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 사이 확산되는 '노스페이스' 유행 왜?

2011. 11. 2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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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성적위주 사회, 소비동조로 위안"

중고생들 교복처럼 착용

"계급상승의 도구로 인식

따돌림 안당하려고 합류"

"얼마 전 매장에 한 10대 남학생과 그의 어머니가 찾아왔다. 남학생은 47만원짜리 노스페이스 점퍼를 집었고, 어머니는 '집에 있는 점퍼 입으면 안 돼? 너무 비싸지 않니'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 남학생은 '조용히 말해. 거지인 줄 알잖아. 다른 애들 다 입는데 나만 못 사주냐'라고 답했다. 결국 이 어머니는 꾸깃꾸깃 접힌 만원짜리 14장을 내고 나머지는 체크카드로 계산했다."

최근 한 인터넷 사이트에 노스페이스 매장에서 일한다는 직원이 올린 경험담이다. 그는 이 글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라며 씁쓸해했다.

요 몇년 사이 중고생들에게 '노스페이스'와 같은 고가의 등산복 브랜드 점퍼가 '또래 문화'로 자리잡았다. 일부 학교에선 한 반 학생의 절반가량이 '노스'(노스페이스 점퍼의 줄임말)를 입고 등교하기도 한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노스는 그냥 교복으로 불린다"며 "보온 기능 때문에 입는다고 보기엔 수가 너무 많고, 입는 계절도 불문"이라고 말했다.

왜 유독 노스일까? 학생들에게 한 벌에 40만~50만원인 노스는 일종의 계급 상승감을 위한 도구로 받아들여진다. 경기도의 ㅇ고 1학년 김아무개(15)양은 "반 친구 37명 가운데 나를 포함해 15명이 노스를 입는다"며 "브랜드 없는 점퍼를 입은 아이들을 보면 초라해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의 ㄷ고 1학년 채아무개(16)군은 "한 반에 노스를 안 입는 아이는 5명도 안 된다"며 "보통 성적 등에서 자기가 부족한 것이 많다고 느끼는 아이들이 비싼 노스를 입는데, '나도 너희에 견줘 떨어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면서 '신분 상승'을 느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다수의 학생들은 이른바 명문대에 가기 힘들기 때문에, 성적 위주 사회에서 불안감과 좌절감을 느낀다"며 "이때 학생들은 또래집단 다수가 소비하는 고가의 제품을 '동조 소비'함으로써 '나도 주류에 포함될 수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고 말했다.

따돌림을 당하지 않으려 노스를 찾기도 한다. 서울의 ㄷ고 1학년 이아무개(16)군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가 있는데, 어느날 갑자기 노스를 입고 왔다"며 "그 친구는 '나도 노스를 입고 주류 집단에 속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희준 동아대 교수(사회체육학)는 "1980~90년대 '나이키'나 '조다쉬' 청바지 열풍이 막연히 '외제'에 대한 동경과 과시욕에 따른 소비였다면, 최근의 노스 유행은 낙오되지 않거나 따돌림당하지 않기 위한 절박한 소비라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성적 최상위권 학생들은 노스에 대한 선호도가 낮았다. 서울의 한 자율형사립고에서 성적 최상위권 학생들이 모이는 시사토론반 학생 6명에게 물었더니, 노스를 갖고 있다는 학생은 1명뿐이었다. 이 학생들은 '성적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시험이 끝날 때마다 악기나 운동 용품을 산다고 말했다. 조상식 동국대 교수(교육학)는 "명품이 대중적으로 일반화하면 최상위층은 더 이상 그 상품을 명품으로 취급하지 않고 더 비싼 제품을 소비하면서 차별화하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라며 "성적 상위권 학생들은 여기에 더해, 악기나 운동용품과 같이 자기계발을 위해 필요한 상품을 소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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