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도 학생·학부모도 “아직 달라진 것 없다”
경향신문정부의 학교폭력 종합대책이 나왔지만 일선 교육현장은 달라진 게 별로 없다. 교육당국은 무너진 교실문화를 바로세우겠다고 했지만 교사들은 여전히 "잡무가 많아 학생을 돌볼 여유가 없다"고 불만이다. 학부모들은 "교사들이 본분을 잊은 채 샐러리맨으로 전락한 게 아니냐"라는 불만을 갖고 있다.
이 같은 갈등의 배경엔 잘못된 학교 평가시스템도 한몫하고 있다. 성적을 위주로 교원을 평가하는 현재 시스템상 "인성교육은 잘해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자로잡고 있는 것이다.
■ 생활지도는 뒷전

수도권 지역 초·중·고 생활지도부장 교사들이 지난 17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실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발표를 듣고 있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1년 교원능력개발평가 시행 결과를 보면 학생들은 교사의 '수업준비'에 3.94점(5점 만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반면 '개인생활지도'는 3.74점으로 가장 낮았다. 교사의 생활지도에 가장 불만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교사는 근무환경이 열악하다고 호소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해 5월 초·중·고 교사 8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근무환경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20.2%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80% 이상의 교사는 행정업무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본분인 학생 생활지도가 각종 행정업무에 밀려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 "잘해야 본전인데…"
올해 교직 경력 20년차인 경기지역의 초등학교 교사 ㄱ씨는 요즘 젊은 교사들을 보며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 교편을 잡자마자 논문과 연수에 매달린 채 '승진경쟁'에 뛰어든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현행 교원 승진체계는 행정업무 중심의 근무평정에 따라 이뤄진다. 이런 시스템은 더 강화되는 추세다. 교원 성과급이나 학교별 평가기준도 학생들의 성적이 숫자로 나타나는 '실적'을 따진다. 이러다보니 학생 생활지도는 뒷전으로 밀린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아이들과 가까이 생활하는 것은 평가지표에 반영이 안된다. 아이들과 멀어질수록 승진에 가깝다고 자조적으로 말하는 교사들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들은 교사의 존재이유인데도 언제부터인가 부차적인 대상으로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뜻있는 교사가 학생들을 직접 만나려 해도 접촉할 여건은 만만치 않다.
서울의 한 사립고 교사는 "교사도 학생도 정규수업 직후 방과후수업에 들어가야 하고 듣는 과목에 따라 스케줄이 들쭉날쭉이라 아이들과 만나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국 방과후학교 참여율은 평균 65.2%였다. 시·도별로는 87.4%에 이르는 곳도 있다.
홍인기 좋은교사운동 정책운영위원장은 "학생들이 방과후수업과 학원에 쫓겨다니느라 교사들의 가정방문 기회도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 잡무가 그렇게 많나

정영수 충북대 교수가 지난해 교직원직무분석을 위해 9개 시범 초·중·고 교사의 업무를 분석했다. 그 결과 교사의 연간 업무량 비중은 학습지도가 55.9%, 교무행정이 21.7%, 학급경영·생활지도가 19.1% 순이었다. 학생지도보다 행정업무에 시간을 더 쓰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9개교 교사 290명의 실제 연간 업무시간은 총 근무시간(연간 206일) 1743시간의 95.2%인 1659시간으로 나왔다. 절대적인 근무량이 많지는 않다는 얘기다.
문제는 업무의 성격이다. 전체 업무의 5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교무행정 가운데는 공문서 처리,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입력 등 13개 이상의 사무처리 업무가 있다.
업무 성격이 단순 반복적이고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다고 인식되는 것들이다. 하지만 처리기한이 정해져 있는데다 근무평정에 영향을 주는 것들이 많다.
■ 생활교육 우선 정책 뒤따라야
교육당국은 교사의 행정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놨다.
경기도교육청은 매주 수요일을 '공문 없는 날'로 정했다. 올해 학교별로 행정지원인력 1명을 늘려 평균 3.3명을 행정업무 전담으로 두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도 다음달부터 공문서 발송을 자제하도록 해 일선학교의 보고 문서를 30% 줄이기로 했다. 하지만 학교폭력 문제가 터지면 그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대책들이 모두 교사의 추가 업무부담으로 이어진다.
정영수 교수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교사의 업무 과중은 총량의 문제가 아니라 교사의 직무동기를 불러일으키지 않는 업무 수행의 불만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행정전담 인력을 정규직화하거나 교내 인력을 재배치해 행정전담팀을 구성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생활교육을 교과 수업지도와 동일한 근무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따돌림없는사회모임의 박종철 교사는 "조·종례나 상담활동, 학급자치활동 등 생활지도를 위해 투입하는 시간을 수업시수로 인정해야 담임교사가 생활지도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생활교육 강화를 위한 체계적인 교사 임용·연수시스템도 필요하다. 홍인기 정책위원장은 "아이들을 대하는 것이 교사의 가장 기본적인 자질이지만 교사 임용이나 연수할 때 이를 전혀 배우지 못한다"고 말했다.
< 정환보·송현숙 기자 botox@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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