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난 교사와 쫓아낸 학교 뒤바뀐 운명

입력 2010. 12. 16. 11:05 수정 2010. 12. 1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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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면교사 교육의원 당선…학교는 최악징계 눈앞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 재단 비리의혹을 제보했다가 파면된 교사는 교육의원이 되고, 그를 쫓아낸 이사진은 재단비리 사태로 전원 쫓겨날 상황에 빠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서울시교육청은 16일 재단비리 혐의를 받는 서울 양천고를 특별감사한 결과 공사비를 횡령하는 등의 비리사실이 확인됐다며 8명의 이사 전원에 대한 취임승인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양천고 비리 의혹이 처음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지금으로부터 2년6개월 전으로, 당시 이 학교에 재직 중이던 김형태(45) 서울시 교육의원에 의해서였다.

당시 김 의원은 이사장 등이 학교 공사비를 부풀리거나 허위로 동창회비를 징수하고 학교운영위원회 회의록을 조작하는 방법으로 공금 수십억 원을 횡령한 의혹이 있다며 서울시교육청에 제보했다.

그러나 시교육청 감사는 관련자 경고·주의 정도로 마무리되고 오히려 제보자 신원이 학교 측에 알려지면서 김 의원은 `비공개 문서 외부 유출' 등의 이유로 파면됐다.

김 의원은 교원소청심사를 제기해 복직 결정을 받기도 했지만, 재단은 또 다른 사유를 들어 그를 파면했다.

김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정말 좋은 선생님이 되려고 했다.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지적했을 뿐이었는데…"라며 암담했던 당시의 심정을 회고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올해 6.2교육의원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지역구는 양천고가 위치한 양천구, 강서구, 영등포구 등을 포함하는 제5선거구.

김 의원과 재단 이사진의 운명은 이때부터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김 의원이 당선되고 나서 시민단체의 집요한 수사 촉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서울시교육청과 검찰 등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7월 양천고에 대한 압수수색과 계좌추적을 벌여 결국 급식대금을 빼돌려 5억7천만원을 챙긴 혐의로 이사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시교육청의 특별감사도 김 의원의 교육의원 당선 이후에 시작됐다.

김 의원은 "내가 교육의원이 되지 않았다면 검찰의 계좌추적도, 시교육청의 특별감사도 없었을 것"이라며 "교사가 목숨 걸고 제기하는 의혹은 제대로 듣지 않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사필귀정이다. 양천고 비리사건이 없었다면 제가 교육의원으로 나설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며 거듭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감사결과에는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학교가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어려운 상황에서 이뤄진 감사였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많이 밝혀낸 것 같다"고 평했다.

js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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