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 반발 중학생 수십명 '집단 백지답안'

2008. 10. 1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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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경태 기자]

초ㆍ중ㆍ고생의 학력 수준을 평가하기 위한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치러지는 지난 14일 낮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무한경쟁교육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청소년들이 시험지와 교과서, 문제집을 이용해 모자이크 작품을 만들고 있다.

ⓒ 유성호

서울 강남 지역의 한 중학교 3학년 가운데 최소 2개 반 이상의 학생 수십명이 지난 14일 실시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이하 일제고사)에 반발해 집단으로 백지 답안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학생들의 반발로 "2010년부터 일제고사를 통해 학교별 성적을 인터넷에 공개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시작부터 상당한 저항에 부닥치게 됐다. 더구나 이번 집단 백지답안 제출이 '사교육 1번지' 강남에서 발생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일제고사에 반감... 백지 내거나 대충 풀기도"

강남 S중학교의 A학생은 17일 오전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3학년 학생들 사이에 '백지 답안을 내자'는 이야기가 떠돌았다"며 "결국 2개 반 아이들이 대부분 백지답안을 냈고, 다른 반에서는 일부 학생들이 같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시험 교과목 중 1교시 국어 과목만 백지 답안을 냈던 이 학생은 "백지 답안을 내지 않은 친구들 대다수도 10분만에 답안을 적고 잤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가 이날 취재한 학생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에 백지 답안을 제출한 학생들은 최소한 60명 이상이다.

A 학생은 "원래부터 없던 시험이 생긴 것을 싫어하는 분위기가 학생들 사이에 있었고, 일제고사의 부작용에 대한 논란도 언론을 통해 알고 있어 백지답안을 내는 데 큰 부담은 없었다"며 "그러나 1교시 이후에는 학교에서 강하게 통제해 백지 답안을 내지 못했다"고 했다.

같은 학교 3학년인 B학생은 "몇개 반은 백지 답안 제출에 동참했지만 나머지 반 학생 일부는 일제고사를 그대로 치렀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그러나 시험을 제대로 본 학생은 얼마 되지 않는다, 내신에 반영도 되지 않는 시험이기 때문에 점심시간 이후에는 그냥 OMR 카드에 막 아무렇게 내키는대로 찍었다"고 밝혔다.

B 학생은 "일제고사가 학교 줄세우기나 사교육비 증가 등을 불러일으킨다는 얘기를 언론 보도나 선생님들을 통해 들었다"며 "일제고사 시험지 만드는 데 비용도 많이 든 걸로 아는데 그 돈으로 다른 일이나 했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C학생은 "학생들 대부분은 없던 시험이 생긴 것에 대한 반감이 컸다"며 "시험이 많다고 학생들이 공부 잘 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도대체 왜 그런 시험을 보게 한 것인지 모르겠다. 어차피 공부 잘하는 애들만 열심히 봤다. 나머지 애들은 그냥 대충 풀었다. 시험시간 80분 때운다고 시험지에 낙서하는 애들도 있었다. 학교끼리 등수라도 매기려면 모두 진지하게 봤어야지 않나?"

백지답안 냈다 선도부에 불려가... '사유서' 쓰기도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제고사가 치러진 지난 8일 오전 서울 미동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가림막을 친 가운데 시험문제를 풀고 있다.

ⓒ 권우성

백지답안을 냈다가 '사유서'를 쓴 학생도 있었다.

D학생은 "백지 답안을 냈다가 사유서를 썼다"며 "담임 선생님이 내지 않아도 괜찮다고 한 반 애들은 안 썼지만, 그렇지 않은 반 애들은 사유서를 썼다"고 전했다.

이 학생은 "전원이 백지 답안을 냈던 반은 전체 학생이 선도부 선생님한테 끌려가 꾸중을 들으면서 '누가 주도한 것이냐'고 추궁당했다"며 "담임 선생님이 찾아와 선도부에서 꾸중받고 있는 학생들들 데리고 돌아간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S중 교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일부 학생들이 백지 답안을 낸 것은 맞지만 잘 모르고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유서 등은 담임 교사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백지 답안을 낸 것은 정기 고사 때도 있는 일"이라며 "부정행위가 아닌 이상 처벌하거나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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