건 교육과정 자율 편성권 때문이다. 정부는 자사고에 학생 선발과 교육과정 편성 등에 대한 자율권을 보장해 국·영·수 등 입시 위주의 교육이 가능토록 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조사한 '2011년 고교 신입생 과목별 이수단위 현황'에 따르면 자사고 학생은 일반고 학생보다 주요 입시과목인 국·영·수를 13~14단위(15.8%)씩 더 듣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고 간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미달된 10개 학교가 올해에도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하는 등 존폐위기로 내몰리고 있지만 강남 등에 있는 명문사학인 이화여고, 한가람고, 휘문고 등은 경쟁률이 특목고와 비슷하거나 높았다.

한 전문가는 "자사고는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라며 "고교평준화를 깨트려 일반고의 슬럼화와 고교서열화를 야기하는 등 문제가 많다"고 비판했다.

뉴스룸 = 라안일 기자@raan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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