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피했더니 여우가.." KAIST 학생들 불만

박주영 2011. 10. 1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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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KAIST가 대학평의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하면서 잠잠해졌던 학내 갈등이 교수협의회와 학생 사이의 마찰로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KAIST 서남표 총장과 교수협의회가 총장이 임명하는 10명과 전체 교수회의에서 선임하는 15명의 교수 평의원으로 대학평의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지만, 학생들은 제외된 데 따른 것이다.

19일 KAIST에 따르면 학내 커뮤니티 게시판에 혁신비상위원회의 학생 위원으로 참여했던 이병찬 군의 글이 '베스트 게시글'로 올라왔다.

이 군은 "그동안 학생들의 목소리가 현 상황에 사실상 반영이 되지 않았고, 또 교수협의회의 행동이 학내 주도권 쟁탈전으로 이어질까 염려했다"면서 "결국 경종민 교수협의회장의 편지를 보면 알 수 있듯,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경종민 교수협의회장은 지난 17일 'KAIST의 주인을 찾아주십시오'라는 제목의 편지를 구성원에게 보내 "학생들에게는 학생회가 있고 교직원들에게는 노동조합이 있지만 교수들에게는 합법적 대의기구가 없다"면서 "대학평의회 구성은 오래 전에 만들어진 대학평의회 규정에 따라 당연히 실행돼야 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군은 이에 대해 "총학생회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참여한 학우 가운데 90%에 가까운 이들이 '대학평의회는 구성돼야 하지만 학생의 의결권 또한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면서 "대학평의회가 교수 25명으로만 구성되거나 서남표 총장이 사퇴했을 때 과연 학생들의 의결권이 보장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어떤 마을에 호랑이, 여우, 토끼가 있는데 권좌를 차지하기 위해 여우가 호랑이를 쫓아낸다면, 토끼는 어떻게 될까"라면서 "연간 최대 1천575만원에 달하는 등록금 제도가 학생들과 일말의 협의도 없이 결정돼 수많은 이들이 고통받았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군은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대학본부나 교수협에서 전 구성원에게 메일을 보냈다는 기사를 봤는데 학부생들 대부분은 아무런 메일도 못받았다"면서 "학생들이 KAIST의 완전한 구성원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학생은 "'카이스트의 주인을 찾아주세요'라는 글에 학생에 대한 언급이 조금도 없다"고 지적했고 "혁신위에 총장 측 대표와 교수, 학생을 5:5:3의 비율로 넣는다고 했을 때부터 의구심이 들었는데. 결국 교수협도 학교처럼 하나의 이익집단"이라고 주장했다.

KAIST 노조도 성명을 통해 "혁신비상위원회 제안사항과 관련해 총장과 갈등을 빚고 있는 교수협의회의 행보는 과연 이들이 KAIST를 대표하는 집단인지 의심스럽게 한다"면서 "혁신위는 학생들이 불합리한 학사제도 때문에 귀중한 목숨을 던짐으로써 만들어진 것이며 그 중심되는 주체는 '학생'이어야 옳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교수협의회가 학생들조차 배제한 채 혁신위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제자들의 죽음을 팔아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라면서 "대학평의회도 직원과 학생들을 철저히 배제하려 하는 등 비민주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경종민 교수협의회장은 "대학평의회는 학사조직 설치와 폐지, 학과의 개설·폐지 등의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교수들이 맡는 것이 맞다"면서 "학생이나 직원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칙적으로는 대학평의회 이름도 교수평의회로 바꾸는 것이 맞다"면서 "다음주 대학평의회 구성을 결정할 이사회를 앞두고 이 같은 얘기는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강조했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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