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이 버는 직업 택한다고 백만장자가 될까?

입력 2011. 12. 19. 11:30 수정 2011. 12. 1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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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고정민의 진로·직업 클리닉

자신이 좋아하는 진로·학과 선택한 사람이 성공할 수 있어

흥미와 적성이 제일 중요…유망·인기학과 정보 맹신 말아야

최근에 한 지인과 점심식사 자리에서 아이의 대입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 아이 대입 지원 때문에 큰일이야. 수능 결과가 나왔는데, 수학점수가 평소보다 2등급이나 낮게 나왔지 뭐야. 학교 선택의 폭이 더 좁아지게 생겼어"라는 지인의 말에 "정말 걱정이 많이 되시겠어요. 그런데 희망하는 학과는 정해두셨어요?"라고 필자가 질문을 하였다. "아이고… 뭘 모르시는구먼. 지금 학과 선택이 문제가 아니야, 학과는 무슨… 인서울만 하면 된다니까."

"자제분께서는 가고 싶은 학과는 없대요?"

"애야 뭐…. 내 생각이랑 똑같겠지. 일단 서울권 대학으로 어디든 성적에 맞춰서 지원하고, 학과는 그다음 문제고…."

예전에 비해 자신이 희망하는 학과나 적성에 맞는 학과를 선택하는 경향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지인의 사례에서 보듯 아이의 적성과 흥미, 목표를 고려한 학과 선택이 아니라 단지 "성적에 맞는 대학 선택"이 중요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물론 수능점수나 내신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지만, 아이가 진학할 대학이나 학과를 선택하는 중요한 과제에 당면한 시점에서 어떤 기준으로 학과 선택을 해야 할 것인지를 점검해보고자 한다.

첫째, 아이의 앞으로의 직업을 위해 대학교육이 반드시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4년제가 좋을지, 아니면 빠른 사회진출이 가능한 전문대 진학이 좋을지를 점검해보아야 한다. 아이의 친구, 친척 할 것 없이 무조건 고등학교 졸업을 하면 4년제 대학으로 진학을 하니까 나도 어디든 들어가야지 하는 생각으로 대학이나 학과 선택을 하는 것은 그 결정의 중요성에 비해 너무 책임감 없는 선택이다. 물론 아직까지 학력에 대한 선입견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사회 분위기는 많이 변해가고 있다. 점차 어떤 대학을 나왔는지보다 어떤 공부를 하고, 어떤 역량을 갖추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또 정책이나 기업의 채용방침도 많이 변해가고 있다. 그러므로 아이들의 대학진학에 대한 전략도 이전과 달리 변화되어야만 그런 흐름을 쫓아갈 수 있다.

둘째, 명문대학이 아닌 관심 전공을 선택해야 한다. 대학은 목표 그 자체가 아니라 그보다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준비 과정이나 거쳐가는 경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고등학교 3년 동안 대입준비에만 매진했던 아이들은, 대학만 들어가면 된다는 생각, 고생의 시간의 끝이라는 생각으로 대학진학 이후의 진로에 대한 계획을 고려하지 않고 대학진학을 하는 것만이 모든 것의 완결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직업 목표나 직업 경로(career path)를 고려하지 않고 대학진학 자체가 모든 목적이 되기 때문에 오히려 명문대학, 인기학과 등 남의 이목을 고려한 멋진 간판을 선택함으로써 아이의 최종 선택이 얼마나 훌륭한지를 과시하고자 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그러나 대학과 학과 선택은 앞으로의 직업과 삶이라는 훨씬 큰 대전제를 위해 필요한 하나의 단계이므로 직업 목표가 무엇인지,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우선 결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는 데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관심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셋째, 특정 교과의 성적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그 반대 계열을 선택하지 않도록 한다. 필자는 심리학과를 졸업하였는데, 필자가 대학 입학을 할 당시 심리학과를 선택한 사람들의 대부분의 이유는 수학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라는 사람이 많았다. 심리학이 일반적으로는 사람들의 마음을 다루는 일이므로 수학이나 과학과 같은 학문과 전혀 무관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이제 수학에서 벗어나보자 하는 생각으로 지원을 한 친구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심리학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우 과학적인 학문이다. 모든 연구나 현상의 결과가 통계를 통해 제시되어야 하는 사회과학이기 때문에 통계학을 공부해야 하고, 인간의 심리가 뇌와 신체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신경학이나 생리학까지도 다루게 되므로 다른 사회과학과는 달리 과학적인 특성을 매우 많이 가지고 있는 학문이다. 이런 정보가 없이 무조건 수학이나 과학을 안 해도 된다는 생각으로 지원을 한 친구들은 4년 내내 싫어하는 과목들을 공부하면서 힘들어하거나 적성에 잘 맞지 않아 적응을 하기 힘들어했던 기억이 난다.

넷째, 유망학과, 인기학과에 대한 정보를 맹신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학과 선택 때 높은 취업률을 매년 기록하거나, 의대·법대와 같은 전통적으로 인기 있는 학과를 무조건적으로 선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물론 졸업 후 취업률이나 전문직종과의 연관성은 학과 선택에 큰 매력이 될 수밖에 없지만 그런 데이터들이 아이의 직업적 성공을 무조건적으로 보장해주지는 않으며, 일반론이 될 수밖에 없다. 남들은 거기 가서 다 잘한다더라는 일반론이 우리 아이에게는 적용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유망학과, 인기학과 등 성공이 보장될 것 같은 학과가 아니라, 지금은 조금 부족해도 하고 싶고, 즐길 수 있고, 공부하면서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어 노력하고 능력을 쌓아나간다면 성공을 할 거라고 스스로 신념을 가질 수 있는 학과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흥미와 적성(능력)을 고려한 학과선택을 해야 한다. 몇 년 전 모 방송사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매우 인상 깊게 보았던 내용이 떠오른다. 미국의 한 연구소에서 아이비리그(미국 동부에 있는 8개 명문 사립대학의 총칭) 졸업생 15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졸업을 할 때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선택한 그룹과 좋아하는 일을 선택한 그룹으로 나누어 20년 동안 추적연구를 수행했다고 한다. 그 결과, 101명이 백만장자가 되어 있었는데, 그중 돈을 목표로 하는 직업을 선택한 사람은 단 한 명이었고, 좋아하는 일을 선택한 사람은 무려 100명이었다고 한다. 물론 돈만이 성공의 기준은 아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고 큰 힘을 발휘하는지를 이 연구 결과는 보여주고 있다. 아이들의 대학이나 학과 선택도 어떤 직업을 선택할 것인지와 같은 연장선상에 있는 문제이므로 대학이나 학과 선택을 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어떤 기준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는 의미 있는 연구라고 생각된다.

고정민 <함께하는 교육> 기획위원

강남종합고용지원센터 취업클리닉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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